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드 쏘엘리, 이런 조합 어때요?"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돌아온 김소현을 만나다!

조회수 2019. 1. 3. 17: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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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출처: 2013년 공연에 이어 두번째 <엘리자벳> 무대에 오른 김소현.

2013년 <엘리자벳> 무대에서 만났던 김소현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을 무척이나 잘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배우였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기억되고 있지만, 갑갑한 궁정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죽음(Der Tod)의 유혹을 받았던 엘리자벳은 그래서 더욱 그녀에게 꼭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5년의 시간이 흘러 ‘변한’ 김소현을 만났다. 그녀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어렵다’, ‘다르다’, ‘진심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데뷔 17년차의 무대이지만 여전히 ‘어렵고’, 출산 후 복귀작이었던 <엘리자벳>을 또 다시 마주하게 됐지만 ‘다르게’ 다가왔으며, 시간이 얼마가 더디 걸리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비춰진 모습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지금이, 그녀에겐 화양연화인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벳은 실존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그녀가 살았던 곳을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오스트리아 빈과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는데, 그녀가 이토록 멋있는 궁에 살면서 왜 그렇게 답답해하고 벗어나고 싶을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얼마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옭아맸는지도…. 아, 그 당시 여성들의 ‘개미허리’ 실체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어요.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하면서(웃음)."

출처: 2018 <엘리자벳>의 김소현. | EMK

2013년 공연은 그녀의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출산 후 여배우의 삶은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찾아온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심이 많았던 만큼, 갑작스럽게 시작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5년 만에 또 다시 찾아온 기회,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실제로는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제 감정의 깊이는 10년, 20년이 지난 것처럼 달라졌어요. 상상의 폭이 커졌다고 할까요? 시대를 떠나서, 신분을 떠나서, 국적을 떠나서 그저 한 여성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아졌어요. 개인적으로도 성숙해진 상황에서 다시 만난 거라 그 부분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하고 싶었고요."

연이어 맡은 비운의 주인공이 힘들 법도 한데,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역과의 거리를 둔다고. 

"지난 몇 년간 무대에서 참 다양하게 죽었어요. 단칼에 찔려죽기도 하고 장검에 베어 죽기도 하고, 오죽하면 주안이가 왜 맨날 엄마는 죽어?’ 라고 말했을까요(웃음). 

결혼 전에는 비운의 주인공을 맡으면 그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 이제는 손준호 씨가 '땡' 하고 종을 많이 쳐줘서 많이 나아졌지만요. 

배우로 살면서 감정을 추스르는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극 중 죽음이라는 존재와의 만남이 사실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어쩔 수 없이 자꾸 생각하게 돼요.  그렇게 빠져들수록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또 어떤 날은 너무 빠져서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돼 단점이 되기도 하고 항상 풀지 못하는 숙제 같아요."

출처: 김소현이 맡은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해 황후가 된 후, 엄격한 왕실 규율과 시어머니인 대공비 소피의 지나친 간섭에 괴로워하다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친다.

다양한 연령대의 엘리자벳를 표현하기란 쉽진 않다. 특히 경험하지 않은 50,60대는 온전히 '상상'에 맡기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부담이 크다. 

"<명성황후>는 외부에서 주는 자극들이 있었어요. 어떤 명확한 액션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불쌍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있었죠. 반면 <엘리자벳>은 내면과의 싸움을 하는 캐릭터에요. 단순히 줄거리만 보면 이상한 여자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풍족하게 누렸음에도 정신병에 걸렸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어요. 그녀의 아픈 내면을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내공이 필요해요. 집중하지 못하면 절대로 관객이 박수쳐주기 힘든 역할이에요. 그 부분이 참 힘들었어요. 관객들이 오늘은 함께 울어줘도 내일은 ‘팽’ 당할 수 있는 역할이라 긴장을 놓을 수 없었요."

남편 손준호와는 명성황후, 고종에 이어 황후, 황제로 또 부부가 됐다.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불편함 점은 없을까. 

"저는 남편과의 무대라서 더 좋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보시는 분들은 저희들의 광대가 승천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결혼 전 남편과 ‘작품을 통해 만났지만 앞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역할은 피하자’고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아, 살인을 하는 장면이 있다면 모르겠지만요(웃음). 일부러 함께 오르는 무대를 피해온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관객 분들이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진작 많이 할 걸 그랬어요.

사실 개막 전까진 좋았어요. 역할이 트리플이다 보니 시간을 쪼개어 연습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집에서나 차로 이동하면서 같이 호흡을 맞출 수가 있어서 좋았는데, 요즘엔 정말 불편해요. 공연이 끝나면 메이크업도 지우지 못할 정도로 힘든데 준호 씨가 눈치 없이 아까 이 장면은 이랬잖아, 저랬잖아, 코멘트를 하니까. 그럴 땐 그냥 방에 들어가요. 그럼 또 (극 중 넘버처럼)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 하고(웃음)."

'젊어진' 토드들 역시 5년 전과 달라진 점이다. 엘리자벳의 입장에서는 겹겹의 감정들이 쌓이고 레이어가 더 많이 생겨 좋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토드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비현실적인데 그걸 훨씬 더 많이 느끼는 게, 그들의 극세사 다리와 얼굴 크기(웃음). 로맨틱하기도 하지만, 이번 토드들은 섹시한 중성의 느낌이 강해요."

진심을 쏟아내는 배우가 되다는 그녀, 지금과 같은 떨림을 계속 갖고 즐기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 오르고 싶다. 꼭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지킬 앤 하이드>란 작품을 오래 했는데, 그때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이다 싶을 만큼 지킬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아, 우리 경쟁 작품이네,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네(웃음). 다시 할게요. 뮤지컬 마니아 분들도 많아졌는데, 제가 원해서는 아니고요. 옥토드(옥주현), 쏘엘리(김소현) 이런 조합은 어때요? 신영숙씨가 루케니 역을 맡고요. 재밌을 것 같아요."

뮤지컬 <엘리자벳>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11.17 ~ 2019.02.10
기본가 6만~15만원
공연시간 170분(중간 휴식 20분)
출연 옥주현,김소현,신영숙,김준수,박형식,정택운(빅스 레오),이지훈,강홍석,박강현,민영기,손준호,이소유(이정화),이태원,윤소호,최우혁,최병광,한지연,신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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