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후 주어진 새로운 기회..'맘마미아' 홍지민의 도전

조회수 2019. 8. 20.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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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천생 배우'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이목을 사로잡는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부터 화려한 이목구비, 뮤지컬 배우다운 풍부한 제스처까지.


무대 아래서 만난 홍지민은 등장과 동시에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끌어낸 무대 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낯가림'이나 '떨림'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녀의 입에서 '불안', '두려움'이란 단어가 나온 건 꽤나 의외였다.

그 어떤 작품보다 관객은 편하게 즐길 수 있지만, 배우들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뮤지컬 <맘마미아> 때문이었다.


도나의 친구들 가운데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홍로지에서 다이어트 성공 후 한참 어린 연하남까지 사로잡는 마성의 홍타냐로 돌아온 홍지민의 '빛나는 순간'을 들어봤다.

출처: 신시컴퍼니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맘마미아>에 다시 참여하게 됐어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제 인생이 참 드라마틱 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는 배우라면 <그리스>를, 중년의 여배우라면 <맘마미아>를 해봐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작품들에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배역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번 시즌에 로지에서 타냐 역으로 새로운 배역을 맡게 됐어요.

저처럼 살이 빠지거나 외형이 바뀌면 역할을 잃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이제 <맘마미아>를 못하는 건가?' 하는 상실감도 느꼈어요. 한 작품을 새로운 배역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사실 드문 일이거든요.


그런 차에 타냐 역으로 오디션 제안을 받아서 너무 기뻤어요. 저는 지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도 도로시에서 메기로 역할 스위치가 이뤄져 무대에 섰는데, 이번 <맘마미아>에서도 로지에서 타냐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일이죠.

출처: 신시컴퍼니

새롭게 참여하는 기분일 것 같아요. 타냐라는 인물을 어떻게 준비했나요?

물론 지난 시즌 참여하긴 했지만,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에 저는 저만의 타냐를 만들어 나가야 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죠.


처음에는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시도했던 것 같아요. 몸짓부터 톤, 어미까지 변화를 줘봤는데, 뭔가 내 옷을 입지 않은 듯 불편하고 저 자신이 작아지더라고요.


제가 헤매고 있었을 때 폴 게링턴 연출님이 해주셨던 조언이 기억에 남아요. "타냐는 좋은 사람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이야기 나누고, 놀고 싶어 하는 유쾌한 사람이다. 이미 너는 타냐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너로부터 출발하면 좋을 것 같다" 그때 저도 모르게 타냐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걸 알았고, 다시 돌아와서 저로부터 출발해 타냐를 만들어나가게 됐어요.


불안이나 부담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끼가 엄청났어요.

연습의 결과죠. <맘마미아>는 관객은 편하게 관람할 수 있지만, 배우들은 엄청나게 힘든 공연이에요. 특히 이번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도 제가 작아지고 불안했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함께 한 동료들은 잘 알겠지만, 연습실에서 후배들한테 "얘들아, 쫄릴 때는 연습이지!"라고 외치며 연습을 많이 유도했거든요 (웃음).


무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맘마미아>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어요.


모든 뮤지컬이 그렇겠지만 춤과 노래, 연기, 군무로 연습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Dancing Queen'이나 'Super Trouper' 장면을 보면 관객들은 막춤 같고 즐거워 보이시겠지만, 사실 그 안에 다 약속이 있어요. 어떤 장면 하나 맞춰보지 않은 장면이 없죠.


이번 연습 과정에서 이재은 국내 협력연출, 해외 제작진들로부터 많은 노트를 들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주·조연 배우들을 비롯한 앙상블 배우들이 어마어마한 연습을 하며 준비했어요.

출처: 신시컴퍼니

애드리브가 거의 없다는 게 의외였어요. 유머러스한 연기와 센스에 대한 호평이 많았거든요.

저는 <맘마미아>뿐 아니라 참여하는 작품마다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냐고 질문을 듣는 편이에요. 제가 무대에 설 때 관객들이 그것에 대해 기대를 하는 걸 느끼고요. 


하지만 <맘마미아>에서 애드리브는 처음 타냐가 소피를 만났을 때 로지가 "어디 1~2kg 뺐어야지" 뿐이에요. 배우마다 뉘앙스가 다르고, 톤이 다른 부분에서 오는 차이는 있겠지만, 합을 맞추지 않은 애드리브는 없어요.


이번 <맘마미아>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더 살리고, 막연했던 걸 더 구체화하는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느끼시는 관객이 많은 것 같아요. 폴 연출이 이전보다 더 디테일한 수정을 많이 요구했거든요. 예를 들면 "대박!" 정도의 대사를 "난 년!"이라는 표현으로 수정한 것처럼요 (웃음).

출처: 신시컴퍼니

주인공인 도나와 소피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도나와 타냐, 로지의 '케미'가 유독 돋보여요.

주인공인 소피가 이야기의 키를 쥐고 있기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결국 여성들의 꿈과 우정, 삶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개인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을 중년의 여성들이 예전에 꿈꿨지만, 어느 순간 찌그러지고 시든 꿈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소피가 'I have a dream'을 부르며 새로운 꿈을 향해 떠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저는 도나, 타냐를 비롯한 여자들이 소피처럼 여정을 살아가며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고, 꿈꾸면 이뤄진다는 <맘마미아>의 메시지가 이번 시즌 특히 와 닿는 것 같아요.

출처: 신시컴퍼니

<맘마미아>가 돌아오는 3년간 둘째 아이도 출산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은 걸로 알고 있어요. 한 사람의 '소피'이자, 두 아이의 '도나'가 되어 바라보는 <맘마미아>는 어떤가요?

엄청나게 다르죠. 지난 시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오는 걸 느껴요. 도나가 소피의 머리를 빗겨주며 부르는 'Slipping Through My Fingers'의 장면처럼 저도 어느새 자란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고, 소피가 남자친구 스카이를 도나에게 소개하는 장면을 보며 미래에 남자친구를 데려온 로시의 모습을 상상하거든요.


"이른 아침에 책가방 메고 손 흔들며 미소 지으며 나가는 아이. 잡아보려 해도 멀어져 가고 노력할수록 내 손에서 빠져나가고 아침 식탁에 같이 앉아 그냥 흘려보낸 소중한 시간.

'Slipping Through My Fingers' 中"


함께 하는 성기윤 배우는 소피의 예비 아빠인 샘·해리·빌 역할을 다 연기해봤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타냐와 로지 역을 연기했는데, 도나 역할이 탐나지는 않나요?

(제가 도나를) 할 수 있을까요? 솔직하게 그 생각을 안 해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타냐 역할로도 너무 만족하고 행복해요. 지금 도나를 맡은 최정원·신영숙 배우를 존경하고요. 글쎄요, 한 번 꿈을 꿔볼까요? (웃음)


도나가 꼭 아니더라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배우로서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요. 특히 저는 항상 환하고 웃기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나는 항상 신나고 힘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도 하고요.


뭔가 <미저리> 같이 어둡고 무서운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사극이나 액션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제가 태권도 3단이라 몸을 잘 쓰거든요 (웃음). 대중들이 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기존에 맡았던 역할과는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아요.


타냐는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자유로운 싱글 역할이에요. 삶이 완전히 다른 인물인데,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예전에는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일상과 연습, 무대가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어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았던 적이 있었죠. 그래서인지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고 제 일상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때 어떤 책을 읽었는데, 구절 중에 '무대 위에 섰을 때 그 역할에 몰입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와서는 그 불을 정확하게 끄고 한 사람으로 내려오는 게 명배우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고, 제가 굉장한 착각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죠.


그 이후로 제가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무대에 섰을 때는 오로지 타냐로, 내려왔을 때는 그냥 사람 홍지민, 가정에서는 아내이자 엄마, 딸로 역할을 구분해서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죠. 이렇게 살다 보니 오히려 연습이랑 무대에서 더 역할에 몰입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출처: 신시컴퍼니

만인이 부러워할 다이어트도 그렇고, 작년 발매한 음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의 모습까지, 도전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어요.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천해 나가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저는 감사하게도 제 주변에 멘토가 되는 분들이 많아요. 박정자, 윤석화, 이순재 선생님이나 현재 <맘마미아>를 함께 하는 최정원 선배 같은 분들을 보며 항상 자극을 받죠.


반대로 저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후배들에게 선생님이나 선배님들 같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자극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도전한 것들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게 너무 재밌어요. 그냥 안 하고 주저하기에 인생이 재미없고 아깝잖아요. 무엇인가를 이뤄내고 실패하는 과정도 즐거워요. 앨범 같은 경우는 자아실현은 제대로 했지만, 흥행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어요.


하지만 과정을 즐기다 보니 결과에 목매게 되지는 않아요.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고 보람이 있기 때문에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힘들기만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웃음).


다음 도전할 목표를 미리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에게는 '꿈의 노트'가 있어요. 작년 발매한 음반 발매나 다이어트도 거기에 적혀 있었는데요. 저는 저를 위해 티켓팅을 할 수 있는 팬 천 명을 모아서 단독 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요. 꼭 와주세요 (웃음).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 엿본 그녀의 인생은 '현재에 감사하되,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도전'이었다. 그랬기에 그녀에게 <맘마미아>란 작품이 꿈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녀가 다음에는 어떤 꿈의 성취 소식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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