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중문화를 소환한 팝아트

조회수 2019. 9. 19.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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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지금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채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TV, 라디오, 잡지, 영화관, 만화 등 몇개의 채널만이 유일했죠. 
출처: 서울 피비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동기 작가 개인전 전경.

서울 '피비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동기 작가의 개인전은 대중문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되돌아봅니다. 한국 팝아트의 탄생을 이끌었던 이동기 작가의 초기작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만나볼 수 있는데요. 팝아트는 1960년대 앤디 워홀이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해체하면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팝아트'하면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서구의 대중문화를 반영한 작품들이 유명합니다. '팝아트'에 대해 앤디 워홀과 미국 문화만 떠올렸던 분들이라면 이번 이동기 작가의 전시를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를 반영한 한국적인 '팝아트'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하늘을 나는 아토마우스 Flying Atomaus, 2010, acrylic on canvas, 70 x 90 cm

팝아트 작가들은 대중문화를 비판하는 지점에서 작품을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동기 작가는 비판자의 자리보다는 한국사회 대중문화의 목격자이자 소비자로서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만들어 왔습니다.

미키마우스와 아톰의 만남

'아토마우스'

특히 '아토마우스'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됐던 1980~90년대, 외국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해온 한국 대중문화의 혼성적인 형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1993년 만들어진 '아토마우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키마우스'와 일본 대중문화의 표상인 '아톰', 이 두 캐릭터를 결합한 것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출처: 꽃밭 Flower Garden, 2010, acrylic on canvas, 100 X 160 cm

작가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 속에 깔려 있는 스테레오타입 혹은 클리셰(상투성)에 관심이 있다.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미국이나 일본 문화의 스테레오타입을 결합시켜놓은 거라고 할 수 있다"라며 "의상의 경우에 1970년대~80년대 교복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 또한 유니폼이 갖고 있는 상투성을 반영했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피비갤러리

작가는 아토마우스가 탄생하기 전에는 당대를 휩쓸었던 만화 '아기공룡 둘리', '공포의 외인구단' 등 만화 주인공을 다룬 작품을 많이 그렸습니다. 또 광고전단지, TV, 신문 등 당시의 대중매체로 쉽게 접했던 시각적 이미지들도 작품의 소재가 됐습니다. 그밖에 '신창원'이나 '조용필' 등 부정적 혹은 긍정적 의미에서 대중매체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던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띕니다. 익숙했지만 지금은 다소 낯선 작품의 이미지를 통해서 감수성의 변화상을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상의 세계에 매료된 현대인

한편 이동기 작가의 작품은 '가상' '인공'의 이미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집니다. 작가는 "현대 문화는 실제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실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짜 존재들, 가상의 존재에 매료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 할리우드 역대 흥행작 50편을 모아놓은 리스트를 봤는데, 그중 10편이 애니메이션이었다. 또 1위가 아바타였는데, 한마디로 컴퓨터그래픽으로 뒤범벅된 영화들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흔히 고전 명화이며 대작 실사영화로 알려져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벤허> 등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현대로 오면서 인공적인 이미지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매료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서로 나눠져 있던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구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출처: 일그러진 아토마우스 Destorted Atomaus, 2007, acrylic on canvas, 60.5 x 60.5 cm

관객이 직접 느끼는

작품의 의미

그의 '아토마우스'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됩니다. 그는 애초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고정되지 않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동기 작가는 "상업적인 캐릭터들은 그 목적인 분명하다. 미키마우스는 활동적이고 명랑한 성격이 정해져 있고 아톰은 로봇이기 때문에 주변 인물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작품이 관람객들에게도 고유의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의미로 작품이 고정되기보다는 관람객들의 감상을 통해 의미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동기 작가는 "작가는 작품을 완전히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작품이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엔지니어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전시장에서 확인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동기, 1993 ~ 2014 : Back to the future
서울 피비갤러리
2019.09.05~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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