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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캣츠'가 '극혐'영화 된 이유

아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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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캣츠>가 흥행 실패로 약 7000만 달러(한화 약 817억 원)를 손해 볼 전망입니다. 개봉 초반엔 크리스마스 특수로 제법 관객을 모으는 듯했으나, 개봉 열흘째인 1월 2일 겨우 누적 74만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톰 후퍼 감독이 개봉 전날 내한해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응원하고 김연아를 언급하는 등 필사적인 ‘국뽕’ 어필까지 했지만 <캣츠>에 대한 악평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영화 본편보다 악평이 더 재밌을 정도라는 <캣츠>의 리뷰를 아직 못 본 분들을 위해 몇가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끔찍한 장르의 포르노를 보는 느낌이다.
- 뉴욕 타임즈의 카일 뷰캐넌
기생충이 뇌를 파먹는 기분이다. 보다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이 왔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내 안의 빛이 점점 꺼져가는 걸 느꼈다.
- 리틀 화이트 라이즈

영화 <캣츠>, 대체 어떻길래 원작의 명성을 처참히 짓밟는 수준의 비판이 나왔을까요? 먼저 뮤지컬 <캣츠>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캣츠>는 노벨상 수상자인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원작입니다. 거기에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명작을 만든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음악을 붙였죠.


사실 뮤지컬 <캣츠>도 개막 전엔 아무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쫄쫄이 옷에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스토리도 없이 뛰어다니는 작품을 누가 보겠느냐는 것이었죠. 게다가 연출가 트레버 넌도 이전까진 대형 상업극 연출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막이 오르자 관객들은 <캣츠>를 사랑했습니다. 고양이 캐릭터들은 사랑스러웠고, ‘Memory’를 비롯한 웨버의 음악은 중독적이었으며, 고양이의 움직임을 발레, 현대무용, 아크로바틱으로 승화시킨 질리언 린의 안무는 환상적이었습니다.


1981년 막을 올린 영국 공연은 2002년까지 무려 21년간 계속되었으며, 브로드웨이 공연은 그보다 조금 짧은 18년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훌륭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캣츠>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작이 되었을까요? (ㅠㅠ)



불쾌한 골짜기

일단은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불쾌한 골짜기’를 원인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인간이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정리한 이론입니다. 로봇이 사람과 닮을수록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거부감으로 바뀐다는 것이죠. 


이 이론은 3D 애니메이션이나 CG에도 적용됩니. 게임을 실사화한 <소닉 더 헤지혹>이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비주얼로 욕을 먹고 디자인을 전면 수정한 것이 그 예입니다.

영화 <소니 더 헤지혹> 수정 전과 후

<캣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뮤지컬에선 어디까지가 사람의 얼굴이고 어디까지가 분장인지가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반면 영화에선 CG로 인간의 몸과 고양이의 귀, 털, 꼬리를 미묘하게 합성해버렸죠. 때문에 고양이 분장을 한 인간이 아닌, 고양이와 인간 그 사이에 있는 기괴한 생물체로 보여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영화는 뮤지컬에서 귀엽게 순화시켜 표현했던 요소들을 리얼리티의 영역으로 처참하게 끌어내버렸습니다. 


‘캣츠’의 연관검색어로까지 등극해버린 ‘바퀴벌레’가 대표적 예입니다. 사람 얼굴이 합성된 리얼한 바퀴벌레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나와 관객들을 경악시킨 것인데요, 뮤지컬에는 그런 끔찍한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들이 소품을 갖고 바퀴벌레 흉내를 내며 노는 장면이 짤막하게 나왔을 뿐이죠. 

뮤지컬에서 고급 레스토랑에 다니는 것으로 묘사됐던 귀족 고양이 버스토퍼존스도 영화에선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물 쓰레기를 게걸스럽게 먹는 것으로 그려져 비위를 상하게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다리를 쩍 벌리고 가랑이를 긁는 레벨 윌슨(제니애니닷 역)이나 고양이털이 너무 짧아 벌거벗은 것처럼 보이는 이드리스 엘바(맥캐버티 역)를 보고 있자면 이들의 존엄성과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대한 걱정마저 들 정도라니까요.

비주얼이 아무리 끔찍해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 있으니 최소한 춤과 노래에서 즐거움을 뽑아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킹스 스피치> <대니쉬 걸> 등 잔잔하고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에 강했던 톰 후퍼 감독은 화려한 퍼포먼스가 중요한 <캣츠>와는 너무나 상극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역에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를 캐스팅해놓고도 카메라는 그의 춤을 매력적으로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공연장에서 실제로 보면 흥을 주체할 수 없어 일어나고 싶어지는 럼텀터거의 노래도 영화에선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98% 부족한 연출

감동적인 장면을 잘 연출하는 톰 후퍼인 만큼 ‘Memory’만큼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어봤지만, 연출이랄 게 없이 주구장창 제니퍼 허드슨(그리자벨라 역)의 얼굴만 클로즈업합니다. 앞서 온갖 괴상망측한 것들을 보고 지쳐버린 관객들은 이제 와서 감동받을 힘도 없습니다. 그저 제니퍼 허드슨의 콧물을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죠.

억지 스토리

원래 뮤지컬 <캣츠>엔 이렇다 할 줄거리가 없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무도회’에서 선택된 고양이는 새로운 삶을 얻는다는 것뿐이죠. 뮤지컬은 1, 2막 내내 젤리클 무도회에서 선발되기 위한 고양이들의 ‘자기소개’ 노래들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뛰어난 퍼포먼스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로 꽉 찬 뮤지컬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영화는 이걸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원작에선 단역이었던 빅토리아를 중심인물로 만들었습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빅토리아가 젤리클 고양이들을 만나 소속감을 느끼고 성장한다는 것인데요. 거기에 빅토리아를 위한 영화만의 오리지널 노래 ‘Beautiful Ghosts’까지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원작에 없던 스토리를 굳이 끼워 넣다 보니 개연성 없는 ‘억지 감동’으로 느껴집니다..


문제는 빅토리아뿐이 아닌데요. 정체를 알 수 없기에 매력이었던 악당 맥캐버티도 ‘설명충’처럼 그의 동기를 구구절절 설명해주다 보니 매력이 반감됩니다.

스크린에서의 '캣츠'?

영화 <캣츠>가 망작이 된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캣츠>가 애초에 스크린이 아닌 무대에서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무대는 약속의 공간입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의자를 하나 갖다 놓고 침대라고 하면 침대가 되고, 거대한 선박이라고 하면 선박이 되는 곳이 바로 무대죠. 마찬가지로 인간 배우가 무대에 올라와서 고양이라고 하면 고양이가 됩니다. 물론 이를 그럴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분장과 신체 연기가 필요하겠지만요. (뮤지컬 <캣츠>의 배우들은 고양이처럼 움직이기 위한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고 별도의 워크숍을 통해 직접 분장하는 법을 배워요!)


그런데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 고양이도 인간도 아닌 괴생물체를 보여주고 이들이 고양이라고 믿으라니,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게임이었던 거죠.

또한, 뮤지컬 <캣츠>는 공연 전과 인터미션에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서 관객들과 놀아주기 때문에,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체험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요. 이런 작품을 스크린 안에 가둬두니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캣츠>를 꼭 영화화해야만 했다면 <캣츠>가 무대를 위한 작품이란 사실을 존중하고, 공연 실황을 찍듯 찍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 듯합니다. 아니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겠네요.

뮤지컬 <캣츠> 내한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 있습니다. 뮤지컬 <캣츠>가 올해 내한 공연으로 돌아온다는 것인데요. 2020년 7월엔 부산에서, 8월엔 서울에서 개막합니다. 부디 영화 보고 놀란 가슴을 이 공연이 달래주길 바랄 뿐입니다.

 

사진ㅣ네이버무비,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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