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영화 전단 다시 보기 -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라이즈〉(1995)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안드레아 에커트, 하노 포스클
〈비포 선라이즈〉는 1995년에 제작됐지만, 한국에는 1년 후인 1996년 3월에 개봉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만해도 <죽은 시인의 사회>와 <늑대 개>의 해사한 소년인 에단 호크가 출연했기 때문이죠. 줄리 델피에 대한 인지도도 높았습니다. 1990년대 영화광의 시대와 함께 한국에 개봉했던 <세 가지 색> 연작의 <화이트>에 출연한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르페’라는 국내 이너웨어 브랜드의 광고에도 출연했었죠.
〈비포 선라이즈〉의 영화 전단에도 두 배우에 대한 설명이 많이 적혀 있습니다. “이지적인 용모, 우수에 찬 눈동자…” 그 다음 문장이 대단합니다. “2시간을 꼬박 쳐다봐도 질리지 않는 외모의 에단 호크.” 줄리 델피를 설명하는 내용은 더 대단합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문장이라고 할까요? “그녀에겐 금방 짜낸 밀크향과 풀잎냄새가 난다. 금발과 우윳빛 피부. 꿈꾸는 듯한 그윽한 눈매. 성숙한 여인의 깊이… 줄리 델피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틀린 말을 적지는 않았네요.
영화 전단은 두 배우의 미모에 대한 찬사를 보냈지만,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외모와 함께 인물들의 대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대화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세계에 대한 관점뿐만 아니라 처음 만난 남녀의 설렘이 가득했죠. 그때만 해도 이들의 대화가 9년을 주기로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죠. 1990년대 후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후 <비포 선셋>(2004)과 <비포 미드나잇>(2013)을 통해 새로운 대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나이들어 가는 영화 속 주인공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비포 선라이즈〉의 영화 전단은 그래서 더욱 25년 전 그때를 추억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지금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