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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글렀다고 생각할 때, 〈쇼생크 탈출〉

조회수 2019. 11. 15.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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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1994)

살다보면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가 내 삶을 쥐고 흔드는데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고압적인 상사가 내 목줄을 잡고 조르는데 달아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사는 게 종신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생은 글렀다고 생각할 때, 나는 〈쇼생크 탈출〉을 본다.


아내가 정부와 바람피우는 걸 알게 된 후, 권총을 구해 만취되도록 술을 퍼마신 앤디, 깨어나 보니 아내와 정부는 총에 맞아 죽어있고, 본인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 있다. 살해 동기는 확실하고 알리바이는 불확실하다. 종신형을 받아 수감된 앤디, 과연 그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과 레드(모건 프리먼). 앤디는 감옥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끈기와 집념으로 탈출하는 주인공이다. 처음 볼 땐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앤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진짜 탈출을 하는 주인공은 레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고한 앤디와 달리 레드는 유죄가 확실한 살인범이다. 죄를 인정하고 그 대가를 장기 복역으로 치른다.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낸 후, 노인이 되어 가석방된 레드는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꿈꾸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앤디의 치열한 탈출 장면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자유를 얻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는데, 자신은 스스로의 자유를 저버리려 하고 있다니. 이제부터 레드의 탈출이 시작된다.

앤디와 레드의 탈출은 한국 사회의 다른 두 세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의 부모는 전쟁과 기아를 경험한 세대다. 우리의 아이들은 무기력과 절망과 싸우는 세대이고. 이전 세대가 배고픔, 빈곤, 폭력 등 육체적 재난과 싸웠다면, 다음 세대는 좌절, 분노, 우울 등 정신적 재난과 싸우게 될 것이다. 


앤디의 탈출이 물리적 구속에서 도망가는 것이라면 레드의 탈출은 정신적 무력감에서 달아나는 일이다. 후자가 더 어렵다. 전자는 나를 옥죄는 물리적 조건만 해결하면 된다. 가출, 퇴사, 이민 등의 방법을 통해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달아나면 된다. 그런데 후자는 나를 구속하는 주체가 바로 무기력한 나 자신이다. 이 경우, 탈출이 더 어렵다.


앤디가 희망을 꿈꾸게 된 계기는 레드와의 만남이다. 레드는 감옥에서 무엇이든 구해주는 사람이다. 담배든, 술이든, 여배우의 수영복 브로마이드 사진이든 무엇이든 구해준다. 앤디는 레드에게 암석 망치를 부탁한다. 


작은 손 망치지만 끈기를 갖고 돌을 다듬으면 예쁜 조각품이 탄생한다. 끈기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앤디는 보여준다. 탈출에 필요한 건 행운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다.

〈쇼생크 탈출〉은 사는 게 힘들 때마다 다시 보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지금 내게 필요한 탈출은 누구의 방식인가. 앤디인가, 레드인가. 


앤디라고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그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방식을 찾는다. 꾸준히 어떤 일을 반복한다. 레드라고 생각하면, 내게 희망을 주는 사람을 찾아본다. 레드가 앤디에게서 희망을 보았듯이, 나는 영화 속 레드를 보며 다시 각오를 다진다.


〈쇼생크 탈출〉을 봐도 딱히 탈출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괜찮다. 삶이 힘들 땐 현실로부터 달아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재미난 영화 한 편을 보며 2시간 동안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무언가 즐길 수 있다면, 답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왓차플레이 시청을 시작했다. 이건 레드가 앤디에게 준 망치가 아닐까? 현실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마법의 도구. 왓차에서 찾아본 영화 속에서 삶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김피디의 시네마 디톡스, 이제부터 시작이다.


쇼생크 탈출, 지금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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