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 전문배우★김찬호·조형균이 이번에는?!

조회수 2019. 11. 5.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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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선과 악, 외계 행성에서 온 양성애자 과학자, 원고지, 늑대, 뱀파이어, 질투의 의인화까지. 이토록 많은 ‘낫닝겐(인간이 아님)’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배우가 있을까.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찬호와 조형균의 얘기다.

출처: 알앤디웍스

이들이 창작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통해 새로운 '낫닝겐' 캐릭터에 도전한다. 독일 소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이 맡은 캐릭터는 주인공 페터로부터 그림자를 산 수상한 존재 ‘그레이맨’.


독보적인 콘셉트와 색깔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알앤디웍스의 신작이기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역시 얼마나 신선한 작품이 탄생할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9년 11월 초연 개막을 앞두고 김찬호와 조형균을 만나 어떤 작품이 될지 들어보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작품에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김찬호: 저는 대본 초고가 나왔을 때 내부 리딩 공연부터 참여했어요. <더데빌>을 했을 때도 우디 박(Woody Pak) 작곡가님의 음악이 참 좋았는데, 이 작품에도 비슷한 록 느낌에 클래식한 음악까지 귀에 꽂히는 곡들이 많더라고요. 원작 소설도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될 정도로 재밌었고요.


조형균: 출연 제안을 받고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요소도 많은 것 같았고요. 그림자를 판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참신하고 새롭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했죠.

두 분이 맡은 역할, 그레이맨과 벤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찬호: 그레이맨은 쉽게 말하자면 악마예요. 지금까지 수많은 인간들과 영혼을 거래해왔어요. 그런데 다들 너무 쉽게 넘어와서 재미없어 하던 차에, 다른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페터를 만나 그에게 접근하는 거죠. 그레이맨은 사연이나 아픔 같은 건 없어요. 그에겐 모든 게 ‘재미’예요. 재미로 다른 사람을 파멸시키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죠.

 

벤델은 페터의 하인인데, 그의 정체가 원작과 가장 다른 부분이에요. 원작에선 그레이맨과 벤델이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뮤지컬에선 그레이맨이 하인으로 위장한 게 벤델이거든요. 그걸 페터만 모르는 거죠.


처음 리딩 할 때까지만 해도 1인 2역이지만 전혀 다른 인물처럼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목소리도 다르게 내고요. 그런데 그게 너무 뻔한 것 같아서, 형균이랑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한 인물로서 표현하게 됐습니다. 물론 약간의 디테일한 차이는 있어요. 그런 요소를 찾는 것도 관람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요.

출처: 알앤디웍스

굉장히 판타지적인 인물인데요. 이런 그레이맨을 통해 작품이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조형균: 최근 뉴스를 통해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실체가 많이 드러나고 있잖아요. 부조리한 일들이 당연하게 벌어지는 사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겉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내심 그렇게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해요.


그런 속마음을 건드려주는 인물이 그레이맨이에요. 평소 눈여겨보지 않지만 사실 소중한 존재인 그림자와 돈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그 선택지를 제시하는 인물이죠.

두 분 다 ‘낫닝겐’ 캐릭터를 많이 해오셨는데요. 이전 배역들과 그레이맨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조형균: 최근 저희가 같이 했던 <더데빌>이란 작품을 예로 들면, X-White와 X-Black은 정말 명확한 ‘선’과 ‘악’이잖아요. 대사 톤도 누가 봐도 신적인 존재, 악마적인 존재로 표현했고요. 반면 그레이맨은 보다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주변에 보면 알게 모르게 이간질하며 나쁜 짓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 기분 나쁘고 찝찝한 느낌을 주는데, 그레이맨이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전형적인 악마처럼 표현하면 보다 쉬울 텐데, 그걸 비틀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공부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알앤디웍스

‘낫닝겐’을 연기할 때 캐릭터에 접근하는 나만의 방식이 있나요?

김찬호: 저는 제 모습에서부터 시작해요. 사실 그 인물을 다 알 수가 없잖아요. 저는 인간인데. 그래서 ‘내가 얘라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을까’에서부터 시작하면 캐릭터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여러 영화나 책을 보면서 참고하기도 하고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같은 경우는 소설에 나와 있는 삽화가 도움이 됐어요. 깡마른 검은색 형체가 페터의 그림자를 집어 올리는 장면인데,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그 자체가 악마처럼 보이더라고요. 뮤지컬에선 그레이맨이 수트를 입고 나오는데, 그 속은 아마 그런 깡마른 형상이 아닐까 상상도 해봤고요. 거기에 착안해 다양한 움직임도 시도해보고 있어요.


조형균: 저는 그냥 똑같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풀어나가요. 흔히 ‘관념’ 캐릭터라고들 하잖아요. 그렇지만 결국엔 관념이라는 것도 인간의 심리에서 파생된 거고, 사람이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질투’를 의인화한 인물을 연기한다면 제가 질투를 느꼈던 상황에서부터 접근을 하죠. 그레이맨도 ‘나는 악마야’라는 생각으로 연기하기보단 이런 특이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갔어요.

출처: 알앤디웍스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요? 두 분이 워낙 많은 작품을 함께했던 사이라 서로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조형균: 찬호 형은 제가 진짜 좋아하고 존경하는 형이에요. 서로 코멘터리를 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이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도 서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자고 제안을 많이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 시너지가 있으니 연습도 너무 재밌어요.


김찬호: 형균이는 안 지도 오래됐고 워낙 친해서 좋은 에너지를 정말 많이 줘요. 가끔 더블, 트리플 하는 배우들끼리 자기만 챙기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도움을 많이 주고받고 있죠. 어떻게 하면 우리 캐릭터가 이 작품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이 작품이 잘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게요. 

배우로서 창작 초연을 할 때 가장 힘든 점과 뿌듯한 점은 무엇인가요?

조형균: 배우에게나 크리에이티브 팀에게나 기획사에게나 창작은 제일 힘든 작업이에요. 맨땅에 헤딩 하는 느낌이거든요. 우리나라의 대관 시스템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공연을 완성해야 한다는 고충도 있고요.


그렇지만 공연이 올라가서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실 때, 우리가 의도했던 걸 관객분들도 명확하게 느꼈을 때 가장 뿌듯해요. 또 라이선스와 달리 창작은 우리가 만든 거잖아요. 캐릭터를 창작 초연을 한 배우가 함께 만들어나갔다는 보람이 있죠.


김찬호: 어떻게 보면 도박이거든요. 공연 하나 올라오는 데 1~2년 넘는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많은 실험들을 하는데 그게 공연에 쓰이지 않으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과정 자체가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거고, 그렇게 해서 작품이 올라오면 거기서 올라오는 카타르시스가 대단해요. 그것 때문에 창작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출처: 알앤디웍스

두 분은 만약 페터처럼 그림자를 팔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김찬호: 저는 안 팔아요. 지금 상황에선 큰 욕심이 없거든요. 갖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팔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조형균: 저는 팔아요. 그림자 판 돈으로 극장을 짓고 싶어요. 창작 공연을 오랫동안 수정해가며 만들 수 있는 그런 극장이요. 전 세계인이 브로드웨이에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공연의 허브가 될 수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요.

두 분 다 작품 활동으로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내고 계신데요. 지치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김찬호: 재미예요. 저는 뭐든 재미가 없으면 너무 힘든데, 공연은 재밌거든요. 오늘은 어떤 공연이 될까, 어떤 느낌으로 이 인물을 표현해볼까, 오늘 연습실에 가면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힘든 와중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조형균: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배우, 스태프를 만나잖아요. 그런 새로운 환경, 새로운 만남 때문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게 아마 일반 회사원과는 다른 배우란 직업의 장점 아닐까요. 그리고 어쨌든 공연을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요.

출처: 알앤디웍스

조형균 배우는 최근 <시라노> 공연을 무사히 마쳤죠.

조형균: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시라노>는 저에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작품이에요. 특히 (류)정한 형은 어렸을 때부터 우러러본 대선배잖아요.


제가 처음 본 뮤지컬도 형이 나온 <오페라의 유령>이었고요. 그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게 너무 영광스러웠어요. 정말 좋은 배우, 스태프들을 만나 끈끈하게 지내기도 했고요. 저에게는 정말 과분한 역할이었는데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제 배우 인생에서 오래 기억될 작품이에요.

김찬호 배우도 최근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 오랜만에 다시 출연했고요.

김찬호: <히스토리 보이즈>는 제가 6년 전 초·재연을 함께했던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기점으로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셨죠. 이번 시즌은 원래 할 생각이 없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맡게 돼서 참여했어요. 전에 학생 역을 했던 제가 선생님이 돼서 다시 출연하는 것 자체가 의의도 있고 재밌을 것 같았고요.

두 분이 같이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김찬호: 형균이랑 같이 하는 거라면 뭐든 좋죠.

조형균: 둘이 형제로 나오는 걸 해봤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기다리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김찬호: 이번 작품이 뮤지컬이란 장르에 새로운 획을 그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기대하시는 그 이상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많이 할 테니까 꼭 극장에서 보시고 평가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형균: 연습 기간 동안 똘똘 뭉쳐서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에요.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많이 보러 와주시고요. 공연 보고 나가시는 길에 그림자 잘 있나 한 번씩 확인해보세요(웃음).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2019.11.16 ~ 2020.02.02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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