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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카메라를 보고 말을 거는 영화 속 주인공.. 왜?

조회수 2020. 11. 18.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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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보통 영화 속의 인물들은 카메라를 철저하게 무시하죠.

그런데 이상하게 ‘이것은 진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가 그렇죠.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는 동화적인 풍경과 완벽한 대칭 구조, 작품 속 인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는 장면 등이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의 공통적인 연출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기법은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이 갑자기 이야기 밖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해설하는 등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여러 연출을 일컫는 말이죠.

베르톨트 브레히트 |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존에 유행하던 환상주의 연극은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절대로 그 이야기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작품 속 세상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여깁니다. 관객들은 일제히 무대만을 바라보고, 몰입하며 그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죠. 브레히트는 이 점에 있어서 관객이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기며 비판했습니다.

환상주의 연극의 대안으로 브레히트는 서사극을 제안했습니다. 서사극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허구라는 것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상기시킵니다. 관객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의 ‘목격자’가 됩니다. 이야기에 몰입하기보다 무엇인가 이상하고, 낯설고, 질문하게 만들기 위해서 브레히트는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주석을 달거나, 노래를 삽입하는 등의 '낯설게 하기' 기법들을 사용했습니다. 서사극은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 ‘제4의 벽’을 깨는 연극인 것입니다.

<서푼짜리 오페라> 공연 장면 | 게티이미지 코리아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1928년, 브레히트가 작곡가 쿠르트 바일과 함께 만든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볼 수 있습니다. 브레히트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통해서 시민사회의 계급과 부패한 사회를 풍자했습니다. 

이야기는 거리의 깡패 매키스와 거지들의 구걸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피첨의 대결을 그립니다. 작품 말미, 매키스가 처형당할 위기에 처할 때 갑자기 피첨이 무대에서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요약합니다.

피첨 :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매키스 씨가 교수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그런 결말을 보지 않도록

매키스 씨를 교수형당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다른 결말을 생각해 냈습니다.

(후략)

서푼짜리 오페라,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은희 옮김, 열린책들

앞으로 영화나 연극에서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을 볼 때마다 어떠한 느낌이 드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브레히트는 바로 그것을 위해 이 기법을 제안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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