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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질로, 죽은 시인의 사회

조회수 2019. 10. 25.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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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1989)

우리는 종종 살아가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때가 있다. 그리곤 아주 작은 스위치를 통해 다시금 진짜 중요한 것으로 회귀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얼마 전 받은 편지 한 통처럼 말이다. 힘주어 정직하게 써내려 간 그 편지에는 길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꾹꾹 담겨있었다. 1년 전, 만났던 이 학생은 아마도 '말'을 잘하고 싶어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말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오래 전부터 '말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사회적 평판'이 중요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사회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대 위에서 단정하고 완벽하게 말한다'는 이야기로 들려왔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스피치 교육이 무대 위에서 자리 이동은 어떻게 하고, 목소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말의 스킬'에 집중해왔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법이기도 하고 겉보기에는 마치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였을테니 말이다.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무대 위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멋진 프레젠테이션이 완성된다고. 적어도 전문 프리젠터로 무대에 선 지 2-3년차까지는 그렇게 믿었던 듯하다. 그 당시 썼던 <프레젠테이션 노트>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스스로 했던 피드백의 대부분이 말의 스킬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말의 스킬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별다른 내용없이 말만 완벽하게 했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는 확신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결코 '말의 스킬'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의 스킬은 단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 좋다는 말이다. 그러니 말을 잘하려면 먼저 생각이 바로 서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내 안에서 단단하게 바로 설 때까지 기다리고 다듬어야 비로소 ‘진정한 말하기’가 시작될 수 있다.


이따금씩 강연 요청이 와 누군가의 앞에서 '말'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딩 선생님을 떠올린다. 모두가 책에 있는 지식을 가르칠 때, 학생들 스스로 사색하는 법을 알려주는 키딩 선생님. 그의 말을 잘 들여다보면 ‘말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안에서 나온 것, 나의 신념이 독특하다는 것을 믿는 것.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이어도 계속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것.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했을 땐 그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너의 삶 그 자체로,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키딩 선생님의 말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본질을 나누기에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들이 생각했던 답이 아닐지라도, 나는 내가 믿는 것들을 세상에 전하고 싶다. 진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바로 서야 하고, 그 생각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말을 잘한다는 것은 타인과는 다른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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