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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톱 출신 탤런트, 레이먼 킴의 아내, 이제 '뮤지컬 배우'!...김지우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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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기대하는, 심지어 ‘나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한 길에서 벗어난 행보를 걷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역으로 호평을 받은 김지우가 '벤허'의 에스더를 한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이 그랬다.


김지우가 부각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그가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작품과 역할을 선택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의외’의 선택이 지금의 김지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출처BNT

첼로를 전공하려던 고등학생이 TV 방송에 나오게 된 것도, 드라마 '논스톱 5',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의 작품에 출연하던 탤런트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된 것도, 자신이 서 있는 길에서 벗어난 의외의 도전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잔혹함과 관능미를 풍기던 디바가 왜 굴곡진 삶을 사는 유대 노예를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벤허' 대장정의 끝을 3주 정도 앞두고, 그를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 '벤허'의 에스더로 돌아왔어요.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작 '시카고'를 마치고 ‘여성 캐릭터가 더 보이는 작품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벤허' 대본을 보게 됐어요. 초연을 보지 못하고 대본만 본 상태라 많이 고민했죠. 에스더는 작품에서 그렇게 부각되어 보이지 않았거든요.


고민을 하던 중에 주변에서 이런 역할이나 기승전결이 있는 곡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에스더를 한다면 제가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초연 때 호평을 받은 작품이고, 대본과 음악이 주는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더라고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걱정보다 앞선 것 같아요.

-. 공연이 이제 3주 정도 남았어요. 직접 무대에서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요?

사실 '시카고'를 기회 삼아 어떤 작품을 해야 제가 더 부각될 수 있을지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벤허>를 하면서 ‘이제 어떤 역할을 맡아도 내가 해낼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계기가 '벤허' 두 번째로 공연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운 땅’이라는 노래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전주가 흘러나오고 암전된 상태에서 무대로 걸어가면서 오늘도 이 노래를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어요.


그런데 3번째 공연부터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보여주자고 저 자신을 다독이고,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보니까 고민이 많이 사라지고, 두려움도 극복한 것 같아요.

출처뉴컨텐츠컴퍼니

-. 사실 에스더는 작품 속에서 서사도 부족하고, 처음부터 이미 완성된 캐릭터라 느껴지기도 해요. 에스더란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맞아요. 에스더는 처음부터 완성됐고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이죠. 그래서 저는 이전의 에스더를 많이 생각했어요. 제 나름대로 분석한 건 에스더는 집사의 딸이었기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벤허 집안의 사람이었을 것이고, 메셀라가 벤허 집안에 와서 크는 과정도 다 지켜보고, 벤허와 남녀 사이의 감정도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결국 에스더는 벤허와의 관계를 주인과 하인으로 정리하고 성장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에스더는 벤허보다 주변의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메시아를 찾은 이도, 벤허 집안에서 메시아 같은 존재도 에스더가 아니었을까요? 대본상에서도 에스더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는 이런 서브 텍스트를 많이 생각했어요. 얼마 전에도 메셀라 역의 민성이 오빠와 ‘메셀라가 왜 집을 나갔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사실 이런 서브 텍스트들이 배우가 상상하고 대입해서 만들 수 있는 결과고, 이런 작업이 굉장히 즐거워요. 배우에게만 주어진 특권 아닐까요?

-. 듣고 보니 궁금해져요. 배우들이 생각한 메셀라가 집을 나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에서 메셀라인 박민성 오빠가 이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로마가 다스리고 있는 시대에 로마인인 메셀라가 유대 귀족 집안의 도움을 받고 자라면서 왜 자신이 여기 있고, 유대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메셀라 또한 자라면서 에스더를 좋아하게 됐고, 그런데 에스더가 벤허만 바라보니까 메셀라와 벤허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서브 텍스트를 생각했다고. 작품상에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요? (웃음)

출처뉴컨텐츠컴퍼니

-. 벤허를 맡은 배우들의 개성이 각자 다 달라요. 에스더로서 함께 연기한 4명의 벤허들은 어떤가요?

맞아요. 정말 네 명의 배우가 다 다르죠. 먼저 은태 오빠는 처음부터 ‘본투비 귀족’ 느낌이 들어요. 절대 흥분하지도 않고, 자기중심을 잘 지키고 있는 벤허죠. 가족처럼 유대감이 듬직하면서도, 주인과 집사의 딸이라는 관계가 명확하게 보여요.


카이 오빠는 처음 만났을 때는 부드러움과 장난기를 같이 가지고 있는데, 점점 극이 흘러갈수록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고 혼자 고뇌를 많이 해요. 주인님으로서는 흐트러짐이 없어서 제가 격식을 차리고 모셔야 할 것 같은 정석적인 벤허 주인님이시죠.


지상 오빠는 주인님이지만 친구 같은 따뜻한 벤허예요. 특히 ‘카타콤의 빛’을 부를 때는 정말 따뜻하게 와닿고, ‘골고다’ 장면에서는 너무 안쓰러워서 감싸주고 보살펴줘야 할 것 같죠.


우혁이는 너무 귀여워요 (웃음). 처음에는 정말 철없이 해맑고 천진난만한 아이라서 내가 다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주인님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는 모습이 쭉 보이는 벤허라고 할까요? 그래서 마지막에 우혁이가 땅을 치면서 우는 모습을 보면 천진난만한 첫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출처뉴컨텐츠컴퍼니

-. 벤허의 고난과 역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나요?

대부분 ‘그리운 땅’을 부를 때 가장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려는 벤허를 막고 숨기는 장면이 심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양쪽의 마음을 모두 알아서 막을 수밖에 없고, 그렇지만 천륜을 막는 에스더의 마음은 찢어지죠. 2회 공연을 마친 다음 날이면 눈이 퉁퉁 붓고 진이 빠져 있을 정도예요.

-. 어둡거나 슬픈 작품에 몰입하면 일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물론 다음 날 힘든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을 하든 제 일상으로 가져오지 않아요. 제 성격이기도 한데 다행이죠. 연습이나 공연을 할 때는 작품에 충분히 빠져있지만, 평상시에는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제가 평상시에도 노예로 살 필요는 없잖아요? (웃음)

출처뉴컨텐츠컴퍼니

-. 아직 ‘김지우’하면 탤런트나 레이먼 킴 셰프의 아내로 바라보는 대중들이 많아요. 그만큼 드라마나 예능 같은 곳에서 제의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공감하겠지만, 이 무대라는 게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분명 있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이 영화보다 처음 선택하는 건 쉽지 않지만, 한 번 경험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잖아요. 그것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처음 뮤지컬 '그리스'를 본 기억을 잊지 못하거든요. 바로 눈앞에서 연기와 예술을 하는 걸 본 충격이 잊히지 않는데, 처음 무대를 설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TV, 영화는 촬영하고 편집한 후에 사람들에게 보이지만, 무대는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고, 연기에 집중한 객석이 주는 에너지가 엄청난 힘이 되거든요. 그 힘으로 연기를 하고 순환하면서 하는 연기가 무대의 매력이라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아요.

-. 뮤지컬 배우로서 전환점이 된 작품이 있다면요?

저는 '닥터 지바고'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뉘어요. 이전에는 김지우 하면 연예인, 탤런트 출신의 쇼 뮤지컬을 위주로 하는 배우였어요. 그런데 '닥터 지바고'를 시작으로 클래식한 노래와 작품을 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논란도 정말 많았어요. 함께 한 전미도 언니는 연극에서 인정받는 배우였지만, 저는 ‘김지우가 이 작품을 한다고?’ 하는 반응이었죠. 공연이 올라가고 처음 3개월은 계속 욕을 먹다가 후반 3개월부터 좋게 봐주시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때 함께 했던 홍광호 오빠, 조승우 오빠 덕분에 많이 배우고 용기를 얻었어요. 광호 오빠는 노래할 때도 얼굴 근육을 자연스럽게 쓰라는 노래 ‘꿀팁’도 알려주셨고, 승우 오빠는 제가 힘들어하고 있을 때 오셔서 “나는 무대가 암전됐는데도 끝까지 연기하는 배우는 지우가 처음이야. 너무 좋아”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위로가 됐어요. 함께 한 미도 언니, 최현주 언니한테도 많은 응원을 받았죠. 작품도 작품이었지만,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감사해요.

출처CJ ENM

-. 올겨울 뮤지컬 '빅 피쉬' 산드라 역으로 돌아와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팀 버튼 감독의 외화로 유명하지만,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연기’적인 부분 때문이었어요. 10대부터 60대까지 연기해야 하는데,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고,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빅 피쉬'는 우리나라 정서상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요. 아버지와 아들, 우리나라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소재죠.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논 레플리카로 악보와 대본만 가져오고 창작 뮤지컬처럼 만들어 나가야 해서 엄청 힘들겠지만, 그만큼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제 공연을 보고 돌아갈 때 기분 좋은 배우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최정원 선배님같이 보는 것만으로 힘이 나고 에너지를 받는 유쾌한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뮤지컬 '벤허'
2019.07.30 ~ 2019.10.13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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