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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보다 600년 앞선 '르네상스 어벤져스'가 있다구?

조회수 2019. 2. 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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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IMDb
마블의 슈퍼 히어로와 이를 연기하는 할리우드 최고 주가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 영화 시리즈의 인기는 '어벤져스'라는 단어 자체가 '엄청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로 쓰일 정도로 높아졌다.
출처: 위키피디아
르네상스 시대에도 '어벤져스급' 만남을 상상한 작품이 있다. 바로 라파엘로의 벽화 '아테네 학당'이다.
출처: 네이버영화
마블의 어벤져스가 전투력 히어로라면, 아테네 학당 어벤져스는 지식 히어로들이다. 기원전 1500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조로아스터부터 12세기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시드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천재들을 한자리에 불러내 지식과 논쟁의 향연을 펼친 '아테네 학당' 속 주인공을 만나보자.
가운데에는 이상주의자 스승과 현실주의자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플라톤은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고 있다. 참고로 라파엘로가 플라톤의 얼굴로 그려 넣은 모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계단에 누워있는 사람은 무욕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이다. 알렉산더 대왕과의 일화가 아주 유명한데, 현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소원을 묻는 알렉산더에게 그는 이렇게 답한다.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
왼쪽 위에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사람이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 대왕을 향해 무엇인가를 설파하는, 머리가 벗겨진 사람은 소크라테스이다. 가운데 아래쪽에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진 사람은 만물의 기원을 불로 여긴 헤라클레이토스다. 라파엘로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얼굴을 미켈란젤로를 모델로 그렸다.
그림 하단에는 수학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왼쪽 아래편에서 책을 펼친 채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는 사람은 피타고라스이다. 그 뒤편에서 무엇인가를 엿보는 듯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시드다. 이븐 루시드 위에 월계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쾌락주의 철학의 시초 에피쿠로스이다.
오른쪽 아래에 허리를 굽히고 콤파스로 땅에 무엇인가 그리는 사람은 기하학자 유클리드다. 그의 오른편 지구본을 들고 있는 사람은 천동설의 창시자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뒤편 별이 박힌 공을 든 남자는 고대 페르시아의 현자 조로아스터다.
출처: IMDb
조로아스터는 영국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와도 관련이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머큐리와 그의 가족을 지칭하는 '파르시'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 '파르시'는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페르시아 혈통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 작품에는 그림을 그린 라파엘로도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바로 오른쪽 곱상한 얼굴이 그인데, 잘생긴 얼굴에 활발한 성격을 가진 라파엘로는 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남성 히어로 천지인 어벤져스에도 괄목할만한 활약을 펼치는 여성 히어로들이 있듯이 이 그림에도 여성이 한 명 있다. 왼쪽 가운데 흰옷을 입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 자연 철학자이자 수학자, 히파티아다. 그는 뛰어난 학문적 역량과 업적을 보였으나 광적인 기독교도들에 의해 '사교' '이단'으로 몰리면서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출처: IMDb
▲영화 <아고라>에서 레이첼 와이즈가 연기한 '히파티아'

그림을 그릴 당시 교황청에서는 이교도를 그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지만, 라파엘로는 그림을 포기하겠다고 맞서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그림에는 5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라파엘로는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의 추론으로 지금까지 언급한 사람의 정체가 밝혀졌을 뿐, 여전히 절반 이상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사진 | IMDb, 네이버영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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