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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자꾸 끌리는..무대에서 재탄생한 전설 속 '킹아더'

조회수 2019. 4. 4.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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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알앤디웍스

자신의 혈통을 모른 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우연히 바위에 꽂힌 검 엑스칼리버를 뽑은 뒤 혼돈의 시대를 지켜내는 켈트족의 제왕으로 거듭난다는 아더왕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데요.


이 아더왕에 대한 전설은 중세 시대 유럽에서 예수 다음으로 회자되는 영웅 스토리이자 역대 브린튼의 국왕 중 가장 많이 재가공된 전설 속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올해 아더왕을 소재로 국내에 선보이는 초연 뮤지컬 두 편 중 먼저 베일을 벗은 쪽은 <킹아더>인데요. 이 작품은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십계>의 프로듀서 도브 아띠아가 2015년 파리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150회 공연,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호평을 이끌어 냈던 작품입니다.

출처: <킹아더>의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 모습.|알앤디웍스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한국 무대는 대본과 음악만 가져오는 스몰 라이선스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제작사 알앤디웍스의 오훈식 대표는 "음악의 편곡부터 안무, 구성까지 모든 장면 요소가 다르다. 이를 통해 '이런 걸 뮤지컬에서 볼 수 있구나'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제작된 <킹아더>는 기존의 뮤지컬과는 차별점이 많습니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이에 더해진 판타지 요소들이 다소 낯선 무대였을 수 있겠지만, 실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150분짜리 음악 방송을 본 것 같다"는 후기가 거론되는 분위기인데요. 도대체 <킹아더>가 어떤 무대로 관객들에 다가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무대를 씹어먹는 역동적 퍼포먼스

출처: 알앤디웍스
<킹아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스펙터클한 무대입니다. 반구형의 계단식 무대와 150분의 공연 시간 동안 90번 이상 변화하는 대형 스크린 속 영상. 여기에 배우와 분리된 댄서들의 활약이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데요.

앞서 <킹아더>는 이례적으로 주·조연 배우 캐스팅보다 앙상블을 먼저 공개하며 앙상블의 활약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발레, 현대 무용, 힙합, 재즈 등 여러 퍼포먼스와 최대 7벌의 의상 체인지를 하며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출처: 알앤디웍스

특히 주목해야 할 장면은 중세 기사단의 전투 장면을 연상시키는 칼군무 장면인데요.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던 정다영이 특기인 유연성을 예술과 접목해 독특한 움직임을 선보이거나 늑대 역의 이기흥이 공중에 매달린 두 갈래의 천을 활용해 에어리얼 스트랩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태권도와 아크로바틱을 기본으로 하는 신체 움직임과 오브제를 융합한 독특한 퍼포먼스, 광섬유로 제작된 특수 채찍인 파이버 옵틱 휘프를 활용한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낯설지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넘버

'원작 속 프렌치 팝의 장점과

현대 음악이 합쳐지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서 방향을 잡았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곡과 곡 사이의 공백 없이 음악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앙상블의 라이브 여부다.


- 신은경 음악감독
출처: 알앤디웍스

퍼포먼스와 함께 음악도 재해석됐습니다. 신은경 음악감독은 기존의 팝적 요소에 전자음을 더해 트렌디함을 부각시켰는데요. 처음에는 낯설지만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수정된 까닭에 대체적으로 넘버는 귀에 잘 감기는 편이며 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 아더의 이복 누나이자 이야기꾼으로 무대에 오르는 모르간 역의 리사, 박혜나, 최수진은 짧은 등장에도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에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곧 개연성!

출처: 알앤디웍스
생소하고 이질적인 구성·연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갈리는 편인데요. 아더가 백성들을 아끼는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보다 주변 인물들에 집중된 스토리가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킹아더>가 내세운 '용서'라는 키워드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든데요. 자신의 어머니를 겁탈한 아더의 아버지를 향한 모르간의 원망도, 하루아침에 운명의 뜻에 따라 엑스칼리버를 빼앗긴 멜레아강의 분노도,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원탁의 기사와 사랑에 빠진 아내 귀네비어의 배신도 모두 아더의 용서로 마무리 짓기 때문이죠.
출처: 알앤디웍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상쇄됩니다. 최근 드라마 <아는 와이프>, <남자친구> 등으로 대중들에 눈도장을 찍은 배우 장승조와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한지상, <팬텀싱어>에서 인정받은 가창력과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연기 내공을 쌓은 고훈정 등의 배우들은 저마다의 해석으로 색다른 인물들을 펼쳐 보여줍니다.


분명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 초연이지만,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킹아더>의 시도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오는 6월 개막하는 <엑스칼리버>와 비교하며 아더왕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감상하는 것 또한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출처: 알앤디웍스
뮤지컬 <킹아더>

2019.03.14 ~ 2019.06.02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장승조, 한지상, 고훈정, 임정희, 간미연, 이지수, 임병근, 장지후, 니엘, 김찬호, 이충주, 강홍석, 리사, 박혜나, 최수지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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