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그림자'를 팔고 '황금'을 얻은 남자의 이야기, 음악으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조회수 2019. 10. 7. 07:0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트랑

■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작곡가 우디 박 인터뷰


알앤디웍스의 다섯 번째 창작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2019년 11월 16일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회색 양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그 대가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지만,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어 도시에서 추방당합니다. 페터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회색 양복의 남자에게 두 번째 거래를 제안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죠.

출처: 알앤디웍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개막 전부터 오루피나 연출을 비롯한 정영 작가와 작곡가 Woody Pak(우디 박) 등 창작진들이 참여해 새로운 ‘알앤디극’으로 많은 기대를 받는 작품인데요. 그중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록 음악 기반의 넘버로 마니아층을 양산한 뮤지컬 <더데빌>의 작곡가 Woody Pak(우디 박)에게 이번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어봤습니다.


-. 알앤디웍스의 신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개막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다시 한번 알앤디웍스에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2017년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제안받았는데, 대본을 보고 이야기에 매료됐습니다. 처음에는 전작인 <더데빌>과 비슷해 걱정되기도 했지만, 작품에 대해 알아갈수록 <더데빌>과 차이가 명확해졌기에 즐겁고 도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 창작 초연은 어려움도 많을 것 같지만, 동시에 많은 제작진, 배우들과 의논하며 만들어가는 게 매력일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은 어땠나요?

이번 작업은 제게 예술적으로 충족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이야기의 긴장도가 계속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조용하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들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창작진들과 함께 의논하며 음악적으로 해결책을 찾았을 때 몹시 만족스러웠고,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더데빌>하면 강렬한 록 음악을 떼어놓을 수 없어요. 주제나 분위기가 비슷해서인지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이번 작품에서 음악은 어떤가요?

두 작품의 내용과 음악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의 비중은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훨씬 큽니다. 이번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작곡과 대략적인 편곡을 진행할 때 오페라 작품처럼 접근했습니다. 클래식 베이스에 록으로 음악의 강도를 더하며 작업했죠.

출처: 페이지1, 알앤디웍스

제 음악적 배경은 록과 클래식이기 때문에 두 장르를 섞는 것은 자연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화음적으로 록 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에게도 제 음악이 그렇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 그림자를 거래하고 잃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는지, 그리고 판타지 설정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악마와 그림자를 거래하고 잃는 이야기가 흔하게 다가왔거든요. 하지만 이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하면서 관심이 커졌고, 이야기에 매료됐습니다. 그리고 창작진들과 영상, 무용, 혁신적인 연극 기법을 논의하다 보니 <그림자를 판 사나이> 작업에 ‘올인’하고 빨리 곡을 쓰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무대 요소들을 통해 구현된 판타지를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림자를 무용, 군무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기대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채현원 안무가와의 협업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저는 무용을 굉장히 좋아하고 채현원 안무가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직접 공연을 보면 느끼시겠지만, 그의 안무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무용을 비롯한 많은 움직임이 음악을 통해 표현돼야 했기 때문에 생동감과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출처: 알앤디웍스

-. 주인공 페터 슐레밀의 이야기가 공개된 것만으로도 드라마틱 해요. 페터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제가 생각하는 페터 슐레밀은 ‘보통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갈망하죠. 페터의 욕망은 ‘특별한 사람’, 즉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이런 욕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터라는 인물이 재밌는 점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인데요. 그림자를 잃은 대가가 그에게는 작게 느껴졌겠지만, 크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죠. 페터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절망이든 희망이든 한 방향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출처: 알앤디웍스

-.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그레이맨과 <더데빌>의 X-Black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음악적으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맞아요. 그레이맨과 X-Black은 비슷한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레이맨은 X-Black 과는 다른, 깊게 들여다볼 점이 더 많은 캐릭터입니다. 음악적으로는 X-Black이 날카로운 하드 록에 기반을 뒀다면, 그레이맨의 음악은 보다 오페라적이고 클래식한 특성이 더 강합니다.

-.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넘버가 있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오프닝 곡인 ‘날 부르네’입니다. 이 곡은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긴장감을 담고 있는데요. 알 수 없는 절망을 마주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넘버죠.

-. 마지막으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 음악이 공연된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공연을 볼 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 여러분들이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즐기고 난 뒤 각자의 삶에서 좋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2019.11.16 ~ 2020.02.02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