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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의 전말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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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DB 강윤중기자

최근 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는데요.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모씨(6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지난달 18일 밝혔습니다.

출처SBS

그런데 말입니다. 언뜻 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가짜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진짜라고 했다는데 무슨 명예를 더럽혔다는 걸까요. 정씨는 어쩌다 재판까지 가게 됐을까요.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의 전말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그알톤으로 알아본 위작 논란. 본 게시물은 <그것이 알고 싶다>와 관련이 없습니다!)

논란의 전말!

논란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를 기획했는데요. 천 화백의 미인도가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 전시되며 대중에 처음 공개된 게 이때였지요.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포스터로도 제작해 일반인에게 판매했습니다. 어느날, 천 화백의 지인이 한 사우나에 걸린 미인도 포스터를 발견합니다. 당연히 천 화백에게 이 사실을 알렸겠지요.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포스터를 본 천 화백이 "내 작품이 아니다"고 말한 겁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 전시가 송두리째 흔들릴 상황. 깜짝 놀란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천 화백은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없다. 자식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진품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베낀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 아예 '미인도'라는 그림 자체를 그린 적이 없다고 하니 떠들썩하게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선 이만저만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 것 또한 물론입니다.

출처경향DB 김정근기자

국립현대박물관은 강하게 반발합니다. "천 화백이 오모씨에게 팔았고, 오씨가 다시 김재규씨(전 중앙정보부장)에게 선물한 그림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된 것"이라는 '유통 경로'까지 제시하며 천 화백이 그린 미인도가 맞다고 되받아쳤습니다.

이쯤 되니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겠지요. 누구 하나는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데 진위를 가려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으니까요. 국립현대미술관은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진품'으로 나왔습니다. 논란도 사그라들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천 화백은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붓을 들기 어렵다.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며 절필을 선언했습니다.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는 주위의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그는 위작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혜선씨의 1985년 모습.

출처경향DB

급기야 1998년 자신의 주요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는 큰 딸 이혜선씨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아예 떠나버렸습니다.


잠잠해지는가 싶던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천 화백이 미국으로 떠난지 16년이 흐른 2015년 10월이었습니다. 앞서 8월6일 천 화백이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천경자 화백의 추도식 현장.

출처경향DB 김창길기자

위작 논란 때문에 화단과 고국을 등지고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고인을 생각할 때 유족으로선 뒤늦게나마 '진실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나다를까,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 등 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논란은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 번지기에 이릅니다.

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2015년10월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 화백 사망에 대한 의혹과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좌로부터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사위 문범강, 며느리 서재란씨.

출처경향DB 김정근기자

미술계에서 굵직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하는 사건이다 보니 사건을 떠안은 검찰의 부담도 컸습니다.


검찰은 수십년째 이어져 온 위작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미술전문가들의 안목감정은 물론, X선, 원적외선, 컴퓨터 영상분석, 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까지 총동원했습니다. 그 결과, 검찰은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품이라고 판단한 거지요.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된 9명의 감정위원 대부분도 색채 사용과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한 흔적 등을 토대로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쪽의 손을 들어줬고요. 

서울중앙지검 배용원 부장검사가 2016년12월19일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진품으로 결론냈다.

출처경향DB 강윤중기자

천 화백의 유족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또다시 반발했습니다. 앞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 측이 비용을 댄 프랑스의 감정팀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미인도가 진품일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검찰 발표에도 유족들은 "미인도는 위작"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작품 '미인도'는 2017년 4월에 이르러서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위작논란이 시작된 1991년 이후 26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출처경향DB 강윤중기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영원히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당사자 중 한 명인 천경자 화백은 이미 고인이 된 상황이어서 진실은 더 오리무중이고요. 최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이같은 평행선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요?


앞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검찰에 고소한 사건을 언급했더랬죠. 당시 검찰은 5명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고 나머지 한 명 즉, 국립현대미술관의 전 학예실장인 정모씨만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정씨가 미인도 논란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2015년10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취지의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내는 등 천 화백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단정적으로 말해 고인인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했다(사자명예훼손)는 혐의를 적용한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법원의 판단을 살펴볼까요? 1심과 2심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의 의견은 위작 논란 당시 (천 화백이)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라며 "해당 표현은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위작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힌 글로 봐야하기에 망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고문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더라도 미인도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을 뿐이고 천 화백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런 판단은 대법원까지 이어집니다.


대법원은 "미술품은 완성된 이후에는 작가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존재하므로 작가의 인격체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미술품의 진위 논란이 곧바로 작가의 사회적 평가를 해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판결 내용을 읽으며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법원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정씨가 고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훼손했느냐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 뿐 미인도가 진짜 천 화백의 작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판결에도 미인도 위작 논란의 진실은 여전히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공산이 커 보인다는 거죠. 당사자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내가 그린 게 아니다"고 주장했던 작품을 수많은 공인된 전문 기관들은 '진품'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각종 기술의 발달로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아침에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고 진짜는 가짜 누명을 쓰고 속앓이를 하는 요즘,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사건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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