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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루어코리아

밀레니얼이지만 부자가 되겠어요

물욕 넘치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새로운 꿈이 생겼다. 별안간 부자의 꿈을 선언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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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사랑하고 소비를 예찬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갖고 싶으면 일단 사고 봤고, 귀가 후 택배를 개봉할 때야말로 그날의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잠들기 전 SNS를 들여다보며 또다시 장바구니의 부피를 늘리며 그렇게 수입과 지출이 쌍벽을 이루는 입사 첫해를 보냈다. 나의 이런 가치관과 소비 패턴은 미디어에서 줄곧 문제적으로 다뤄진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설명과 거의 같다. 현재의 삶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과감하게 돈을 쓴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신조어로 자리 잡은 ‘소확행’, ‘탕진잼’, ‘이생망’, ‘텅장’, ‘YOLO’ 등의 용어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을 직관적으로 잘 설명한다. 특히 과소비를 과시하는 데 초점을 둔 ‘Flex’가 작년부터 유행처럼 번지며 젊은 세대의 명품 구매 비율은 실제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통계에 따르면 명품을 구매하는 20대 이하의 고객 비중은 2018년 12.8%에서 2019년 14%로 확대됐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대비 0.5%P 높아졌다. 롯데멤버스의 ‘트렌드Y리포트’도 작년을 기준으로 20대의 명품 소비가 2017년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고 기록했다.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모두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에 비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는 밀레니얼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문구다. 현세대가 체감하는 패배감은 결코 허상이라 할 수 없다. 호황을 경험한 적 없는 저성장 시대에, 양극화는 심해지고 계급 간 이동 가능성은 닫힌 것만 같다. SNS를 통해 보이는 금수저들의 ‘그들이 사는 세상’은 더없이 선명한데 정작 내 집 마련의 꿈은 희미하기만 하다. 10년을 벌어도 집 한 채 사지 못한다면 지금의 행복을 희생할 이유가 없다. 밀레니얼의 소비는 단순한 과소비가 아니라 현명한 미래 예측에 따른 합리적 전략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으니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어느 날 유튜브 추천으로 뜬 동영상을 우연히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밀레니얼의 배신


영상의 제목은 ‘1억 모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평소 같으면 고민도 없이 지나칠 영상이었겠지만 평소 즐겨 듣는 팟캐스트인 ‘듣똑라’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듣똑라를 진행하는 이현 기자와 이지상 기자가 함께 나와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팁을 전하는 Q&A 콘텐츠였다. 이현 기자가 1억을 모았을 때는 입사 4년 차 때쯤이라고 한다. 이 말뿐이었다면 잠시 가벼운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시청을 끝냈을 텐데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나를 건드렸다. 진심으로 놀라는 이지상 기자의 반응. 두 기자는 같은 해 입사했기에 월급이 같은데 먼저, 그것도 아주 빨리 1억이라는 종잣돈을 모은 것은 이현 기자 혼자였다는 거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를지언정 사회초년생의 예적금 격차는 당연히 월급 차이로 벌어진다고 믿고 있던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월급과 연봉을 핑계 삼아 저축 습관의 부재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나의 가설은 영상의 댓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확신으로 바뀌었다. 최저시급으로 20대 때 1억을 모은 사람, 한 달 생활비 50만원 외 모든 돈을 저축하는 사람 등 어느새 사라진 월급 미스터리에 시달리던 내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영상 하나를 보니 관련 영상이 줄줄이 뜨기 시작했고 제목은 대부분 부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월급으로 부자 되는 법’, ‘부자 되려면 하지 말아야 하는 세 가지’, ‘세계적인 부자들의 특징’… 이미 내가 모르던 사이 밀레니얼은 변하고 있었다. 부자처럼 보이는 것보다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해, 현재의 행복보다 지속적인 행복을 좇으며. 찾아볼수록 나만 혼자 속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기적인 재정 준비를 생각하는 밀레니얼이 많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실시한 ‘밀레니얼 세대의 재무 습관 이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밀레니얼은 11.3%에 그친 반면 노후를 위해 재정적인 준비를 미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63.6%였다. 전반적으로 저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도 두드려졌는데 월 단위로 예산을 짜 관리한다는 응답이 88.6%에 달했고 대략적인 중장기 계획을 세워 관리하고 있다는 비율도 79.6%에 달했다. 올해 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주식 계좌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 소유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느꼈던 원인 모를 배신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부자’라니. 부자가 되고 싶었던 적은 있어도 부자가 되리라 ‘감히’ 결심한 적은 없다.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을까? 애초에 어느 정도를 부자라고 부르는 거지?


부자가 별건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국민 중 부자에 해당하는 건 0.63%다. ‘한국에서 부자라면 얼마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총자산을 기준으로 평균 67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그러나 밀레니얼이 되고자 하는 부자는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이고, 더 정확히는 개인적이다. 자산의 규모만을 부자의 기준으로 꼽기에 밀레니얼의 꿈은 숫자보다 풍경에 가깝기 때문이다. 취향대로 꾸민 나의 집과 그 집에서 내다보는 풍경을 상상한다거나, 월급보다 큰 수입이 있어 회사는 즐겁게 취미로 다닌다거나, 사고 싶은 한정판 아이템을 살 때 할부도 잔고도 고민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상황들. 이 장면들을 헛된 공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오히려 또렷하게 그리는 것이 부자로의 첫걸음이다. “부자가 되기까지의 로드맵은 굉장히 길어요. 보통 10년 정도의 시기를 잡는데 선명한 동기가 없다면 지칠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돈을 많이 갖고 싶어’가 아니라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 왜 되어야만 하는지 그걸 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재테크 멘토이자 ‘부자 언니’로 통하는 유수진의 말이다. 그 외에도 유튜브의 재테크 채널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핵심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부자가 되는 법은 존재한다. 다만 오래 걸릴 뿐이기에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것. 일찍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 그리고 투자의 기반이 될 시드 머니를 모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부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 마인드셋과 함께 저축을 습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여태껏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통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 청약주택통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 내게 맞는 보험 고르는 법 등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정보가 넘쳐났다. 평소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것은 돈을 아끼는 것에 대해 요목조목 말하는 게 쿨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게 아닐까. 우리는 세일을 하거나 직구를 하는 법처럼 돈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하루가 다르게 공유하기 바빴지만 정작 돈 그 자체를 불리고 키우고 지키는 일에 대해서는 후일 어른의 영역처럼 여기며 유예시켰다.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인 존 리는 최근 다양한 미디어에 나와 젊은 세대에 ‘금융맹’이 너무나 많음을 지적하며, 이로부터 하루 빨리 탈출해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국은 별도의 금융 교육을 하지 않기에 성인이 되어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돈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그렇기에 투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생겨난다고. 예를 들어 주식의 경우, 사고파는 마켓타이밍을 중심으로 단기 수익을 노리며 거래하는 것은 잘못된 투자다. 주식은 타이밍이 아니라 본질인 기업을 봐야 한다. 단발적인 정보보다 큰 시장의 흐름, 경제의 판도를 읽는다면 주식은 흔히들 말하는 위험한 재테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굿바이 금융맹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실제로 ‘2019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기록된 부의 원천에서 근로소득은 순위가 가장 낮았다. 결국 근로소득은 저축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유도,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의 변명도 될 수 없다. 이는 곧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금융·경제의 문외한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답에 대해서는 훨씬 답하기 쉽다. 일찍이 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밀레니얼의 수요에 발맞추어 다채로운 경제 콘텐츠가 줄지어 생겨났고 그 덕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책상에 앉아 경제 뉴스만 읽는 시대가 아니다. 밀레니얼은 새로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세대임을 잊지 말자. SBS의 '돈워리스쿨', JTBC '정산회담'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돈 관리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신사임당', '14F', '존리 라이프스타일 주식' 등 각종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한다. 보다 보면 재테크에는 펀드, 주식, 부동산 외의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돈을 아끼는 기상천외한 노하우도 습득할 수 있다. 예금 금리보다 배당률이 높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돈을 모으거나, 현금을 금이나 달러로 바꿔 보관하거나, 온누리 상품권의 할인혜택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은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기 전에도 유용한 정보들이다. 매일 경제 뉴스를 챙겨본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부족할 경우 ‘어피티’, ’마켓 메모’, ‘투센츠’와 같은 뉴스레터를 받아본다. 저축을 시작할 때 필수적으로 깔아야 하는 가계부 앱인 ‘뱅크샐러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새는 구멍부터 막아야 하니 크고 작은 구멍을 빈틈없이 찾기에 제격이다. 월급의 반을 한 달 예산으로 설정해두었는데 지난달 처음으로 예산을 넘기지 않아 앱의 칭찬을 받았다. 목표를 정한 후 미미하게나마 늘어나는 순자산 그래프를 보니, 이것도 택배 뜯는 재미와 견주어볼 만하다. 가끔 유혹에 흔들리는 날이면 존 리의 아주 기발한 부자 되기 법을 떠올린다. ‘어제보다 오늘, 더 부자가 되면 됩니다.’ 너무나 단순한 나머지 웃음이 다 나지만 못할 건 또 뭔가. 구매창을 닫지만 아쉬울 건 없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부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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