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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은 시詩" 피카소·샤갈·마티스를 모두 닮은 젊은 화가의 그림

조회수 2019. 5. 3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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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학고재 청담
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시다

젊은 작가 톰 안홀트의 말입니다.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작가인 그는 독일 표현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모더니즘 미술사와 작가의 가족사를 한 화면에 중첩시키는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톰 안홀트의 아시아 최초 전시가 학고재 청담에서 6월 30일까지 개최됩니다. 최근 완성된 크고 작은 회화와 드로잉에 그의 이야기들이 시처럼 녹아 있는 현장을 방문해볼까요?

출처: 톰 안홀트, 채굴하는 남자, 2019, 린넨에 유채, 35 x 25cm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위 그림 속 우뚝 서 있는 남성은 채굴꾼입니다. 저 멀리 하얀 달과, 그 아래로 세 행인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런 형상들을 알아볼 수는 있지만, 그림이 전체적으로 사실적이지는 않죠? 인물의 모습이 구상적인 것에 반해, 그 외의 요소들은 피카소를 연상케 할 정도로 추상적입니다.


멀리 있는 세 행인과 채굴꾼 사이도 현실적인 원근법에 따라 그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은데요. 채굴꾼의 모습은 줌 인(zoom-in), 행인은 상대적으로 줌 아웃(zoom-out)되어 있죠.

출처: 톰 안홀트, 채굴하는 남자 (습작), 2018, 종이에 연필, 20 x 12,5cm
하나의 그림에 영화의
모든 장면을 담듯 작업했다

톰 안홀트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그의 회화는 한 캔버스에 하나 혹은 여러 편의 이야기가 근경과 원경, 그리고 줌인 장면이 모인 한 편의 영상과도 같습니다. 회화 속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장면들을 한 화면에 담은 것입니다.

출처: 작품 설명 중인 톰 안홀트|올댓아트 박찬미

여기에는 작가의 현실과 상상 속 이야기, 인물과 풍경, 형상과 추상적 패턴이 뒤섞여 있는데요. 바로 이것이 모든 사물과 세계를 기하학적으로 환원해 평면 위에 재구축했던 큐비즘과의 차이점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볼 때, 시詩처럼 그 분위기를 느끼라고 강조합니다.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해 장면의 분위기가 오감으로 느껴지는 그런 시 말이죠.

출처: 톰 안홀트, 타임머신 V, 2017, 린넨에 유채, 190 x 130cm
강렬할 붉은색이 눈을 확 사로잡지 않나요? '타임머신 V'에도 다양한 문화·역사를 대변하는 아이템들이 조합되어 있습니다.

맨 앞 두 점의 도자기는 고대 로마시대를 연상케 하고, 뒤에 일렬로 서있는 건물들은 스칸디나비아의 건축 양식을 따른 것인데요. 북아프리카에서 볼 법한 낙타나, 일본의 우키요에와도 같은 하늘의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회화가는 수천 년의 역사를 다루는 사람이다. 그동안 누적된 모든 종류의 역사는 나의 작업의 레퍼런스가 된다.
사실 그의 캔버스에 추상성과 장식성을 더하는 기하학적 도형과 패턴은 서아시아의 삽화 장르 '페르시안 미니어처'의 영향이 큰데요.

작가가 이 장르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그의 가족사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안홀트 가문의 조상은 16세기 말 유럽으로 이주했던 터키계 유대인인데요.
출처: 톰 안홀트, 바디 이미지, 2019, 판넬에 유채, 60 x 50cm

몽골의 정복 전쟁 시기 중국으로부터 전파되어 13세기 페르시아의 주요한 회화 장르 중 하나였던 페르시안 미니어처는 이후 터키의 오토만 제국의 삽화 장르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즉 페르시안 미니어처가 거쳐온 이주의 역사는 유럽 내에서도 이주를 거듭했던 유대계 가족, 안홀트 가족의 역사와도 닮아있는 것이겠죠?


톰 안홀트는 혈통적인 특징과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며 얻은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작품에 표현합니다.

출처: 톰 안홀트, 지나가는 배들, 2019, 판넬에 유채, 50 x 60cm
그 땅이 스쳐온 시간이 하나하나 쌓여 있는 셈입니다. 제게는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수천 년 미술사가 들어간 배낭을 메고 있다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고 있는 거죠.
전 시 명 : 톰 안홀트
작 가 명 : 톰 안홀트
전시기간 : 2019.05.22 ~ 2019.06.30
전시장소 : 학고재 청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89길 41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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