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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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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그만두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미처 짙은 화장을 지우지 못한 채 후줄근한 옷을 입고 부랴부랴 막차에 올라탄 그 때. 만원 버스에 앉지 못하고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한 청년이 친절하게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었던 그 때. 화려한 방송인 채자영과 아직 취준생의 티를 벗지 못한 가난한 채자영의 괴리감을 더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은.


매번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1시간 동안 공들여 한 화장을 대충 지우고, 대여로 빌려 고급스러운 옷을 가지런히 벗어 두고는 늘 입던 청바지와 후드 집업으로 갈아입었다. 화려한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수수한 옷차림. 누가 봐도 엉성하고 이상해 보였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막차에 올라탈 때면 늘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아직도 25살,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가난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녀일 뿐인데, 그즈음 어떤 모임에 나가도 사람들은 나를 ‘아나운서’ 혹은 ‘방송인’이라며 추켜세웠다. 나는 그저 똑같은 ‘채자영’인데 이전과 달라진 대우가 매우 어색했고 또 불편했다. 그래서였을 거다. 그토록 원하던, 매일 같이 갈망하던 방송일을 그만둔 것은.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에단 호크는 어느 날, 그의 부와 명예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 무렵 그는 심각한 무대 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아흔의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과의 대화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고는 그 마법과 같은 순간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그렇게 탄생했고, 에단호크는 이를 계기로 감독에 데뷔하게 된다.

일로서 이룬 성공이 곧 삶의 성공이 될 수 있을까? 누구든 어느 시기가 되면 이 질문과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한 피아니스트, 세이모어는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삶의 진리를 전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이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이해하게 되면

음악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조화를 이루게 돼요.

음악과 삶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끝없이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거죠.”


한동안 ‘워라밸(Work and Balance)’이라는 단어에 갇혀 살았다. 일과 삶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일의 총량을 절대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삶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대할수록 내 삶은 더욱 불행해졌다. 마침내 일과 삶을 분리하려던 그 순간보다 일을 통해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한 것을 느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과 삶의 통합

일과 삶의 통합. 최근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 단어를 듣고는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했다. 워라밸에 갇혀있던 나의 가치관이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진짜 조화(Balance)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일로 성장하고 한 단계 나아가고, 새로운 세계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더 넓은 미지의 세상을 향해가는 삶. 그런 삶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 삶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이 삶과 조화롭지 않다면 그 사람은 무너지거나 괴물이 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한 단계씩 성장하는 일을 통해, 나 스스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자아는 아직도 미숙한데 일하는 자아만 불쑥 커버리는 일 같은 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차근 차근,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의 속도대로 나의 개인적 자아와 일하는 자아를 모두 컨트롤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평온하게 미소짓는 세이모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평화로워진다.일과 삶이 일치된 만족스러운 삶이 주는 행복감이 그의 얼굴에 묻어난다. 과연 성공한 삶이란 아마도 저 아흔의 피아니스트 같은 삶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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