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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의 리추얼

매일 수행하는 나만의 의식, 리추얼! 일찍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 공부 시간을 기록하는 '타임스탬프' 등 요즘 세대들의 리추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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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종교상의) 의식, (제의적인) 의례’를 뜻하는 ‘리추얼(Ritual)’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불을 쬐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원시시대 인류부터 실시간으로 자신의 리추얼을 공유하는 언택트 휴먼에 이르기까지. 리추얼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존재해왔다. 위대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도 자신만의 리추얼이 있다. 베토벤은 매일 아침 정확히 60개의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지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고 규칙적으로 글을 쓴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어딘가 괴짜 같거나 대단해 보이는 것들만 리추얼이 되는 건 아니다. 눈을 뜨자마자 찬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리추얼, 점심 먹고 반드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오후 일과가 잘된다면 그것도 리추얼이다. 반복되는 루틴이나 습관과 다른 점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닌 ‘의식’이 동반된다는 것.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반듯하게 정리하고 오늘보다 건강해질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영양제 한 알을 삼키는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닌 리추얼이다. 작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반복되는 리추얼의 힘은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크다. 소설을 잘 쓰기 위해 요가 수련자가 된 소설가 최정화도 자신의 책 <책상 생활자의 요가>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리추얼 제너레이션의 탄생

MZ세대는 지금 리추얼에 푹 빠져 있다. ‘기승전리추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는 1990년대 방식이 혈액형이었다면 2020년대에는 단연 MBTI와 리추얼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각자의 리추얼을 이야기하다 보면 절로 취향을 알게 되고 소소한 인생 계획 같은 것들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리추얼은 MBTI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니 리추얼이 비슷한 상대를 만나면 금세 절친이 되기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에 도전해본 이야기는 술 마시고 논 에피소드보다 훨씬 흥미로운 대화 주제가 되고 이를 촬영한 브이로그를 유튜브에 업로드하거나 인증용 SNS 계정을 따로 만들어 리추얼 습관을 기록하는 이들도 많다. 혼자 하고 뿌듯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놀이하듯 인증한다. 리추얼 제너레이션의 탄생이다.

<리추얼>의 저자 메이슨 커리는 리추얼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답답하고 모든 것이 마음처럼 안 될 때도 리추얼이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나의 하루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불어넣고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설계하는 것. 리추얼은 우리 자신을 위한 신성한 의식인 것이다.

리추얼의 이유

MZ세대는 왜 리추얼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리추얼을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행위로 여기는 것은 이들이 자본주의 키즈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 따르면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어 자본주의 사고방식이 자연스러운 세대를 뜻한다. 명품을 사는 데 거리낌이 없고 소신 있는 소비를 하는 동시에 태어난 이후 내내 불황을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경제적 자유를 향한 의지도 강하다. 소비에 관심이 많은 만큼 돈을 버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재테크 공부를 하고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N잡과 투자를 통해 소득을 늘려 30대 혹은 40대에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 운동처럼 빠른 경제적 자유를 이루려는 열망은 곧 자기계발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자신의 하루를 주도하는 리추얼을 행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하루하루의 작은 성공을 맛보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고 있다는 안도까지 할 수 있다.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 <리추얼>의 저자 메이슨 커리는 리추얼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답답하고 모든 것이 마음처럼 안 될 때도 리추얼이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나의 하루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불어넣고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설계하는 것. 리추얼은 우리 자신을 위한 신성한 의식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리추얼 구루를 만든다. 새벽 기상을 통해 출근 전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브이로그로 유명한 김유진 변호사의 책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기계발형 리추얼을 실천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5, 4, 3, 2, 1을 세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 일이 잘 안 풀릴 때,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새벽 기상을 통해 많은 것을 이뤘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굳은 결심을 하고 4시 30분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알람 소리만 2시간 내내 듣다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는 웃픈 후기들은 덤이다.

함께하는 리추얼의 힘

‘미라클 모닝 함께하실 분 구해요’.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블로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뭐든 놀이처럼 하는 MZ세대는 리추얼을 함께하기에 이른다. 참여자의 비중은 MZ세대가 특히 높다. 팀 페리스가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 <타이탄의 도구들>은 MZ세대의 바이블로 여겨지는데,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챕터가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습관에 관한 페이지다. ‘잠자리를 정리하라, 명상하라, 한 동작을 5~10회 반복하라, 차를 마셔라, 아침 일기를 써라’로 요약되는 타이탄의 아침 습관을 함께하며 서로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요즘 리추얼 모임에서 가장 유명한 커리큘럼(?)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리추얼을 소개하며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주최하는 리추얼 모임에 참가 신청을 하기도 한다. 혼자 하다 보면 결심이 무너지고 재미도 덜하다.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지구력이 부족한 이에게는 현명한 선택이다. 포기가 빠른 편인 나도 리추얼 커뮤니티의 열혈 신도 중 한 명이었다.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열겠다는 결심은 스마트폰의 중독성 때문에 도무지 지켜지지 않았다. 그때 찾은 대안이 하루 15분 책 읽기 모임에 가입하는 것. 책을 읽을 때마다 매일 페이지를 인증하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독서 리추얼을 만든 적이 있다. 책을 읽기 싫은 날에도 다른 사람들의 쏟아지는 인증을 보며 의지를 다잡다 보니 어느샌가 새로운 리추얼이 만들어졌다. 일정 금액의 돈을 내고 성공하면 환급받는 형식의 애플리케이션도 의지를 돈으로 사는 방법이다. 리추얼이 어느 정도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자리 잡기 전까지는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추얼을 굳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연결을 원하는 심리와도 관련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하루의 작은 성공을 나누고 느슨한 연대를 통해 사회에 속해 있음을 느낀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대학생,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는 직장인, 취업 준비를 하느라 고단한 취준생, 혼자 일하며 대부분 홀로 생활하는 긱 워커 등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며 ‘혼자’가 된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설계하는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사회를 이룬다. 퇴근 후 영어 공부를 하고 나면 혼자 뿌듯해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공부 시간을 기록해주는 ‘타임 스탬프’ 같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증하고 단톡방에 공유하는 것이 요즘 세대의 리추얼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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