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답안지 바꿔치기해달라"며 밤중에 선생님 집 찾아간 학생들?

조회수 2020. 6. 25.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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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게 되면서 ‘집단컨닝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른 방법이라도 불사하지 않는 게 많은 이들에게 더 유효한 가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성과주의적인 일이 오늘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40년 전에 러시아에서 발표된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아이엠컬처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중

어느 날 저녁,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의 집에 엘레나가 가르치는 학생 네 명, 발로쟈, 빠샤, 비쨔, 랼라가 찾아옵니다. 이들은 엘레나의 생일을 축하하며 비싼 크리스털 잔도 선물하죠. 엘레나는 이런 학생들의 축하가 기쁘면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사실 학생들이 엘레나를 찾아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제 있었던 수학시험의 답안을 바꿔치기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이죠. 

학생들은 수학 답안이 들어 있는 학교 금고의 열쇠를 엘레나에게 요구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설득해도 엘레나가 넘어오지 않자 학생들은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뒤지거나 엘레나의 몸을 더듬으며 수색하고, 급기야 열쇠를 주지 않으면 랼라를 겁탈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이 모든 사건을 주동하고 아이들을 선동하는 건 똑똑하고 집안 배경이 좋은 모범생 ‘발로쟈’입니다. 그에게 이런 협박은 장난일 뿐입니다. ‘빠샤’는 발로쟈의 현란한 말솜씨에 홀린 듯이 '강약약강'의 태도를 보입니다. ‘비쨔’는 열등감과 소심함, 절박함이 뒤섞인 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발로쟈의 힘에 따르죠.


출처: 아이엠컬쳐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중

함께 한 학생들 중 유일하게 여성이었던 ‘랼랴’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랼랴는 엘레나를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연민을 느끼고, 때로는 이입하기도 하죠. 말로 현혹하는 것도, 권위를 보여주는 것도 랼랴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지는 못합니다. 


각자가 다 다른 입장에서 발로쟈의 계획에 동참하는 동안, 엘레나는 사건의 가운데에서 오로지 ‘도덕을 지키라’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의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1980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개혁과 개방 정책 속에서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죠. 

출처: 아이엠컬처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중

당시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이상과 현실과의 관계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런 이유 때문에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공연 금지 처분합니다. 


한동안 관객들과 만날 수 없었던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 정책 덕분에 1987년부터 공연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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