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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간 '민중의 걸개'

조회수 2019. 11. 1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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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올댓아트 권재현

1988년 11월 13일 연세대학교 교정에 서울미술운동집단 '가는 패'의 걸개그림 '노동자'가 걸렸습니다. 이날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및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에 사용된 이 그림은 1980년대 후반, 걸개그림 형식의 일대 전환을 가져온 '가는 패'의 대표작으로 꼽혔지요.

하지만, 1989년 3월 7일

현대중공업 계동본사 시위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탈취

그리고 30년 만에, 이 그림이 경기도미술관 전시장에 복원되었습니다. 

출처: 올댓아트 권재현

경기도미술관은 독재정권에 맞서 시민들의 저항과 울분이 폭발하던, 1980년대의 주요 미술작품 330여점과 자료 1000점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 변화의 한 축을 견인하며 새 흐름을 만들어낸 경인, 경수 지역의 소집단 미술 운동을 당대의 자료를 통해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경기아트프로젝트

'시점·시점-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

출처: 이기연_노동자의 시대 막은 오른다(1988) | 경기도미술관 제공

'노동자'뿐만 아니라, '1985년, 한국 미술, 20대의 힘'전에서 경찰에 압수돼 자취를 감춘 '미술동인 두렁'의 작품 15점이 처음 발굴돼 당시의 사진들과 함께 전시됩니다. 시대정신기획위원회가 엮은 '시대정신' 관련 자료들 중, 미술평론가 유홍준의 번역 원고와 백기완, 김윤수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해 책을 편집하기 위해 수집했던 희귀 사진과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출처: 이억배_그린힐 노동참사 여성노동자 22인 영정도(1988)ㅣ경기도미술관 제공
김종길 학예 팀장은 "당시 미술운동을 기획하고 실천한 작가들의 정신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그들의 미학은 '현장'에 있었고, 현장은 미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유의 지평이었다"고 밝혔는데요. 당시의 예술가들은 거리 집회, 가두 시위 등 투쟁의 현장이나 삶과 노동, 그리고 통일 운동의 현장에서 삶과 예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합니다. 
출처: 황세준_우울한 성장소설(1986)ㅣ경기도미술관 제공

시대의 한 가운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의미의 '시점·시점(時點·視點)'. 


오랫동안 사라지고 잊힌 소집단 미술운동을 복권시키면서 우리 현대미술을 다시 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한국 현대사에서 산업화 세력의 권위에 맞서 민주화 30년을 이끌어온 86세대의 '가치'와 '생명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오늘날입니다. '전시 이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시점時點·시점視點_
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

20193.10.29~2020.02.02
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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