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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라면 봉지도 다시 보자! 일상에 찾아온 예술 한 점

조회수 2019. 1. 31.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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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상업브랜드. 이 두 세계는 근대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가치와 본질을 지향하며 영원히 자신의 경계를 공고히 할 것만 같았는데요. 언젠가부터 예술과 일상 사이에 존재했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예술은 이제 부유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오명을 벗은 셈인데요. 전시를 보고나면 아트샵에 들러 작품이 새겨진 굿즈를 사오는 등, 누구나 예술을 더욱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움튼 것이죠.

데카르트 마케팅

(Techart Marketing)

기술(tech)과 예술(art)의 합성어

유명작가나 디자이너의 예술 작품을 상품과 접목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 상승을 노리는 마케팅. 

이에 기업들도 유명 작가나 디자이너의 예술 작품을 상품과 접목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 상승을 도모하는 '데카르트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패션, 가전제품, 생활용품에 이어 '식품'까지 명화의 옷을 입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죠. 하지만 우리에게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 만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포장지의 형태를 빌린 '한 폭의 캔버스',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봅시다! 

출처: 사진 | 오뚜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라면 봉지에 새겨진 '호안 미로'의 세 작품
작년, 출시 30년을 맞은 진라면은 기존의 시그니처 색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가미한 패키지을 선보였는데요. 스페인의 화가 호안 미로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 것입니다.
출처: 사진 | 오뚜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노란 바탕 위에 투박한 선이 자유롭게 그어져 있고, 빨강, 파랑, 초록색이 마구 흩뿌려져 있습니다. 율동적인 구성과 단순한 형식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 힘든 패턴과 화려한 원색의 조합은 여느 입체주의나 초현실주의 화풍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같은데요.
출처: 사진 | 오뚜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오뚜기 디자인팀 관계자는 "특정 작품을 그대로 적용하는 일반적인 아트 콜라보레이션과는 달리 호안 미로의 세 가지 작품을 동시에 진라면의 디자인으로 들여와 재탄생시켰다"며 "호안 미로의 작품이 지닌 생기와 에너지에 집중해" 이런 결과물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사진 | 오뚜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번 '진라면X호안 미로' 아트콜라보를 두고 '어린 아이의 낙서 같지만 선과 색을 조합하면 '물체가 보인다' 혹은 '그림 동화 같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 반면, '어색하다'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비판조의 평가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미술계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리는데요. '버려질 비니봉지를 보며 누가 작가의 그림을 생각하며 그 의미를 찾겠냐'는 의견과 '친숙한 라면봉지에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좋아 보인다'는 평이 공존했습니다. 이런 콜라보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라면봉지에 그려진 작품의 주인공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래서 다소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 거장의 화풍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거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요?
출처: Fundació Joan Miró © Man Ray, 1933
자, 그럼 이번엔 호안 미로의 예술관을 살짝 엿볼까요? 피카소, 달리와 함께 20세기 스페인 3대 화가라고 불리는 호안 미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생의 화가이자 건축가, 도예가로, 원숙기에 이르면서 초현실주의적 환상에 장식성을 가미한, 유머감각이 넘치는 곡선과 색채에 의한 독자적 화풍을 확고히 하였습니다.
출처: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안미로 공원 | 사진츨처 wikipedia
그의 초현실주의는 아주 밝은 시정과 단순화되고 순수화된 형태와 색채의 조화에 의한 율동적인 구성이 특징인데, 여기에 조형성의 긴밀감도 더했습니다. 별·여자·새 등을 거의 상형문자와 같이 환상화하여 그것들을 조화시킨 화면은 건강하고 명쾌한 유머마저 풍깁니다.
출처: L'etoile matinale (tapestry) 호안 미로 © Succession Miro/ADAGP, Paris
출처: Joan Miró Women and Bird in the Moonlight 1949 © Succession Miro/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19
출처: 사진제공 | 롯데주류
맥주 한 모금을 더욱 시원하게! 즐겁게! … '케니 샤프'의 유머가 새겨지다
롯데주류는 지난 10월 미국의 팝 아티스트 '케니 샤프(Kenny Scharf)'와 콜라보레이션한 한정판 맥주 패키지 '피츠 수퍼클리어'를 선보였습니다. 더욱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인데요.
출처: Faces in Places (2016) | 사진제공 롯데뮤지엄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 선보인 맥주캔에는 케니 샤프의 블롭(Blob) 시리즈 중 하나인 'Faces In Places(2016)'입니다. 블롭 시리즈는 만화에서 시작된 캐릭터들과 케니 샤프의 초현실주의적 화면, 그래피티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있고 작가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패키지 디자인에는케니 샤프만의 개성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화려한 색상으로 표현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팝아트 특유의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케니샤프, 사진출처 | 롯데뮤지엄 인스타그램
케니 샤프는 앤디 워홀, 장 미쉘 바스키아와 함께 '살아있는 팝 아트의 전설'로 불리는 작가로, 신선하고 독특한 비주얼 작풍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실제로 세계적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출처: 케니샤프, 사진출처 | 롯데뮤지엄 인스타그램
젊은 시절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퍼포먼스와 실험적 전시를 계속해왔고, 뉴욕을 비롯한 세계 유명 도시의 거리에 그래피티를 남기면서 스트리트 아트의 초석을 세웠습니다. 지금도 회화, 조각, 퍼포먼스, 그래피티 등 장르의 구별 없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죠.
출처: 로봇 청소기 커스터마이징 © | 사진제공 롯데뮤지엄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3월 3일까지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展이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장 벽 곳곳에는 그가 즉흥적으로 그린 캐릭터와 그래피티를 볼 수 있는데요. 별 의미 없는 낙서처럼 보이는 이 작은 그림들, 휘엉켜진 선들이 이 커다란 벽에 없었다면, 굉장히 허전할 것 같았습니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없었다면,'이라고 상상할 때 느껴지는 허전함처럼 말입니다.
출처: 카밤즈 퍼포먼스, 케니 샤프 | 사진제공 롯데뮤지엄
케니 샤프는 늘 "예술이 곧 삶"이라는 가치관을 피력해왔습니다. 필자가 그 짧은 순간에 느꼈던 허전함은 그의 예술관을 단숨에 이해하게 해주었죠. 맥주 한 캔을 마시더라도 예술의 즐거움을 함께 곁들이라는 케니 샤프의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콜라보 제품입니다.
출처: 사진출처 | 롯데뮤지엄 인스타그램
출처: 배스킨라빈스 공식 홈페이지
이건 몰랐지?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담았던 '멘디니'라는 그릇
베스킨라빈스가 산업 디자인계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선보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며,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죠.
출처: 배스킨라빈스 공식 홈페이지
이번 수상 소식은 식품 브랜드와 예술, 두 세계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인지하기 조차 힘들었던 콜라보레이션이기도 하죠!
출처: 배스킨라빈스 공식 홈페이지
상을 받은 디자인은 배스킨라빈스의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중시하는 멘디니의 동심 어린 디자인 철학이 어우러져있습니다. 귀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화려한 색상과 함께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표현한 곡선의 아름다움이 특징이죠.
출처: 배스킨라빈스 공식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포장재와 케이크 패키지, 파티용품 등 다양한 품목에 멘디니의 디자인을 접목시켜 실생활에서 친근하고 재미있게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해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출처: PROUST (1978) ©cappellini
출처: ALESSANDRO MENDINI Milano 1931 ©cappellini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네오 모던 스타일과 현대적인 디자인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오브제·가구·인테리어·건축·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알레시(Alessi)·필립스(Philips)·스와로브스키(Swarovski)·스와치(Swatch)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해오기도 했습니다.
출처: Torre Paradiso, Hiroshima, Japan, 1988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오메냐의 알레시 주거 프로젝트와 포럼박물관을 비롯하여, 일본 히로시마 항구의 기념탑, 네덜란드의 그로닝거 미술관(Groninger Museum), 스위스의 아로사 카지노(Arosa Casino), 이탈리아 나폴리의 빌라 코뮤날레를 위한 세 파빌리언 등을 디자인하며 건축계에서도 이름을 날렸죠.
출처: 네덜란드 그로닝거 미술관

"우리는 폭력성이 만연한 시대에 살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건축가로서 작품을 통해 긍정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감성적이고 의식을 담고 있어야 하며, 긍정적인 생명의 느낌을 줘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죠. 때때로 작품이 너무나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인류적이거나 인본주의적인 면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서재: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서재는 벽이다(네이버지식백과)

출처: Alessi Anna G corkscrew
그는 다른 문화와 다른 표현의 방식을 혼합하는데에 큰 관심을 두었습니다. 또 르네상스 시기에 중요시 되었던 인간 중심의 가치를 '상업화'와 '기능주의'에 가려진 오늘날의 디자인에 끌어오는데 큰 공헌을 했죠. 여자 친구가 기지개 켜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만든 알레시의 와인 오프너 ‘안나 G'는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모습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이런 모습에서는 그의 인본주의적 사고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출처: PROUST GEOMETRICA (2009) © cappellini

오늘 살펴본 아티스트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들의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으면 하는 가치관을 지녔다는 것이죠. 호안 미로는 더 많은 사람들도 자신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작품을 남겼고, 젊은 예술가들의 미술 연구소가 되길 바라며 두 곳의 미술관을 건립하기도 했습니다. 케니 샤프도 낙서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의 그래피티를 전 세계 곳곳,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남겨왔으며, 멘디니 또한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장소에 예술 작품을 짓고 건축과 디자인에서의 반 교육 시스템 '글로벌 툴즈'를 창립하는 등 예술의 일상화, 일상의 예술화를 위해 힘써온 것이죠.



이제 이들이 우리의 삶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요?

사진·자료|인스타그램, 롯데뮤지엄, Cappellini, wikipedia, 네이버지식백과, 배스킨라빈스 공홈, 롯데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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