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하지 말 걸 그랬어

조회수 2021. 4. 9. 1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남친과의 넷플릭스 공유, 끊을까 말까?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그들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사랑의 열기로 충만할 때면 나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유하거나 커플 앱으로 둘만의 세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 달뜬 사랑의 열기가 어느 정도 가신 후 안정기가 찾아오면 편안한 마음에 또 많은 것을 공유한다. 노트북 비밀번호나 각종 계정의 암호까지도. 이후에 발생할 불편함이나 혹시 모를 일들까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의지한 사이일수록 이후의 일상은 삐걱거리기 쉽다. 한번 공유하기 시작한 것을 다시 나만의 것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법. 현명한 연애는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적인 영역을 잘 지키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둘 사이를 갉아먹을지도 모를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 소모로부터도 관계를 지켜준다.

1 사라지지 않는 구남친의 잔해
남친의 절친들과 함께 만나 몇 번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 남친 없이 그들과 따로 만날 정도로 친밀한 사이도, 따로 연락하는 정도의 친분도 아니지만 그들 중 몇 명이 먼저 인스타그램 팔로를 해 나도 맞팔을 했다. 피드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서로 ‘좋아요’를 누르는 사이. 남친의 절친들과는 딱 그 정도의 사이였다. 문제는 남친과 헤어지고 나서도 그 절친들이 여전히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는 것이다. 남친과 이별했다고 해서 그들과도 무 자르듯 관계를 끊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남친이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져온 관계이기에 애매한 기분이 든다. 장난스럽게 단 댓글을 마냥 모른 척할 수도 없고.

2 커플앱의 부작용

만난 지 며칠인지 세거나 기념일을 시끌벅적하게 챙기는 편이 아니라 커플앱은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남자친구가 커플앱을 깔자고 해 처음으로 다운로드했다. 서로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둘 중 한 명이 약속 시간에 늦을 때면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하며 놀리곤 했다. 둘이 찍은 사진을 커플앱으로 공유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을 쌓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놀이 같고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앱을 지우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배터리 잔량까지 체크할 수 있으니 ‘배터리가 없었어’ 같은 소소한 거짓말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위치를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피곤하다 정말.

3 알고리즘으로 들켜버린 뇌 구조

유튜브 광고에 시달리는 걸 보며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 별 생각 없이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을 공유했다. 간과했던 건 귀신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 가끔은 내 생각을 나보다 유튜브가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춤형으로 띄워주는 영상들을 그가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들킨 기분이다.

한번 공유하기 시작한 것을 다시 내 것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법. 현명한 연애는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적인 영역을 잘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출처: www.shutterstock.com

4 노트북만은 사수할 걸 그랬어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는 그에게 노트북 비번을 알려줬다. 같이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할 때마다 비번을 풀어주는 게 귀찮기도 했고 감추고 있는 것이 많은 사람처럼 보일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남친이 집에 오기 전에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노트북에 남겨진 기록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창에 남겨진 기록은 나의 뇌 구조를 고스란히 전시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인터넷 방문 기록 삭제와 쿠키 삭제까지 해도 그가 내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5 더 이상 카톡할 수 없는 사이

남친에게 초딩 조카가 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내가 보고 싶다고 졸라 먼저 만난 적도 많다. 어느 날 휴대폰이 새로 생긴 남친의 조카와 카톡 친구를 맺었다. 친동생 같고 친조카 같기도 한 그 아이와 간간이 카톡을 주고받았다. 문제는 남친과 헤어졌는데도 자꾸 카톡이 날아온다는 것이다. 조금 더 크면 알게 되겠지. 우린 연락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6 끊을까 말까

최대 4명까지 공유할 수 있는 넷플릭스 계정에 자리가 남아 그에게 한 자리, 평소 친하게 지내는 그의 여동생에게 한 자리를 내어줬다. 그렇게 1년 정도 넷플릭스를 구독하다 하나둘 늘어만 가는 고정 지출을 줄이기로 마음먹고 넷플릭스를 해지하려 했다. 구독 해지 버튼을 찾다 보니 눈에 띈 두 개의 프로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막상 넷플릭스를 끊으려 하니 야박한 자린고비처럼 보일 것 같아 몇 달째 망설이고 있다.


7 판도라의 상자

그와 오래 만나다 보니 서로의 휴대폰 비밀번호 패턴을 자연히 알게 됐다. 하루는 장난 삼아 ‘누가 더 패턴을 빨리 푸나’ 내기를 하다 그가 나의 휴대폰 잠금을 봉인 해제하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서로의 비밀번호를 확인하게 됐지만 굳이 바꾸는 것도 귀찮고 또 이상해 보일 것 같아 딱히 바꾸진 않았다. 그가 나보다 먼저 잠들어버린 어느 날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의 휴대폰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잠금 해제를 하고야 말았다. 이내 이성을 되찾고 다시 그의 머리맡에 고이 놔두었지만 자꾸 휴대폰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 괴롭기만 하다.

비번 알려준 과거의 나, 후회해

<싱글즈> 오디언스가 말하는 비번 공유했다 후회하는 순간들.

* 2021년 2월 1~11일 <싱글즈> 웹사이트(www.thesingle.co.kr)에서 27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