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뻥 뚫린 조각상의 비밀

조회수 2019. 11. 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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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해질녘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출처: 영화 <82년생 김지영> | 네이버영화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답답한 심정을 조각으로 표현하면, 이런 모습일까요?

출처: 브루노 카탈라노 '여행자' 시리즈

무언가에 의해 뻥 뚫려진 것 같은 구멍, 상체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인물들이 베니스 전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다소 기괴하기까지 한 이 조각상들은 유명 조각가 브루노 카탈라노가 만든 '여행자' 시리즈입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중 조각에 빈 공간을 내어 여행의 추억 일부를 남겨두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출처: 브루노 카탈라노 '여행자' 시리즈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소품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바로 가방인데요.다양한 디자인의 가방들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이 작품의 무게를 지탱해주면서 각각의 떨어진 신체 부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즉 여행자의 가방을 상징적으로 의미하고 있죠. 

출처: 브루노 카탈라노 '여행자' 시리즈

사실 ‘여행자’ 시리즈는 그의 삶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그는 11살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습니다. 선원 생활을 하던 그는 1981년 마르세이유에서 프랑수아 하멜의 모델링 수업을 등록, 자신만의 작업을 펼쳐내기 시작했습니다. 

조각 사이에 있는 여백은 마치 사람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줍니다. 또 이 조각상의 위치에 따라 어우러지는 배경이 달라져 매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은 작가의 ‘계산’이 반영된 것입니다. 브루노는 주변의 환경, 계절, 설치될 지역의 사람들의 삶을 고려해 작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세상 풍파를 겪은 듯 보이지만 멈추지 않고 여행을 이어가는 발걸음이, 현대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여러분은 이 조각들을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브루노의 ‘여행자’ 시리즈는 2019년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전역에서 관람할 수 있다고 하네요. 

사진 | 브루노 카탈라노 홈페이지 및 라바냔(Ravagnan) 갤러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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