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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숨긴 수수께끼? 명화 복원했더니...'충격'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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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헨트 제단화 복원 전(왼쪽)과 복원 후.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회화 중 하나인 이 종교화의 복원 결과가 모두에게 충격(a shock for everybody)을 선사했다.

2020년 1월 25일 공개된 명화 복원 결과를 두고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바로 역사상 가장 오래된 대형 유화 작품이자 걸작으로 손꼽히는 '헨트 제단화'의 복원 때문인데요. 언론은 물론, 결과물을 사진으로 접한 사람들도 소셜미디어(SNS)에 비슷한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출처헨트 제단화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이 그림은 벨기에 헨트에 있는 성 바보(Bavo) 대성당에 걸려 있어 '헨트 제단화'로 불립니다. 제단화는 12개 패널로 구성된 나무 경첩 형태 그림입니다. 크기가 3.4 m × 4.6 m에 달하죠. 유럽 북부 르네상스를 주도한 얀 반 에이크(1385-1441)의 걸작입니다. 에이크는 유화를 처음 발명한 화가이기도 하죠. 그의 형 휘베르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432년 에이크가 완성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유럽 회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지만, 그렇기에 숱한 수난을 겪었습니다. 수차례 도난을 당했고, 불에 탈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나치 또한 이 작품을 탐냈습니다. 당시 독일 군인 헤르만 괴링은 헨트 제단화를 몰래 자신의 수집품 목록에 넣으려 했고,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나치 미술관의 주요작품으로 이 그림을 전시하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제단하의 하단부 가장 왼쪽 패널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현재 성당에 걸려 있는 제단화 하단부 일부는 모작입니다.  

출처헨트 제단화 상세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헨트 제단화는 '양에 대한 경배'로도 불리는데, 하단 중앙에 그려진 그림 때문입니다. 중앙 성배에 떨어지는 양의 피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예수의 희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의 복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양의 얼굴이 어딘가 요상해보였기 때문입니다. 

파리 왱왱

사실 헨트 제단화는 여러 번 덧칠해졌습니다. 1550년 화가 여러 명이 에이크의 명작을 덧칠했고, 이후에도 복원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 이후 크게 훼손된 그림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이어졌죠. 최근엔 X-ray기법 등 첨단 복원기술을 활용해 그림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2012년부터 2020년 1월까지 헨트 미술박물관(MSK)에서 복원 작업을 진행한 건데요. 복원 작업에는 수백만달러의 자본이 투입됐고, 전문가들은 최대한 에이크가 그린 원본대로 복원을 해냈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복원 결과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양의 모습이 동물이 아닌, 어딘가 사람의 표정을 닮아서인데요. 뾰족한 귀 때문인지 인간을 흉내낸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놀랄 만큼 인간화된" 동물의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눈엔 생기가 넘치고 코와 입은 움직이는 듯 보입니다. 우스꽝스럽게 뾰로통한 표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SNS상에는 다양한 패러디가 올라오곤 했는데요. 특히 영화 <쥬랜더> 속 배우의 얼굴 표정과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출처SNS캡처

전문가들 또한 복원 결과물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복원협회장 엘렝 드부아조차 "양의 얼굴이 너무 만화적으로 묘사됐다"면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아트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그는 "당시 네덜란드 르네상스 회화에서 이런 기법이 관찰된 적은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죠.

그러나 헨트 제단화를 복원한 이들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입니다. 벨기에왕립문화유산기구 큐레이터들은 지난 3년간 수술용 도구와 현미경을 사용해 오래된 물감을 벗기고 복원작업을 해왔습니다. 복원작업을 진행한 큐레이터들은 성명을 통해 "조잡하게 덧칠해진 노란색 염료를 벗겨내자 에이크의 풍부하고 장엄한 표현기법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복원되기 전 헨트 제단화는 원본의 70%가 덧칠해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덧칠해 양의 눈이 4개인 것처럼 보인 시절도 있었죠. 현재 그림은 원본의 95% 상태까지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복원이 엉터리가 아니라면, 이 그림엔 분명 숨은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에이크는 그림 속에 사회적 상징성과 삶의 양면성을 그려넣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434년 작품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처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이 작품은 정교한 세부묘사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림 속엔 많은 상징들이 숨어있습니다. 결혼서약식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사실 죽은 아내를 그린 그림입니다. 

끝없는 덜덜

둘은 1426년에 결혼했는데, 안타깝게도 아내는 1433년 세상을 먼저 떠납니다. 그림은 부인이 사망한 후 1년 뒤에 그려진 사후(死後) 초상화이자 결혼 회고록 같은 작품입니다. 부부 머리 위로 달린 샹들리에를 보면 남편 쪽에만 불이 켜져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내의 '생명의 불씨'가 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발 아래쪽에 자리한 강아지는 부부간 신의성실의 상징이고, 벽에 걸린 거울의 테두리에 조각된 예수의 수난 이야기와 그 옆의 묵주는 결혼생활의 인내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부의 뒤로 보이는 거울에는 수수께끼 같은 제3의 인물이 비쳐 보입니다. 에이크는 부부를 관찰하고 있는 자신을 그림 속에 그려 넣었죠. 에이크는 거의 모든 작품에 서명을 한 최초의 플랑드르 미술가였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화가였죠.

그렇다면 헨트 제단화 속 양의 묘사에도 숨은 뜻이 있진 않을까요. 벨기에 브뤼허박물관 관장인 틸 호거 보르체트(Till-Holger Borchert)는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에이크가 숨겨놓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BBC에 밝혔습니다. 인류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희생하는 어린양, 예수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의 표정을 지닌 동물을 그려넣은 건 아닐까요. 에이크는 약 6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림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에이크를 연구하면서 깨달은 건 그가 양면성의 대가라는 사실입니다. 에이크의 그림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수수께끼들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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