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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 함께 꿈꾸지만 다가갈 수 없는

조회수 2019. 9. 27. 18: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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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오브제

〈이티〉의 자전거는 우정이다.


커다랗고 둥근 달을 배경으로 자전거가 하늘을 날고 있다. 밝은 달빛은 자전거의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다. 소년은 친구를 보호하고 싶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구와 다른 곳에서 온 그는, 엘리엇 자신과 상당히 다르게 생긴 그는, 지구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그는, 그러나 기꺼이 엘리엇의 친구가 되어주었고 엘리엇 또한 기꺼이 그의 친구가 되었다. 


지금 엘리엇은 E.T라 부르는 그 친구를 태우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어른들에게 그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그가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어린 엘리엇을 채우고 있는 것은 오직 그 생각뿐이다. 그 마음이 자전거를 띄워 올린 걸까. 소년과 E.T가 탄 자전거는 둥그런 달이 떠있는 하늘을 날아간다.

〈첨밀밀〉의 자전거는

함께 꿈을 꾸지만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이요와 소군의 마음이다.


이요와 소군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홍콩을 누빈다. 꿈을 찾아, 돈을 벌기 위해 대륙에서 건너 온 두 사람은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되고 서로의 비슷한 처지로 남매처럼 가까워지고 곧 그 이상의 이끌림을 갖게 된다. 


하지만 대륙에는 소군을 기다리는 여자가 있고 이요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야심이 있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그런 마음을 자전거에 싣고 두 사람은 남매처럼 달린다. 

〈자전거 도둑〉의 자전거는 

2차 대전 이후 빈곤하고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슬픔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얼굴은 울기 직전이다. 가난한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일을 나가야 하고 자전거가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낡디 낡은 자전거이지만 이 부자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유일한 재산. 그런 자전거를 누군가가 훔쳐간다. 생계수단을 잃고 막막함에 젖은 부자는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기 위해 로마를 헤맨다. 절망과 한 가닥의 희망과 절박함과 애처로움이 두 사람의 얼굴과 몸에 잔뜩 묻어 있다. 


어떤 청년이 타고 가는 자전거가 꼭 내 것인 것 같아 따라가 보지만 그 자전거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애타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찾던 아버지는 그만 누군가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고 경찰에 붙잡히고야 만다.

〈시티 오브 엔젤〉의 자전거는

그렇게 슬프게 엇갈리는 

둘의 운명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천사 세스. 어느 날 절망적인 얼굴로 환자를 살리려 애쓰는 의사 메기를 보고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 날 이후 세스는 메기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날마다 그녀의 일터로 찾아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본다. 메기는 절대 자신을 느낄 수 없지만 왠지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세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이 되어 메기 곁을 찾아오고 두 사람은 그렇게 연인이 된다. 하지만 메기는 그 아름다운 감정을 안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당신의 자전거는 어느 영화의 어느 장면에 놓여 있을까.

이 영화, 지금 보러갈까요?


신지혜

CBS 아나운서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영화와 오브제〉는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려 합니다.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 작고 맑은 감상을 불러일으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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