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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나우 유 씨 미 (20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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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마술 공연장에 300만 유로(36억 원)의 거금이 휘날린다.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지폐 다발에 관중들은 열광한다. 프랑스의 한 은행을 마술로 턴 이 희대의 마술 사기단은 흩날리는 36억 원을 뒤로 하고 자부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위 아 더 포 호스 맨!”을 외치며 공연장을 떠난다.


물론 이들이 마술로 36억 원을 털었을 리는 없다. 이들은 미리 이 돈을 훔친 뒤 교묘한 눈속임으로 공연장에서 돈을 뿌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이 생긴다. 이 사기단은 36억 원을 이미 훔쳤다. 그러면 그걸 갖고 튀는 게 상식 아닌가? 그걸 왜 공연장에 뿌린단 말인가?

이기적 인간을 전제로 한 주류경제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행동은 오로지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노렸을 때만 가능하다. 즉 36억 원을 뿌리고, 그 대가로 명성을 얻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때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마술 사기단은 엄청난 명성을 얻은 뒤 다시 마술 사기에 나선다. 그래서 못된 금융자본가 아서 트레슬러(마이클 케인 역)의 통장을 털 비법을 찾아낸다. 그의 통장에는 1억 4000만 달러, 즉 1600억 원 이상의 돈이 들어있었다. 36억 원을 뿌리고 1600억 원을 얻었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다. 


그런데 어라? 이 마술 사기단은 그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이 사람들 지금 뭐 하는 건가?


이들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마술로 사기를 쳐서 거액을 얻은 뒤 이를 대중들에게 나눠준다. 스리슬쩍 몇 푼씩 챙기는 장면도 없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들의 그런 행동에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철학적인 질문에 주류 경제학은 “행복은 곧 돈이다”라는 매우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행동이란 만족이고, 만족은 곧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에 따르면 100만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100만 원어치만 행복하고, 100억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100억 원어치 행복하다. 


하지만 이 마술 사기단을 보면 경제학의 이런 이론은 웃기는 이야기가 돼버린다. 36억 원이건 1600억 원이건 돈은 이들의 행복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행복을 연구하는 행복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새로이 주목을 받는다. 이 분야에서 선구자로 불리는 브루노 프라이(Bruno Frey) 바젤 대학교 교수는 저서 ‘행복, 경제학의 혁명’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재화에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고 설파한다.


하나는 외재적 속성이다. 이 속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 즉 비싼 물건이 주는 만족이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주는 행복을 뜻한다. 그런데 재화에는 이런 외재적 속성만 있는 게 아니다. 내재적 속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내재적 속성이란 사랑, 우정, 돌봄, 명예 등 돈으로는 가치가 잘 측정되지 않는 ‘숨어있는 성격’을 뜻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짜리 고급 크루즈 여행과 100만 원짜리 싸구려 배낭여행을 비교해보자. 여기서 금액은 여행이라는 상품의 외재적 속성이다. 주류 경제학에 따르면 1000만 원짜리 크루즈 여행은 100만 원짜리 배낭여행에 비해 10배 더 행복한 상품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1000만 원짜리 크루즈 여행을 일본 아베 총리와 함께 가는 것과, 100만 원짜리 배낭여행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게 바로 재화의 내재적 속성이 갖는 위력이다. 


마술 사기단에게는 300만 유로보다도, 1억 4000만 달러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술사들만이 갖는 명예였다. 고대 이집트에서 결성된 전설의 단체 ‘디 아이’에 속한 마술사들은 마술을 통해 파라오로부터 식량을 훔쳐 노예들에게 나눠줬다. 이 명예로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마술 사기단은 거액의 유혹을 휴지처럼 여겼다. 


인물소개
  • by.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자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가치 있는 행복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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