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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도서관은 뭐가 다르길래..

조회수 2020. 5. 19. 13: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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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

도서관을 자주 가진 않지만 좋아한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일단 동네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마음이 놓였다. 침 흘리며 잠을 자든 친구들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든 일단 도서관에 공부하려고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날 하루가 뿌듯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도서관은 비싼 등록금을 낸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쾌적하고 치열해 보이는 공간. 거기 앉아서 꽉 들어찬 책들과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왠지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스웨덴에서 도서관은 없어선 안 될 생존공간이었다. 1년간 스웨덴에 가 있었는데 컴퓨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그 동네 공공 도서관밖엔 없었다. 당장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한 인터넷 서치도, 인쇄 서비스도 도서관에서 가능했다. 이방인에게 동네 도서관은 고마운 공간이었다.


회사원이 되고 나서 회사에 운 좋게도 도서관이 있는데, 그곳은 도망공간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잠깐 피신하고 싶을 때 아주 잠깐 숨 돌릴 수 있는 그런 공간.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가 개봉했을 때 보러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지만, 긴 상영시간의 압박과 상영관 수가 적어서 결국 보지 못했다.


그러다 왓챠에서 발견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 보긴 했지만 며칠에 걸쳐서야 다 보았다. 20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의 압박과 내레이션과 연출된 인터뷰가 없는 구성 때문에 한 번에 집중하고 보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이 다큐는 뉴욕 공립 도서관의 여러 날들을 꼼꼼하게 보여주는데 그냥 보여 주는 데만도 206분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로, 이 도서관은 뉴욕시에 분관만 90여개인데다 하는 일이 참 많다.


뉴욕 공립 도서관은 재정의 절반은 뉴욕시가 부담하고 절반은 민간의 투자를 받는다. 공립 도서관인 만큼 사업의 최우선 목표는 뉴욕 시민들이다. 도서관은 뉴욕 시민들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다큐를 촬영할 당시의 뉴욕 도서관의 가장 큰 고민은 뉴욕 시민들의 디지털 격차다. 사실상 디지털 접근 능력과 이용 능력에 따라 정보의 습득과 활용이 크게 차이가 나고 그것이 곧 문화적 경제적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도서관에서는 그 부분에 주목했다. 


그래서 인터넷 이용권을 살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1만명의 시민에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핫스팟’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넷 이용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무료로 인터넷 교육을 해주기도 한다. 


뉴욕 도서관은 민주주의 공론장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도 충분히 하고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저명한 학자가 도서관 로비에서 강연과 함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뉴욕 지역사회에서 민감한 인종차별과 같은 주제를 다루기도 하고 노숙자가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들어오는 항의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특히 이 장면에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만큼이나 노숙자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유니콘’이 무엇인지 전화로 묻는 이용객에겐 도서관 사서가 진지하게 유니콘에 대해 적혀있는 책을 읽어주며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장면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적 호기심에 대해 성의껏 도와주는 모습이 뉴욕 도서관 운영진들의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책 대여와 열람실 제공은 물론이고 인문학 강연, 북 콘서트 , 연주회, 인터넷 교육, 취업교육, 노인을 위한 댄스 교실, 어린이 교실, 노숙자 관련 사회정책 논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책 녹음 등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솔직히 이 다큐 영화를 보게 된 데에는 ‘뉴욕’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컸다. 다른 도서관 말고 뉴욕 공립 도서관.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뉴욕 도서관은 대체 어떻게 다르길래. 무엇이 그렇게 다르길래 206분이나 되는 관찰 다큐가 만들어진 걸까 하는 의문이었다. 

겨우 다큐를 다 보고나선, 뉴요커들의 도서관에 대한 자부심이 이해가 됐다. 뉴욕 도서관은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공립 도서관 하나만 있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고 사람들이 좀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공립 도서관 만큼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면서 공평한 곳은 잘 없으니까. 


내가 도서관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자주 가지 못하는 건 가기까지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시간순삭을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도서관에 찾아 가는 마음을 먹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단 도착하면, 마음이 풍족해지듯이 이 다큐 영화도 꼭 도서관 같다. 206분이라는 긴 시간을, 특별한 연출 없이 담담히 관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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