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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명품 선글라스를 쓰는 이유

신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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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중국에서 귀국한 중간 보스 정청(황정민 역)은 자신을 마중 나온 이자성(이정재 역)과 함께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눈다. 


이때 정청이 흐뭇한 표정으로 명품 선글라스(나중에 짝퉁으로 밝혀지지만)를 닦으며 “이놈이 따끈따끈한 신상이거든. 브랜드가 브랜드라 그런지 겁나 비싸요. 어떠냐? 좋아 뵈냐? 연예인 같냐?”라며 묻는다. 물론 이자성은 대꾸도 하지 않았고, 정청은 “개가 짖는구나, XX”이라며 대화를 포기한다.


돈 좀 있는 조폭이 명품 선글라스를 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곧 이어 정청이 덧붙인 말이 흥미롭다. 그가 선글라스를 끼며 하는 말.


“아이 좋아. 역시 명품이 좋긴 좋아. 시커먼 게 조낸 안 보여!”

상식적으로 ‘조낸 안 보이는’ 선글라스가 왜 좋다는 건가? 선글라스는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 앞이 조낸 안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니다. 시커매서 앞이 안 보이면 그게 왜 선글라스인가? 그냥 ‘안대’지.


그런데도 정청은 안대에 가까운 시커먼 선글라스를 쓰고 흐뭇해한다. 그게 명품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영화 『작전』을 소재로 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런 명품 소비 현상을 스놉 효과(snob effect)라는 이름으로 분석한다. 


간단히 다시 언급하자면 이렇다. 스놉 효과에서 스놉(snob)은 ‘속물’이라는 뜻이다. 인간에게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자신만의 물건을 소유하고픈 속물 욕구가 있다. 마침 쇼핑몰에서 마음에 꼭 드는 옷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옷을 나뿐만 아니라 옆집 철수도, 앞집 영이도 살 수 있다면 ‘남들과 다른 나’를 만들고자 하는 속물근성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런 이들이 찾게 되는 것이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명품 옷이다.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제품의 성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책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품 회사들은 앞이 조낸 안 보이는 선글라스에 수십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여놓고 고객을 유혹한다.


“이 선글라스를 쓰세요. 이 선글라스는 너무 비싸서 오직 당신만이 쓸 수 있습니다. 앞이 잘 보이냐고요?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헤헷.”


명품 선호 현상을 분석하는 또 다른 경제학 이론이 있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는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1929)의 이름을 딴 이론이다. 베블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고먹는 금수저 계급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베블런은 이런 금수저들을 유한계급(有閑階級)이라고 부른다. 유한계급이란 ‘한계가 있는 계급’이란 뜻이 아니고, 매우 ‘한가(閑暇)’한 계급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레저계급(leisure class)이라고 부르는데, 한마디로 매일 놀고먹는 사람들을 뜻한다.


문제는 부모 잘 만나 평생을 놀고먹는 이 유한계급들이 열심히 일을 해야 먹고사는 노동자 계급과 뭔가 달라 보이고 싶어 안달을 한다는 점이다. 만약 금수저들이 노동자들과 똑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면 티가 안 날 것 아닌가?

그래서 이 유한계급들은 노동자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비싼 가격의 선글라스와 장신구, 옷과 가방을 걸치고 다닌다. 베블런 효과 역시 부자들의 명품 소비를,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는 유한계급의 본성에서 찾는 셈이다.


이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정청은 속물이며 놀고먹는 유한계급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한다. 그가 조낸 안 보이는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중에 그 선글라스조차 짝퉁임이 밝혀졌다. 비싼 걸 사기에는 또 돈이 아까웠나보다. 참 찌질하기도 하다. 그 찌질함조차 완벽하게 연기하는 배우 황정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정민 만세!


인물소개
  • by.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자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가치 있는 행복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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