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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순삭'시킬 영화 - 미스터 터너, 폴록, 영원의 문 앞에서

조회수 2019. 2. 6.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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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드라마, 영화, 책을 다시 꺼내들게 되는 연휴가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좀 더 생생하게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방법,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높은 싱크로율 때문인지) 아래 영화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제 화가로 오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주의!

미스터 터너 (Mr. Turner, 2014)

폴록 (Pollock, 2000)

영원의 문 앞에서 (At Eternity's Gate, 2018)

출처: 영화 미스터 터너 트레일러 캡쳐
미스터 터너 (Mr. Turner, 2014)
영국의 대표적인 화가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의 삶을 각색한 영화 ‘미스터 터너’(2014)를 소개합니다.
출처: 터너의 초기 작품, Interior of Tintern Abbey, Monmouthshire, 1794 © the V&A's collections
그는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풍경을 그리는 '고전적' 풍경화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원숙기를 맞은 그의 예술관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자연주의적 성향에서 벗어나 풍경에도 낭만성을 입힌 것이었죠. ‘빛의 섬세한 색채변화’를 표현하는데 탁월한 터너만의 작풍을 먼저 살펴볼까요?
출처: Ariccia Sunset J.M.W. Turner, 1828 © Wikiart
출처: Rain, Steam, and Speed - The Great Western Railway 1844,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The National Gallery
출처: 영화 미스터 터너 트레일러 캡쳐
영화 미스터 터너는 ‘예술가’ 터너보다도 ‘인간’ 터너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터너가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던 당시에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었던 그의 성품과 사생활이 영화 속 에피소드들의 소재가 된 것이죠.
출처: 영화 미스터 터너 트레일러 캡쳐
연출을 맡았던 마이크 레이프는 터너를 “급진적이고 혁명적이었던 위대한 화가”로 표현했습니다. 이에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결점 많은 한 개인과 세계를 정제했던 그만의 정신적인 방식 그리고 그 결과물인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을 영화가 조명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처: 영화 미스터 터너 트레일러 캡쳐
이 영화의 큰 매력점이라면 터너의 그림을 실제로 보는 듯한 장면들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일 텐데요. 터너의 그림들은 찬란히 흩뿌려지는 빛으로 가득차 있어, 보고 있노라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되죠. 하지만 터너는 그 장면들에 이야기를 심어두었습니다. 단순한 아름다움보다도 더욱 중요한 이 세상의 이야기를요.
출처: 노예선, Slavers Throwing overboard the Dead and Dying—Typhoon coming on, J. M. W. Turner, 1840 ©Wikiart
영화에서는 현재 보스턴 미술관에 있는 그림인 ‘노예선’(1840)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터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 그림을 사려는 듯 보이는 부유한 청년에게 그는 말하죠. 하지만 청년은 이 이야기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이네요. 그는 오히려 그림의 채색이 어떠한지 등의 형식적인 작품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전염병으로 노예들은 죽는데, 질병 보험은 안 들어서

사망 보험금을 타려고 그들을 바다에 던져버린 거요.


- 영화 미스터 터너 중 

출처: 영화 미스터 터너 트레일러 캡쳐
또 터너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변화하기 시작한 세상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1838년 어느 날, 터너는 템스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가 트라팔가르해전에서 나폴레옹군을 물리친 유명한 전함 '테메레르'가 증기선에 '이끌려' 선박 해체장으로 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출처: The Fighting Temeraire 1839,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 The National Gallery
그는 그 자리에서 이 그림을 스케치했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전함 테메레르>입니다. 한때 전 유럽을 위협했던 나폴레옹군을 물리친 전함 테메레르가 이제는 ‘구식’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요? 과거의 명성을 잃고 증기선에 끌려가는 모습이 사회의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근대 문명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던 것이죠.
출처: 영화 미스터 터너 트레일러 캡쳐
'경의'라는 단어는 '존경하다'라는 의미도 가지지만, '놀라고 의심하다'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익숙해져있던 모든 것을 대체하기 시작한 새로운 문물들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나요?

예술가이기 이전에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으로서, 터너도 두려움과 경외감 등이 혼재된 이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여느 사람과 똑같이 느꼈을텐데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이런 감정을 화폭에 담아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인간'으로서 터너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이, 그저 그를 둘러싼 사생활이나 '괴짜'라고 요약되는 그의 성격만을 조명했다는 의미는 아닌 듯 싶습니다.

출처: Pollock (2000) | 사진출처 Rotten Tomatoes
폴록 (Pollock, 2000)
'괴짜 천재' 소리를 들었던 예술가는 여기 또 있습니다. 바로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적 대표자인 잭슨 폴록이죠.
출처: Pollock (2000) | 사진출처 Rotten Tomatoes
그는 커다란 캔버스에 도구를 이용해 물감을 붓거나 떨어뜨리는 등의 제스쳐로 작품을 제작하는 '액션페인팅'을 선보이며 독자적인 미술사상을 확립했죠. 감독 에드 해린스는 폴록의 전기를 읽고 장기간에 걸친 개인 프로젝트로서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는데 앞장서게 됩니다.
출처: Pollock (2000) | 사진출처 Rotten Tomatoes
영화는 극단적인 생활 방식을 보이는 잭슨 폴록과, 그런 그의 작품에 매혹돼 그와 동거하기 시작하는 크레이즈너의 스토리로 진행되는데요. 영화 '폴록'은 단순히 그의 실제 삶과 그림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포커스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폴록의 각 작품을 깊게 파헤치기보다도, 작품을 만드는 '육체적 노동'에 더 집중하죠. 연이어, 폴록에게 일상 또한 '짐' 혹은 '노동'과도 같은 것이었음을 새롭게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항상 자신을 만취 상태로 몰아넣으며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Autumn Rhythm (Number 30), 1950 by Jackson Pollock
'드리핑' 기법으로 대변되기도 하는 그의 창작 방식을 재현해 놓았다는 점을 이 영화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뚜렷한 대상 없이 물감을 흩날리는 이런 방식은 꽤 재미있는 질문의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의 리포터가 물었죠. "작품이 완성되는 때를 어떻게 아십니까?"

사랑이 완성되는 때를 어떻게 알겠어요?

출처: Sorrowing Old Man ('At Eternity's Gate'), Vincent Van Gogh, 1980 © Kröller-Müller Museum
영원의 문 앞에서 (At Eternity's Gate, 2018)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다룬 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되어 왔는데요. 가장 최근 등장한 반 고흐에 관한 영화는 고흐의 한 그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울고 있는 노인 (영원의 문 앞에서, 1980)'이 그 주인공인데요.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고흐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크롤러-뮐러 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고흐가 1882년 연필로 그렸다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유화로 완성한 것입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재활 치료를 받는 중 이었던 제작 당시의 배경을 떠올려보면, 이 그림이 고흐의 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죽어서 묻혀버린 화가들은 그 뒷세대에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걸게 되지.

- 빈센트 반 고흐,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영화의 감독이었던 줄리안 슈나벨은 "이 영화는 그림과 한 화가, 그리고 영원으로 치닫는 둘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를 이야기해 주는 것은 바로 그 화가다. 영화는 그의 일생에서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사실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내가 바라본 고흐다. 여러분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하는, 그런 고흐다."라고 말하며 제작 의도를 밝혔습니다.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이 작품도 놀랄 만한 미장센과 '시'와 '드라마' 사이의 균형감을 통해 고흐의 천재성은 물론,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그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감독 슈나벨은 반 고흐가 실제로 말년을 지낸 아를, 오베르쉬르 우아즈 등의 마을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현장감과 사실감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또 그의 방에는 노랗게 피어있는 '해바라기' 그림이 걸려있지만, 죽음에 다다른 시점에서 보여지는 해바라기 들판은 회색조로 말라있는 등 극명한 색조 대비의 미장센으로 그의 죽음을 암시하기도 했죠.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최근, '반 고흐가 눈질환을 앓았다' 혹은 '압생트라는 술로 인해 시력이 악화되었다'는 등 그의 시력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영화에서는 반 고흐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자연을 가끔씩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그의 심각했던 시력 상태를 관람객들로 하여금 직접 느껴보도록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나는 가끔씩 생각을 멈추기 위해 그림을 그려요" 생전 사람들로부터 진짜 사랑이란 것을 받아보지 못한 그라서, 외로움의 감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화가는 자연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외로움의 감정을 잘 알았던 고흐는 그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그들의 외로움을 깨닫고, 이로부터 위로받기를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출처: 영화 영원의 문 앞에서 트레일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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