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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이 여기서 왜나와?" 미술관에 뜬 XXL사이즈 도넛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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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출처도넛 매드니스!! 2012-20, 세라믹, 언더글레이즈, 유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가변크기|학고재

미대를 꿈꿨지만 선천적 적녹 색약인 그를 받아주는 한국의 대학은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미국으로 향했고, 하트퍼드 아트 스쿨의 도자&조각과에 진학해 꿈을 이뤘죠. 

동양 남자를 향한 편견과 타지 생활의 어려움은 그래도 견뎌볼만했어요. 그러나 2008년 찾아온 금융 위기는 그를 무참히도 흔들었죠. 예술이 사치로 느껴지는 바로 그때, 도넛 사업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솔깃한 마음에 제법 구체적인 플랜을 세웠죠. 하지만 끝내 사업을 시작하진 못했습니다. 돈과 도넛의 달콤함에 취해버리는 순간, 다시는 꿈과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에요.  

‘사업’ 말고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자존심으로 지켰던 그의 결심이 ‘도넛 작가’ 김재용(47)을 탄생시켰습니다. 건설업계에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중동에서 보낸 경험은 신비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밑바탕이 됐고, 색약이라는 핸디캡 또한 색에 구애받지 않는 능력으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밀가루가 아닌 흙으로 빚어져 미(美)각을 자극하는 이 작은 도넛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사랑에 빠졌어
조각의 매력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것이에요. 각각의 도넛들은 행복해지고 싶은 생각들을 의미하죠. 제 머릿속은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도넛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요.

2015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 작가가 고국에서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 <도넛 피어>는 지난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자리입니다. 전시명인 ‘도넛 피어(DONUT FEAR)’는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도넛(DONUT)’의 발음이 ‘두 낫(Do Not)’과 비슷한 데서 착안한 중의적 표현이랍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여파로 전시 오픈 여부를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침체돼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애초 전시를 기획했던 목적인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3주간의 휴관 끝에 관객들을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아주 큰 도넛’ 시리즈를 비롯해 청화 시리즈, 달팽이 시리즈 등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이어지는 1472점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의도대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데요. 현대 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허물고 대중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녹아있는, 동시에 두려움을 잊고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웃어보자는 희망이 담겨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출처'12시야 저녁 먹어야지'(아래)와 '도넛 쏘지 마'(정면)|올댓아트 김지윤

출처왼쪽부터 '다 내 거야!!'와 '아주 아주 도넛 있니' |올댓아트 김지윤

도넛을 한입 먹은 달팽이 천사가 날개를 잃고 땅으로 내려왔어요.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달팽이는 욕망을 좇던 작가 자신이자 현실에 안주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죠. 과녁에 대포를 쏘는 듯한 조각 ‘12시야 저녁 먹어야지’와 ‘도넛 쏘지마’는 바로 자신과 그들을 향한 ‘일갈’입니다.

출처왼쪽부터 '아주 아주 보라 점 곰 도넛', '아주 아주 베이비블루 스프링클 별 도넛', 아주 아주 하얀 초콜릿 원 도넛|학고재

‘아주 아주 큰 도넛’ 연작은 보는 이에게 보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크게 확대한 형태가 점차 거대해지는 욕망을 상징하죠. 사람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다양한 바람을 작은 도넛으로 표현했다면, 작은 욕망이 점차 커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대형 도넛 형태를 통해 직관적으로 드러냈어요.

출처왼쪽부터 '호랑이와 까치', '도넛 없이 못 살아', '유니콘을 가두지 말아요'|학고재

출처'동양과 서양에서 자랐거든' 2018, 세라믹, 언더글레이즈, 산화 코발트, 유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135x132x3.8(d)cm|학고재

‘동양과 서양에서 자랐거든’은 청화 도자의 형식을 빌려 제작한 작업입니다. 91개의 도넛을 둥근 형태로 배치하고 청화 안료로 그림을 그렸죠. 본바탕은 청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중동풍 아라베스크 문양이 눈에 띄는데요! ‘카펫’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를 모아 재구성했습니다.

가장자리에 위치한 도넛에는 실을 묶어 마감 처리한 부분을 그려 넣었습니다. 벽에 거는 태피스트리의 형태를 차용했어요. 어린 시절 집에 걸려있던 태피스트리에 대한 기억을 동양 청화의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출처‘도넛 매드니스!!’ 연작 |올댓아트 김지윤

본관 안쪽 방에 들어서면 ‘도넛 매드니스!!’ 연작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1358점의 도넛 조각을 설치하고 위아래 벽면을 시트지에 인쇄한 도넛으로 가득 채웠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복잡한 생각과 욕망으로 가득 차 일말의 틈도 보이지 않는 현대인의 내면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도넛 매드니스!!’는 작가로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한데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하려던 차에 평소 좋아하던 도넛을 흙으로 빚어 벽에 걸었습니다. 관객들 역시 도넛 조각을 보며 다양한 욕망의 형태를 떠올릴 수 있죠. 

알록달록 수많은 도넛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것은 어떨까요.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2020.3.25~2020.4.26
화~일 10:00 AM - 6:00 PM
(매주 월요일 휴관)
서울 학고재 본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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