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알못'도 아는 '밤의 여왕', 그녀가 항상 화가 나 있는 이유는?

조회수 2019. 5. 2.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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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유튜브 계정 마술피리 영상 갈무리
오페라를 잘 모르는 분이더라도, '밤의 여왕 아리아'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이렇게 무서운 눈을 한 마녀 같은 모습이나,
출처: Jtbc <슈가맨 2>
(직접 똑같은 소리를 내긴 어렵겠지지만)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만큼 밤의 여왕 아리아는 국경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죠. 그만큼 소프라노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힌다고 하는데요.
출처: 위키피디아
여러 버전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들어보며
밤의 여왕이 화가 난(?) 이유와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 배경 등을 함께 살펴볼까요?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소름 돋게 하는 정확한 음정으로 정평이 난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먼저 들어볼까요?

출처: 디아나 담라우 ©Jiyang Chen
엄청난 가창력은 물론 사람을 끌어당기는 연기력으로 그녀는 역대급 '밤의 여왕'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밤의 여왕이 부르는 이 아리아의 원제는 '지옥의 복수가 내 맘을 불타게 한다(Der Ho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인데요.

밤의 여왕이 기괴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나타나 섬뜩한 기운을 자아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 불타오르네!
네가 자라스트로에 죽음의 고통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너는 더 이상 나의 딸이 아니다.

영원히 의절하고,
영원히 저버리고,
영원히 부수리라
자연의 모든 인연을.

네가 자라스트로가
죽게 만들지 않는다면!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복수의 신들이여, 들어라,
어미의 맹세를!
마술피리에는 아름다운 커플 한 쌍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밤의 여왕은 바로 여주인공 파미나의 어머니죠.

극의 초반에서 파미나는 밤의 여왕의 라이벌인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를 당한 상태인데, 밤의 여왕은 남자 주인공 타미노를 유도해 파미나를 구출하게 만듭니다.
자라스트로를 살해하지 않으면 모녀간의 모든 인연을 의절하고, 저버리고, 부수리라고 소리치고 있죠. 여기서 등장하는 노래가 바로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가 내 맘을 불타게 한다'입니다.

디아나 담라우의 노래가 더욱 듣는 이로 하여금 움츠러들게 하는 이유는 정확히 쏘아대는 고음과 함께 분노한 밤의 여왕을 실감 나게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프라노 에다모저


1977년 발사된 무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 2호. 두 보이저 호에는 인류의 존재를 외계에 알리기 위한 금박 레코드판이 실려 있는데요. 외계인이 가장 처음 듣게 될 밤의 여왕의 목소리는 바로 에다 모저의 것이 되겠습니다!

출처: 에다 모저 © Christian Steiner, EMI Classics
담라우와 비교해서 상당히 차분하지만, 아리아에서 가장 높은음인 '파'를 날카롭고 정확하게 해내는 점, 곡에 담긴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 '비현실적'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해요.
출처: 위키피디아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일어나 유럽 전역으로 유행해나가기 시작한 '오페라'는 대다수가 '이탈리아어'로 노래되는데요. 모차르트도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작품은 이탈리아어로 불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 '마술피리'는 독일어 작품일까요?
출처: 수척한(?) 말년의 모차르트 | 영화 <아마데우스> 스틸 이미지
바로 모차르트 말년에 닥친 여러 시련, 특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후원하던 오스트리아의 황제는 세상을 떠났고, 새로 즉위한 황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던 그는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신세였다고 해요.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때마침 모차르트의 한 친구가 서민 극장용 독일어 노래극, 즉 '징슈필'을 작곡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흥행 감각을 지닌 대본작가 에마누엘 쉬카네더는 환상적인 요소로 가득한 핀란드 동화집 속의 고대 이집트 이야기를 토대로 '마술피리'의 대본을 써두었던 것이죠.
출처: IMDbs
이것으로부터 완성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초연 극장에서 100회가 넘게 공연되면서 그의 오페라들 중 가장 훌륭한 흥행 성적을 올렸습니다.

병상에 누운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그렇게 되뇌었다고 하는데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밤의 여왕 아리아가 언제 나오나 싶은 분들 계셨죠?

출처: 조수미 공식 홈페이지
조수미는 동양인 유학생이 흔치 않던 시절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으로 지켜봤던 학교 학생들과 교수들을 타고난 실력으로 놀라게 하며, 5년제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2년 만에 졸업해버렸다고 합니다. 이후 20-21세기 클래식계를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프라노가 됐죠.
출처: 조수미 '밤의 여왕' 영상 갈무리
한편, 아름답고 훌륭한 가창이지만 밤의 여왕을 '연기'하는 측면에서는 그 표현이 조금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디아나 담라우의 무대에서보다는 드라마틱한 격분은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죠.
찌르는 듯한 고음으로
격정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들어보셨는데요.
여러분의 '밤의 여왕'이 된
사람은 누구였나요?
마술 피리에는 밤의 여왕 외에도
더 많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더 넓은 오페라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심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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