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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BTS, 존레전드 노래를 첼로 선율로 듣는다? 첼리스트 유튜버 '첼로댁 조윤경'

조회수 2019. 7. 2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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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죽기 전에 첼로 한 번
배워보고 싶네요"
-첼로댁 유튜브 댓글 중

한 첼리스트가 연주한 아이유 '밤편지' 커버 영상에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영상의 주인공은 'Cellodeck첼로댁'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첼리스트 조윤경씨입니다. 첼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첼로의 아름다운 소리를 알려주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하는 그. 귀에 익숙한 커버곡으로 첼로에 대한 마음을 열게 한 후, 점점 더 사람들을 클래식의 달콤한 길로 안내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BTS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존 레전드 'All of Me' 커버 영상부터 클래식 연주자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첼로댁 조윤경씨를 만났습니다. 

출처: 조윤경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첼로의 아름다운 소리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어요.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키실 때 1번은 피아노, 2번은 바이올린을 떠올리세요. 3번이 첼로일까요? 3번도 첼로가 아니에요. 첼로가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힘들다고 첼로를 선뜻 떠올리지를 않으시죠. 저는 첼로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첼로가 1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해외에서 연주자 활동할 때 종종 브이로그를 올린 적이 있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본격적으로 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요?

>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 영국 런던에서 최고연주자과정까지 마쳤어요.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자로 있는 베를린 슈타츠카펠 오케스트라에서 아카데미스트로 활동했었는데, 1년 정도 지났을 때 손가락에 이상이 생겼어요. 연주 자체가 불가능했죠. 정확한 병명은 모르는 채 병원에서 무조건 쉬라고 해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10개월 동안 악기를 못 잡았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악기 연주를 쉬어본 적이 없어요. 가족들과 여행을 가도 악기를 가져가서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연습을 했거든요.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그 시간에 제가 인생에서 악기 말고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감사하게도 이후 회복이 됐고, 한국에서 연주활동을 재개하게 되면서 쉬는 기간 동안에 구상했던 다양한 생각들을 유튜브에 담게 되었죠. 유튜브에 레슨 콘텐츠를 추가한 것도 쉬는 동안 온라인 아마추어 첼리스트 커뮤니티도 자주 가게 되면서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게 됐고 제 채널을 통해 그걸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커버곡 연주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 첼로를 친숙하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게 커버곡이에요. 많은 분들이 아이유 ‘밤편지’ 첼로 연주로 들으시곤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밤편지’는 첼로 음색과 어울리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요. 처음부터 첼로 콘체르토나 소나타 들려드리면 좀 어려우실 테니까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들려드린 거죠. 커버곡 사이사이에 계속 클래식 연주도 보여드리죠. 익숙한 곡들로 시작해 점점 첼로에 빠져들어 나중엔 첼로의 덫에 걸려서 못 나가시도록 하고 싶어요(웃음). 첼로는 소리가 심금을 울리는 게 있고 음역대도 워낙 넓다 보니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요. 베이스부터 소프라노까지 가능한데 첼로 앙상블 연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클래식 음악계가 보수적일 거라는 생각이 있는데 커버곡 연주할 때 우려되는 부분은 없었나요?

> 처음 시작할 때는 고민도 많이 했어요. 클래식 연주자인데 유튜브에 대중음악 커버곡을 올리는 게 동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음악을 낮춰보는 게 아니라 대중음악에 비교해 클래식 곡은 연주하려면 정말 연습량이 어마어마해야 하거든요. 사실 저도 테크닉이 필요한 어려운 첼로곡 같은 것만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죠. 하지만 그것만이 저를 아티스트로서 또 첼리스트로서 알리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널리 사랑받고 있는 노래를 첼로로 연주해 제 음악과 첼로를 알리는 작업은 제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음악은 공유할수록 힘이 커지잖아요. 특히 지금처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는데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유튜브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뿌듯하고요. 동료들도 응원을 많이 해줘요. 동료의 지인분들이 '첼로댁 잘 보고 있다, 팬이라고 전해달라'고 했다는 말도 해주고요.

‘Cellodeck첼로댁’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남편이 지어줬어요. 채널 이름을 정할 때 솔직히 첼리스트 ‘조윤경’이라는 제 이름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한번 들으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별명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첼로댁’이라는 안을 냈고 그게 귀에 꽂혀서 쓰게 됐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저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저 첼리스트의 이름은 뭘까' 하면서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별명이 마음에 들어요.

영상이 상당히 보기 편하고 화면도 예뻐요. 편집도 직접 한다고 들었어요.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긴 해요. 잠을 줄였죠(웃음). 편집하는 것도 유튜브에서 배웠어요. 영상을 만들 때 제가 제3자의 입장에서 ‘나라면 이 영상을 봤을 때 구독하고 싶을까’ 이런 마음으로 작업해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죠. 나름 원칙이 있는데, 정보·재미·영상미에 부합되지 않는 장면은 쓰지 않아요. 정보를 전달하든지 재미가 있든지 아름다워서 공유하고 싶다든지 해야 한다는 거죠. 편집이 단순노동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이라서 찍을 때부터 편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남편과 대화하다가도 ‘이번엔 뭘 찍어볼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요즘에는 길거리 다닐 때 눈에 띄는 폰트 보면 저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직업병이죠(웃음).

출처: 조윤경
조윤경씨에게 유튜브 채널과 공연은 연결돼 있다. 지난 해 11월에는 자신이 직접 기획한 독주회를 열었고(왼쪽) 지난 3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회를 가졌다. 오는 8월 29일에 또 다른 독주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미디어에서 주목하는 유명한 연주자들의 무대에만 지나치게 쏠려 있기도 한데요.

>스타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현상인 것 같아요. 다만 유튜브 채널이 열리면서 유튜브와 공연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피아노 전공생들이 만든 채널 ‘또모’가 연주회를 열었는데 표가 10분 만에 매진됐다고 하더라고요. 놀랐어요. 사실 한국에서 클래식 연주회 티켓 매진이 쉬운 게 아닌데 너무 잘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게 유튜브와 공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 같아요. 유튜브 하다 보니 공연하고 싶고 유튜브 보신 분들이 공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요. 유튜브가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는 플랫폼이 되는 것 같아요.

유튜브를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유튜브를 하면서 음악인으로서 공간이 확장돼요. 유튜브를 통해서 연주를 듣고 또 들을 수 있는 게 좋죠. 또 제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께 직접 찾아가서 연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잖아요. 무엇보다도 그분들이 언제든 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공간이 확장된 거 같아서 좋아요. 저의 작업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아티스트로서 참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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