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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하나, 속물효과.. 〈작전〉

조회수 2019. 12. 10.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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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2009)



안산 일대에서 ‘독가스파’라는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였던 황종구(박희순 역)는 조폭 세계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주식 작전 세력으로 변신한다. 그가 처음 설립한 투자 회사 이름이 DGS Capital & Holdings.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독가스파의 이니셜(독가스=DGS)을 그냥 옮긴 이름이라나?


아무튼 황종구가 주식으로 작전을 펼쳤는데, 개미투자자이자 주식 폐인이었던 강현수(박용하 역)가 우연히 그 작전을 망친다. 이 일을 인연으로 두 사람이 엮이고, 강현수는 결국 조폭 두목 황종구의 초대형 주식 작전을 돕는 신세로 전락한다.


황종구는 자기 부하가 된 강현수가 평범한 후드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보자 한마디 한다.


“주식을 그렇게 잘 하는데 꼬라지가 그게….”


한심한 듯 강현수를 쳐다보던 황종구가 갑자기 허리띠를 푼다(응?). 그리고 허리띠를 보여주며 하는 말.


“봐. 구멍이 하나지? 이게 무슨 뜻일까? 내 허리에 맞춰서 만들었다는 거야. 이태리 수제품이지. 명품? 그런 공장 옷 누가 입어?”


황종구의 허세는 멈추지 않는다.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강현수에게 보여주며 자랑질을 이어간다.


“봐. 자세히 봐. 상표 대신 이니셜이 있지? H, J, K. 황! 종! 구! 바로 나야!”

경제학에서는 지위재(positional good)라는 표현이 있다. 상품의 목적이 소비자의 효용을 높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지위를 높이는 데 있는 경우다. 그리고 경제학은 부자들이 지위재에 집착하는 현상을 스놉 효과(snob effect)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스놉(snob)이란 ‘잘난 체 하는 속물’이라는 뜻이다.


인간에게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자신만의 물건을 소유하고픈 속물 욕구가 있다. 마침 쇼핑몰에서 마음에 꼭 드는 옷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옷을 나뿐만 아니라 옆집 철수도, 앞집 영이도 살 수 있다면 ‘남들과 다른 나’를 만들고자 하는 속물근성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런 이들이 찾게 되는 것이 아무나 살 수 없는 비싼 명품 옷이다.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성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품 회사들은 가방에 수백 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여놓고 고객을 이렇게 유혹한다.


“이 가방을 사세요. 이 가방은 너무 비싸서 오직 당신만이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속물 부자는 수백 만 원짜리 가방을 덜컥 산다. 이제 드디어 옆집 철수나 앞집 영이와 구별되는 나만의 과시욕이 채워질까?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부자들이 많은 법이다. 그들도 당연히 수백 만 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닌다.


그래서 지위재는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수백 만 원짜리였던 가방 가격이 1000만 원짜리, 5000만 원짜리로 치솟는다. 그래도 다른 부자들과 구분이 안 되자 급기야 황종구처럼 남들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허리띠와 구두를 찾는다. 아예 자신의 허리에만 맞는 허리띠,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구두를 구입하는 것이다.


“명품? 그런 공장 옷 누가 입어?”라는 황종구의 허세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런 제품은 순전히 부자들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웃긴 것은 그런 허리띠와 구두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다. 단지 ‘당신만을 위한 제품’ 혹은 ‘남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두 배, 혹은 세 배로 뛴다.


사실 허리띠에 구멍을 하나만 뚫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살이 찌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밥을 많이 먹으면 허리띠를 하나 풀 수 있어야 훨씬 편하다. 구멍 하나짜리 허리띠를 차고 다닌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그런데도 황종구는 그런 걸 차고 좋다고 자랑질을 한다. 왜냐고? 그가 속물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그런 자들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스놉(속물) 효과’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전, 지금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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