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니가 알던 '코믹 감초'가 아냐.. 이제는 '멀티롤'이 대세

조회수 2019. 1. 8. 07:0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트랑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후보가 지난 12월 27일 발표되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같은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한 작품, 그러니까, 식구들끼리의 경쟁입니다.
출처: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의 배우 이규형과 한지상 | 쇼노트

이전까진 작품당 한 배우가 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어워즈에서는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에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지상과 이규형이 함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두 사람이 맡은 '다이스퀴스' 역은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며, 다이스퀴스 가문의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1인 9역의 어려운 배역입니다. 그럼에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한 배역으로 두 사람이 나란히 노이네이트되었다는 점은 1인 다역을 두 배우가 잘 소화했기 때문이라는 건 분명한데요.

이처럼 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 배역을 맡는 것은 무대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특히 주로 뮤지컬 코미디에서 앙상블이나 조연 같은 경우에 다역을 선보이는 일이 잦습니다. 지금까지 뮤지컬에서 1인 다역이 사랑받았던 작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배역 이름 자체가 '멀티맨'이었던 <김종욱 찾기>인데요. 이 작품 속 멀티맨은 무려 22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템포와 관객의 웃음을 도맡는 감초이자 핵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야 합니다.


2005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배우 김태한, 전진오(전병욱), 김남호, 박정표, 원종환, 라준 등 수많은 멀티맨이 작품을 거쳐갔는데, 그중 김태한, 전진오, 정상훈, 임기홍이 관객의 눈에 쏙 들어 사랑받은 멀티맨이라고 해요.


김태한은 한예종에서 학교 공연을 했을 때부터 작품에 참여해 초대 멀티맨으로 알려져 있고, 전진오(전병욱)는 <김종욱 찾기>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엄기준, 오만석, 오나라와 무대에 함께 선 멀티맨입니다. 배우 정상훈 역시 코믹하고 센스 넘치는 멀티맨으로 주목받았다고 하고요.


이들은 이후 작품에서도 많은 멀티맨 롤을 제안받았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여러 작품에서 연기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뮤지컬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에 멀티맨 역이 어떻게 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는데, 영화 속에서는 아쉽지만 멀티맨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대에 섰던 주연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줬죠.

출처: 뮤지컬 <아이러브유>.

2004년 초연 이후 현재 2018년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아이러브유>역시 4명의 배우가 60개의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남녀 간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태로 묶은 극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 또한 남자 1, 여자 2 이런 식으로만 정해져 있습니다.


남녀의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육아, 황혼 등 다양한 군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주제로 엮어진 레뷔 뮤지컬로 남경주, 정성화, 최정원 등 뮤지컬계 대선배들부터 이충주, 이지수, 간미연 등 떠오르는 신예들까지 출연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2000년대 중단 관객들에게 입소문이 난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작품들은 간겨란 세트와 멀티맨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는 창작산실, CJ 아지트 등 다양한 창작 뮤지컬 지원 산업이 등장하면서 한국 뮤지컬의 지형이 조금씩 바뀌었는데요. 로코물 중심의 대세에서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라이선스 뮤지컬 경쟁이 심화되면서 다양성의 시대로 진입한 거죠.

출처: 뮤지컬 <구텐버그>|쇼노트

<구텐버그>와 <마마, 돈크라이>는 단 2명이 출연하는 작품인데요. <구텐버그>는 극중극으로 등장하는 작품 속 인물들을 연기하기 위해 역할 이름이 쓰인 모자를 바꿔쓰며 연기를 하는 작품입니다.

출처: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알앤디웍스

<마마, 돈크라이>는 물리학자 프로페서 V가 타임머신을 개발해 시간 여행을 떠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고 뱀파이어가 되어 사랑과 저주를 얻는 스토리의 극인데요. 프로페서 V는 상실감에 빠진 어머니를 위로하는 소년, 사랑 앞에 서툰 청년 등의 다양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초연에서는 모노 뮤지컬로 제작되었지만, 2013년 재연에서부터 2인극으로 자리 잡으며, 팬덤을 형성한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고 해요. 대학로에서 핫한 고영빈, 김호영, 송용진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었고, 최근 시즌에 출연한 배우 이승헌과 하경은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자 신인상에 함께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출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뉴컨텐츠컴퍼니

최근에는 스케일이 더 커져서 전 배역이 멀티 역을 맡는 대극장 공연들이 등장했는데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주연배우 11인이 모두 1인 2역을 연기하며 2막에서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의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주인공 앙리가 괴물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빅터 프랑켄슈타인, 쥴리아, 엘렌 등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이 2막에서는 180도 변신하여 완전히 다른 연기로 관객들 앞에 선다고 하네요.

출처: 뮤지컬 <타이타닉>|오디컴퍼니

뮤지컬 <타이타닉> 또한 27명의 출연자들이 대부분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거의 모든 출연진이 2인에서 5인까지 많은 캐릭터를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퀵 체인지를 위한 무대 디자인으로도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극 중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멀티롤을 연출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극장 규모나 배역을 떠나, 작품에 효과적이라면 멀티맨이 언제든지 등장합니다. 멀티롤은 여러 인물들을 오가도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연기력과 위화감을 주지 않는 무대나 의상, 분장 등이 바탕이 되었을 때 극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계에 이러한 멀티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와 기술력을 갖춘 스태프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2018. 11. 09 ~ 2019. 01.27
R석 11만원, S석 8만 8천원, A석 6만 6천원
약 150분 (인터미션 15분 포함)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