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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태에 그렇지 못한 뜻···'튀튀'의 음흉한 역사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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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지젤' 역을 맡은 안나 파블로바(1931, 왼쪽). 러시아에서 <지젤> 무대에 오른 알렉산더 스토야노프, 예카트리나 쿠하리 (2017) ©위키피디아
튀튀와 토슈즈

'발레리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잘록한 허리 아래 화려하게 펼쳐진 스커트, 그 밑으로 매끈하게 뻗은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토슈즈일텐데요. 그런데 처음부터 발레리나들이 튀튀와 토슈즈를 착용한 건 아닙니다. 18세기 프랑스 왕궁에서 펼쳐진 발레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의상을 입곤 했습니다. 화려한 장신구와 가죽 가면도 정교한 동작을 보여주는 데 걸림돌이었죠. 

하지만 발레가 궁정을 벗어나 '극장'으로 오면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귀족은 물론 다양한 계층이 발레를 즐길 수 있게 된 건데요. 그러다보니 점차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발레에 녹아들었습니다. 주로 현실 세계보다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라 실피드> <지젤> 등이 대표 작품이죠.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자리를 잡은 이런 발레 사조를 '낭만발레'라고 부릅니다. 

출처<라 실피드>에서 '공기의 요정' 실피드 역을 맡은 마리 탈리오니 초상화. 1832 ©위키피디아

튀튀의 유행은 바로 낭만발레에서 시작됐습니다. '공기의 요정'이라는 뜻의 작품 <라 실피드> 주인공이 튀튀를 입으면서 부터인데요. 1832년 발레 제작자 필리포 탈리오니는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서 딸 마리 탈리오니를 주인공 실피드로 내세웁니다. 

작품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시골 처녀와 결혼을 앞둔 청년 제임스 루벤은, 결혼식을 앞두고 공기 요정 실피드에 반해 도피 행각을 벌입니다. 제임스는 실피드를 붙잡기 위해 주술사에게서 받은 마술 스카프로 실피드의 허리를 묶는데요. 오히려 이게 화근이 돼 실피드를 잃습니다. 그러는 동안 약혼녀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죠.

실피드를 연기한 탈리오니는 요정의 가볍고도 공기 같은 특질을 예술적으로 체화했습니다. 마치 진짜 요정처럼 하늘거리는 종 모양의 스커트를 입고 까치발을 한 채 토슈즈를 신었습니다. 작품은 대성공을 거뒀고, 탈리오니가 입은 스커트는 유행처럼 번져갔죠. 

출처에드가 드가, <발레 수업> 1871~1874 ©위키피디아

그런데 '튀튀'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튀튀(tutu)의 정확한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튀튀'라는 단어 자체가 1881년 이전까지는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튀튀'를 둘러싼 다양한 설이 존재하는데요. 첫째로는 스커트를 만드는 튤(tulle)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로, 프랑스 유아어(아이들이 처음 말을 배울 때 쓰는 단어)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많이 거론됩니다. 엉덩이를 유아어로 '큐큐(cucul)'로 일컬었다는데요. 또 프랑스어로 엉덩이, 또는 생식기를 뜻하는 '큐(cul)'가 '튀튀'의 유래라는 설도 있습니다. 두가지 설 모두 당시 발레계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파리오페라극장을 비롯해 유럽 극장들의 무용수는 최하층 계급의 딸이 많았습니다. 부유한 상인이나 귀족들은 발레리나의 스폰서를 자처했죠. 

당시 발레 공연은 호색한 남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 무용수의 몸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1930년대까지 파리오페라극장은 연간 회원들에겐 백스테이지와 연습실까지 들어오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부유층 남성들은 젊은 발레리나의 몸을 눈으로 훑으며 애인을 물색했죠. 에드가 드가가 '발레'를 주제로 그린 그림에는 이런 남성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합니다. 이 남성들이 백스테이지에서 발레리나의 튤 드레스를 툭툭 치며 '궁디팡팡(pan-pan cucul )'을 하면서 '튀튀'가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일부러 파리오페라극장의 연간 회원들은 무용수들의 속옷이 보이는 객석 맨 앞줄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튀튀가 이런 연간 회원들의 구미에 맞게 고안된 스커트라는 설도 있습니다. 프랑스 극작가 샤를 뉘테르(Charles Nuitter 1828~1899)는 "튀튀는 매우 짧은 패티코트(속옷)을 지칭하는 속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음흉한 역사를 품고 있지만 튀튀는 고전발레 시대로 접어들며 그 길이가 더 짧아졌습니다. 무용수의 다리는 더 잘 보이게 드러났고, 덕분에 동작은 보다 정교하고 화려해졌습니다. 

[참고]
발레에 반하다 (정재왈, 아이세움)
발레와 현대무용 (수잔 오, 김채현 옮김, SIGONGART)
발레 페다고지 (로리 포스터, 정옥희·임수진·홍애령 옮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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