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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투어

겨울이니까, 잠시만 안녕

VACATION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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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또 겨울이 온 것 같아. 그렇지? 곧 온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사람들은 이 땅에서 사라진 산타를 대신에 서로에게 선물을 줄 거야.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아직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끝나지 않은 내게 겨울은 늘 좋은 도피의 핑계야. 어디든 겨울이 아닌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거든. 올해도 짧은 휴가를 냈어. “너 아직도 그래?” 팀장님은 아직도 그러냐며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지만, 그냥 고개를 저었어. 맞아. 이것도 습관이야. 어디로든 가야 할 것 같다는 마음. 뭐든 피해서 도망 가고 싶은 욕심 말이야.

  겨울을 맞은 서울을 피해 처음으로 도망친 곳은 방콕이었어. 가까우면서도 비교적 쾌청한 날씨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태국’하면 가장 대중적인 이 도시는 한국인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혼자 떠나는 첫 여행으로는 나쁘지 않았어.


  방콕은 수많은 불교 사원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한 손에 과거를, 한 손에는 미끄러지는 현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마사지 샵 역시 국내에선 흔한 곳이지만 태국의 것이라면 어디든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도심에서 만나는 천혜의 휴식이라는 건 정녕 이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어.


  심한 시간대엔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는 것이 서울과 비슷했지만, 대부분 모든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터라 그렇게 깊이 체감 되는 건 아냐.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떠나면 고즈넉하게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원들을 만날 수 있어. 오랜만에 대형 마트가 아닌 시장을 구경하며 독특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고.


  여정 내내 술은 일부러 마시지 않았건만 결국 마지막 밤에 억누른 감성이 터진 걸까. 화려한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루프탑을 발견하자 결국 술 한 잔 했던 기억이 나. 진한 먹색의 밤하늘에 수놓은 알록달록한 조명, 그 재잘거림에 늦은 시간까지도 잠에 들지 못하는 도시. 나의 아픈 겨울은 그 때, 그럭저럭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다음 여행은 조금 더 고된 곳으로 가볼까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홍콩에 가보란 추천을 너무 많이 받았더라. 단기간 여행지로도 좋고 휴양이나 쇼핑 등 바쁘게 지낼 수 있는 구석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추천 이유. 나는 나름 ‘도피’라는 단어를 붙이고 반성하려 했는데, 다들 내가 조금 더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인가 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걱정해주는 거라 치자.


  홍콩 여행도 방콕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기억이 나. 처음에는 너도 나도 홍콩 가면 먹어봐야 하는 음식들을 소개해줘서 그걸 먹느라 하루에 네다섯 끼는 기본으로 먹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진 않았어. 뭐랄까,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 그렇게 많이 먹으면 분명 몸매 관리라던가 걱정해야 할 부분이 있었을 텐데 전혀 생각이 안 나더라고.


  그래도 조금은 다른 느낌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섬 투어도 한 번 다녀왔었어. 디즈니랜드와 함께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선택지인데, 아쉽지만 디즈니랜드를 다음 기회로 미뤘었어. 물론 결과는 만족스러웠지. 국내와는 다른 매력의 해변과 그림처럼 예쁜 건물들의 조화는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 종교는 없지만, 청동좌불상을 볼 땐 뭔가 마음 속에 경의로움이 차는 느낌이었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란타우섬에선, 바쁜 도시의 소음을 끄고 정말 사색에 잠겨봤던 것 같아. 그게, 내가 기억하는 홍콩의 다른 색이야.

  올 해는 산타클로스를 피해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세부로 결정했어. 앞의 여행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너무 어렵지 않은 코스로. 앞서 말했던 홍콩과 방콕이 초가을 날씨였다면, 세부는 완연히 초여름 날씨야. 맑은 날엔 하늘이 쾌청하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예뻐서, 여기가 정말 천국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니까.


  사실 수상 액티비티를 한 큐에 응했다면 거짓말이지. 나, 알잖아. 무서운 건 많이 안 좋아하는 거. 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말이야. 그래도 워낙 세부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하고, 안전하다고 하니까. 네가 본다면 놀랄까? 나도 내 모습을 보고 조금, 당황스럽긴 했어. 너는 이런 거 좋아하는데 내가 한 번도 같이 해준다 한 적 없었잖아. 스노클링, 다이빙, 패러세일링 다 네가 좋아했던 것들인데.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나도 이런 걸 할 용기가 생기는구나 생각했었지. 그래 봤자, 산토니뇨 성당의 나이테를 생각한다면 이 만큼의 공백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세부는 내게 느린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 곳이었어. 다시 돌아왔을 때, 남은 겨울을 씩씩하게 보낼 수 있었거든.

  하루가 바쁜 직장인에게 방학이라는 단어는 너무 생소해. 그렇지? 평일에 비해 짧은 주말이 우리에겐 일주일을 버티는 원동력인 걸. 그래도 네가 준 겨울에 대한 추억들이 내가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네. 너 역시 겨울을 피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도록 해. 올 해도 긴 겨울이 될 것 같고, 언제부터 겨울인 지는 네가 정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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