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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의 미래

조회수 2021. 3. 11.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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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들고 나오면 결제 완료?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변화하는 슈퍼의 미래.
출처: www.shutterstock.com

비대면이 일상이다. 상식선에서 이루어지던 모든 일이 스마트폰 화면과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비대면 시장은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기술을 접목한 변화를 스마트해졌다고 칭송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더 힙하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행동을 뜻하는 단어가 앞에 붙으니 어쩐지 더 건조하고 차가운 기분이 들지만 코로나19가 침범한 시대는 우선순위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쇼핑에서부터 시작됐다. 살아남기 위한 생필품을 전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택배는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소외되는 건 오프라인 매장이다. 자영업자의 암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울 동작구에 기술을 입은 스마트 슈퍼를 오픈했다.

출처: www.shutterstock.com

스마트 슈퍼는 일반 동네 슈퍼와 형태는 같지만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채택한다. 낮 시간에는 사람이 상주하다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24시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가격 정찰제인 편의점과 달리 일부 제품은 할인도 적용된다. 매장이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되면 출입 인증 장치에 신용·체크 카드를 인증하고 입장한 뒤 카메라의 감시 아래 쇼핑을 시작한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무인 계산대 앞에서 직접 바코드를 찍고 모니터의 안내 화면에 따라 결제를 진행한다. 맥주와 담배 같은 성인 기호식품은 신분증 인증을 추가로 해야 한다. 물건 구입 과정은 확실히 편리하다.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쏙쏙 집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는 내 모습은 어쩐지 촌스러운 기분이었다. 후다닥 계산을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엄습했다. 간편한 온라인을 두고 굳이 찾은 오프라인 동네 슈퍼에서 누릴 수 있었던 일상 하나가 또 이렇게 사라지는 걸까. 기술을 접목한 오프라인 슈퍼의 등장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 ‘아마존 고’가 시작이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각종 기술을 결합해 운영되는 이곳의 슬로건은 ‘No lines, No checkout’다. 아마존 고에서는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다. 이곳에서 사람은 QR코드로 인식된다. 아마존 고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앱을 다운로드해 결제 카드를 등록한 다음 QR코드를 받는다. 이 QR코드를 인증하면 매장 안의 수십 대의 카메라가 물건의 위치, 물건을 잡는 움직임, 동선을 따라 데이터를 수집해 알아서 제품 가격을 매긴다. 쇼핑과 동시에 계산이 이루어진다. 물건을 집어 들고 매장을 빠져나오면 결제 문자가 도착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시에 고도로 진화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리테일테크가 그리는 미래가 그렇다. 아마존고의 등장 이후 월마트, 알리바바 등도 셀프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출처: www.shutterstock.com

국내에서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지난해 11월 ‘셀프 매장 2.0’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셀프 매장을 열었다. 앱을 깔 필요는 없지만 신용·체크 카드를 인증하면 내게 QR코드가 전달된다. 필요한 물건을 고른 다음 그냥 나오면 된다. 결제 과정이 없어 물건을 훔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색했지만 물건값은 정확하게 계산됐다. 매장 안에 안내 직원이 있지만 그 누구와도 말 한마디 나눌 일이 없으니 비대면 시대에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동네 슈퍼의 스마트화와 함께 리테일테크의 적용 속도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과 경력보다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를 떠나 과연 이런 쇼핑의 경험이 재미있을까? 우리 부모님은 이 시스템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쇼핑과 경험, 일상은 연결되어 있다. 일상의 빈곤을 외치는 비대면 시대에 로봇과 AI, 기술에 의한 비대면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이로움은 반갑지만 일상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비대면 시대의 기속화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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