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장하고 보자!"..'힐링' 열풍 속 이 '힐링'은 어때?

조회수 2019. 5. 24.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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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감기처럼 흔한 요즘, 멈춤과 호흡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것을 비롯한 '힐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명상을 통한 힐링은 예술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출처: 김용호, Pian 2011-011, print on matte paper, wood frame, 2011
이번 전시를 기획한 변홍철 큐레이터는 "관객은 그 작품을 들여다 봄으로써 자신의 경험과 작가의 상념 사이에서 교감하고 영감을 얻는다. 작가와 관객 스스로가 인지하건 아니건 간에 이미 시각예술 안에서는 멈춤과 통찰의 명상 수행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1층 전시전경. 사진은 김용호의 피안 시리즈 중 일부
명상 수행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해·치유하는 것뿐 아닐 모든 현상의 원인과 소멸에 대한 법칙, 나와 온 우주가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알아가고자 하는 전시 <멈춤과 통찰 : 인타라의 그물> 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출처: 김용호, Pian 2011-001, print on matte paper, face mount, Framed 120x70cm, 2017
갤러리 수의 문을 열면 커다란 연 잎이 가득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조금은 색이 바랜 듯 보이는 잎들은 높게 떠있어, 우리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립니다. 연 잎이 뿌리를 내린 물가, 그 수면 위를 떠다니는 작은 소금쟁이가 된 것 같지 않나요?

이 작품은 사진작가 김용호의 '피안' 시리즈입니다. '피안'은 산스크리트 '파람(param)'의 의역어로, '강 건너 저쪽 언덕, 완전한 소망이 이룩된 땅,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하는데요.


우리가 있는 이곳은 피안의 대척점으로도 볼 수 있는 '차안'입니다. 고뇌와 불안, 불만 가득한 중생들의 세상인 것이죠. '피안'의 세계는 저 멀리 연 잎 너머에 있습니다. 작은 소금쟁이의 시선으로 높이 떠 있는 연 잎과 그 너머를 보고 있자니, '피안'은 문득 멀게만 느껴지지 않나요?

갤러리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수십 마리의 나비가 캔버스를 꽉 메운 광경을 마주하실텐데요. 물감을 마구 흩뿌려 추상적 패턴을 만드는 '드리핑' 기법으로 유명한 잭슨 폴락이나 윌렘 드 쿠닝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사실 '나비'는 잉크를 입으로 불면 만들어지는 우연의 패턴을 반복해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교한 나비의 형태를 띤 이 패턴에서 최선 작가의 집중력과 치밀함이 느껴집니다.
이 작품처럼 최선 작가는 화폭에 수많은 이들의 '숨'을 담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숨을 불고 나면 캔버스가 완전히 물감으로 뒤덮일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그 결과물은 예상을 빗겨가는데요. 이 부분에서 작가는 무엇 하나 쉬이 예상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닫지 않았을까요?
한편, 최선은 실제로 만들어진 오염이나 배설 등의 흔적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수회화'도 하수 위의 기름이나 폐수의 패턴을 그대로 형상화 한 작업인데요.
반짝이는 금색을 시그니처 컬러처럼 쓰고 있는 이피(본명 이휘재)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하지만 불화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작품 제작에 활용하는데요. 때로는 자신에게 불화를 가르쳐준 스승의 탱화 작업을 돕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피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타자의 시선을 인지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 오감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여성 작가로서 겪었던 사회의 억압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해왔는데요. 그런데 오늘, 그녀의 작품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은 변하고 멸하기 마련이므로 무상하니 원망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미지가 주는 충격은 이피 작가의 작품을 지나 서고운 작가의 것에서 극에 달하는데요. 타락한 현실에 대한 해답을 상상 속 공포와 죽음의 이미지에서 찾고자 했던 프란시스 고야와 19세기 낭만파 화가들처럼 서고운의 작품 안에는 매달린 고기, 해골과 시신이 가득합니다.
죽음의 이미지들로 작가는 아름다움을 전복시켜 그 이면의 상념을 들여다보는데요. '사상도'는 시신의 부패 아홉 단계를 묘사한 일본의 불화 '구상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서고운의 작품은 불교의 백골관 수행을 통해 몸과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무상, 고, 무아의 깨달음에 다가가는 길이 있음을 암시하죠.
그저 그렇게 나의 감정을
기억 속 저편으로 떠나보내기보다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뒤돌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나의 생각과 감정, 감각에
집중해봄으로써
내가 가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전시명: 멈춤과 통찰
전시작가: 김용호, 서고운, 최선, 이피
전시기간: 2019년 5월 15일 ~ 6월 16일
전시장소: 갤러리 수 (서울 종로구 팔판길 42)


사진·자료|갤러리수, 전시서문 변홍철 큐레이터 '인타라의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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