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 사랑의 이름으로..〈필립모리스〉

조회수 2019. 11. 25. 11: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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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2009)

당신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아니, 질문을 바꾸도록 하겠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거울일지니.

그렇다면 당신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어디까지 해봤는가?


이렇게 질문한 이상 엄청나게 구구절절 한 스토리가 있으리라 기대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 그런 건 없다. 


그런 나이기에, 나는 영화 〈필립 모리스〉를 보는 내내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필립 모리스〉의 스티븐 러셀(짐 캐리 분)은 자신의 연인인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를 위해 가짜 변호사 행세를 하고, 이력서를 조작해 금융사기를 치고, 그러다 감옥에 잡혀 들어간 후에도 몇 번이고 필립을 만나기 위해 탈옥을 한다. 심지어 저게 실화라니! 아 정말 사랑이 뭐길래, 저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생각해보면 나는 연인을 위해 탈옥은커녕, 겨우 30분 거리에 있는 연인과의 점심 데이트마저도 고사한 채 잠이나 퍼 자던 사람이었다. 가장 노오력(!)한 것이 기껏해야 이십 대 초반, 원거리 연애 중이던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기차로 두 시간 반쯤 떨어진 거리를 오간 정도일까.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다, 혹은 했다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아니, 바로 그 자체다. 아무리 연인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곧 자신의 기쁨이라지만, 애초에 저 하늘의 별도 달도 따다 주겠노라 말하는 나 자신이, 연인을 이만큼 생각하고, 사랑하는 자신이 너무 좋은 것 아니냐는 거지.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지독한 나르시스트이고,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본질은 이타심이라느니 하는 말은 전부 개똥 같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쓰면 사랑이라는 행위를 너무 비약하는 것은 아닌가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마음이 잘못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어차피 인간은 원래부터 자기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생물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받기를 혹은 주기를 원하는 애정과 상대방이 주고 받고 싶어하는 애정이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만족의 끝과 끝이 이어져 있느냐, 그러니까 니즈(needs)가 서로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에 따라 그것은 사랑이 되기도 하고, 집착이 되거나 증오가 되기도 하며, 어떨 때는 그 모든 게 되기도 한다.


〈필립 모리스〉에서 스티븐은 자신의 그리운 연인 필립을 위해, 정말 무엇이든 했다. 로맨스, 구원, 거짓말, 범죄, 심지어 죽음까지- 정말 모든 걸 말이다. 

그로 인해 상대방을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스티븐의 사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국내 개봉명인 〈필립 모리스〉 보다는 원제인 〈I Love you, Philip Morris〉가 좀 더 영화의 성격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검색 할 때마다 동명의 담배 회사 이름이 먼저 뜨는 것도 번거롭고!)


그래서일까, 영화를 다 볼 때 즈음에 가서는, 그렇게 온 마음을 다 해 누군가에게 사랑을 퍼부은 것이 대체 언제인가 싶었다. 스스로도 어째서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했던 연인 A를 그렇게 사랑했던가? 여행을 다녀온 나의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이기 위해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공항에 온 연인 B는? 나를 보기 위해 태평양을, 인도양을 넘어왔던 수많은 C, D, E들은? 그들은 나에게 그랬을지 몰라도, 나는 그들을, 혹은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했던 적이 있었나. 아아,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발 밑이 꺼지는 것만 같다. 


자기 만족이라도 좋으니-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영화 속 스티븐이 죄수 수송 버스에 올라서 마저 온 마음을 다해 소리친 것처럼, 마음 속 깊이, 온 힘을 다해 소리치고 싶다. 


"사랑해!" 라고.


이 영화, 지금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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