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저질렀는데 무죄? 뮤지컬 '시카고' 실화 속 죄수들 이야기

조회수 2021. 4. 23.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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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간판 뮤지컬’ <시카고>가 지난 4월 개막했습니다. <시카고>는 재즈와 술, 사랑과 범죄가 난무했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유명세와 자극적인 스토리를 이용해 무죄로 석방될 계획을 꾸미는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오늘은 <시카고>에 등장하는 죄수들의 '실화'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시죠! 

출처: 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벨마 켈리, 실제로는 한 명만 죽였어요!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뮤지컬 <시카고> 벨마 켈리의 모티브가 된 벨바 게르트너(Belva Gaertner)

불륜을 저지른 자신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벨마 켈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바로 왓킨스가 취재한 벨바 게르트너입니다. 게르트너는 카바레 가수로 활동하고 있었죠. 이미 두 번의 이혼을 겪은 그는 1924년 3월 11일 유부남이자 자신의 애인이었던 월터 로(Walter Law)를 총으로 살해합니다. 


다음 날인 3월 12일, 로는 게르트너의 차 안에서 총 한 자루와 함께 시체로 발견되고 게르트너는 즉시 체포되죠. 뮤지컬 속 캐릭터 벨마는 여동생과 남편, 무려 2명을 죽인 살인자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한 명만 살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실제 뮤지컬과 동일하게 자극적인 기사와 스토리 그리고 게르트너의 스타일과 미모가 큰 몫을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또한 게르트너의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도 큰 화제를 모았죠.

어느 여자도 남자를 죽일 만큼 사랑할 순 없어요. 그럴 가치가 없거든요. 그리고 남자는 넘치고 넘친답니다.
실제 록시 하트, 살해 후 칵테일과 음악을 즐기다?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의 모티브가 된 뷸라 아난(Beulah Annan)

뮤지컬 <시카고>의 또 다른 주인공 록시 하트의 기반이 된 인물은 뷸라 아난입니다. 아난은 첫 결혼 이후 21살의 나이에 자동차 정비공 알버트 아난(Albert Anan)과 두 번째 결혼을 합니다. 결혼 이후 아난은 또 다른 내연남 해리 칼스텟(Harry Kalstedt)을 만납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다툼 끝에 1924년 4월 3일, 아난은 칼스텟을 총으로 살해합니다. 범행 장소는 침실로, 실제 아난은 칼스텟이 죽은 이후에도 약 4시간 동안 칵테일과 음악을 즐기며 방을 지켰다고 하네요. 


뮤지컬 속 해피엔딩, 실제로도 그랬을까?
출처: 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뮤지컬 속 벨마와 록시는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삶에 대한 회의감과 유명세에 대한 허탈감을 털어놓으며 함께 공연을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실존 인물인 게르트너와 아난 또한 친분이 있었을까요? 이들이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그들이 뮤지컬 속 해피엔딩을 맞이하진 못했습니다. 게르트너는 두 번째 남편이었던 윌리엄과 재결합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죠. 게르트너는 알코올 중독자로 신고를 당하기도 했으며 윌리엄은 그를 살해 협박으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아난은 뮤지컬 <시카고>에 등장하는 록시의 남편 에이모스와 같이 그를 기다려준 남편 알버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죄 선고 이후 알버트와 이혼한 아난은 복서 에드워드 할립(Edward Harlib)과 재혼합니다. 이 결혼 또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3개월 만에 파혼한 아난은 에이블 마커스(Able Marcus)와 네 번째 결혼을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28살의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했습니다. 

‘무죄!’를 외치다 교수형에 처한 이민자, 그녀의 진짜 결말은?

뮤지컬 <시카고>의 또 다른 유명 넘버  ‘셀 블록 탱고’는명의 여성 죄수들이 자신의 범행 동기와 과정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하지만 다른 죄수들과 다르게 헝가리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발레를 선보이는 인물이 있는데요. 이 인물은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결국 시카고 최초로 교수형에 처하게 되는 비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죠. 

이 헝가리 이민자 또한 동시간대의 같은 인물인 사벨라 니티(Sabella Nitti)를 모티브로 한 인물입니다. 니티는 이탈리아 이민자로 실종된 남편의 강력한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습니다. 명백한 동기와 증거가 불충분했지만 이는 별로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했죠. 비슷한 시기에 아름다운 외모와 세련된 패션 스타일로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끈 게르트너와 아난과 다르게 니티는 외적으로 큰 이목을 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시카고 최초의 교수형을 선고받은 여성으로 이름을 알리고 집행 날짜를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외모지상주의에 반대하며 그를 위해 나서주는 변호사도 있었습니다. 바로 헬렌 시레세(Helen Cirese)입니다. 그는 이 사건을 맡아 마지막 재판에선 불충분한 동기와 증거 그리고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시신을 이유로 니티의 무죄를 받아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변신한 니티의 외모였습니다. 시레세는 재판 내내 니티를 미용실과 고급 살롱에 데려가 외모를 가꾸게끔 도왔고 미국의 미적 ‘이상형’에 충족하게 된 니티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결국 한 사람의 외모가 사건의 유. 무죄를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씁쓸하고도 아쉬운 일이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는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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