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먹통은 누가 보상하나요?

조회수 2021. 2. 1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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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 세계의 서버가 먹통이 된다면? 모든 것이 멈춰버린 디지털 스노데이, 내 시간은 누가 책임져주나요?
출처: www.shutterstock.com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켜서 음악을 듣고자 했다. 검색어를 넣자 돌아오는 건 기분 좋은 음악 대신 ‘Something went wrong…’의 메시지. 실시간 검색어는 유튜브 먹통이 장악했다. 같은 시간 구글의 G메일, 캘린더, 클라우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서비스도 멈췄다. 지난 12월의 일이었다. 이게 처음은 아니었다. 11월에도 2시간가량 오류가 있었고 삼성 SDS의 경우 유튜브로 생중계할 예정이었던 개발자 컨퍼런스 ‘테크토닉 2020’을 30분 정도 미뤘다.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전송 장애, 왓챠 접속 불가 등 숱한 서버 오류를 경험했음에도 막막한 기분이 들었던 건 구글, 유튜브에 접속이 안 되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회사 업무, 화상 수업, 일상이 멈춰버리면서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해외 미디어는 ‘디지털 스노데이’라 명명했다. 폭설로 인해 모든 것이 마비되는 재난 상황처럼 클라우드가 멈춰 일상이 정지된다는 뜻이다. 관공서, 기업, 학교 등의 서비스와 콘텐츠는 다운로드 대신 스트리밍으로 이뤄진다. 그만큼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행으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은 1071억 달러(약 128조원)를 기록했는데, 2018년 대비 37.6% 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불안으로 인해 정부는 올해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했다. 제조, 물류, 교육, 비대면 복지 등의 분야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인데, 그렇다 해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메일, 메신저, OTT 서비스가 안정화되는 것은 아니다. 4579만 명 사용자가 동시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330만 명의 가입자가 동시에 넷플릭스를 시청한다면? 서버는 멈춰야 할까. 아니다. 이 트래픽을 감당할 만큼 안정화된 클라우드, 서버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출처: www.shutterstock.com

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입법화됐다. 법안에 따르면 전년도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 및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 명 이상인 동시에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기술적 오류를 방지하고 트래픽 발생량이 특정 설비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를 대비하는 등의 서비스 안정 수단을 확보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이전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적용하던 서비스 안정성 확보의 의무가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카카오, 페이스북 등의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확대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류가 일어난 다음 날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구글에 요청했다. 구글은 ‘내부 저장 용량 문제로 인한 로그인 인증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이유를 밝혔지만 이에 따른 보상이나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구글 사용자는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을 때 문의, 상담할 연락처 하나 알지 못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비스 중단이 4시간 이상 지속될 시, 기업은 즉시 장애 사실을 알리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장애가 해소된 후 한 달 이내에 손해배상의 기준과 절차도 마련, 공지해야 한다.

출처: www.shutterstock.com

하지만 아직까지 4시간 이상 오류가 이어진 적은 없다. 그렇다고 서버 먹통은 쉬이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구글은 한국에서만 4번의 먹통 사고가 있었다. 클라우드 서버 사용량은 점점 늘어가는데 그때마다 언택트 컨퍼런스, 온라인 수업, 영상 수업, 메신저가 멈출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매월 1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다. 이번 유튜브 먹통으로 인해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전혀 없다. 유튜브를 새로고침하는데 겨우 1시간을 사용했을 뿐이니까. 배상 책임이 강화된다고 해도, 먹통 사고로 피해를 본 사용자가 실제로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지 않는 한, 네이버, 유튜브, 구글 등에는 손해배상의 강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법안은 근거로 자리할 뿐이다. 과연 나의 1시간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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