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생각하다

조회수 2021. 2. 2. 15: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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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 종이로 런웨이를 꾸미고, 헌 옷을 해체해 새 옷으로 재탄생시키기까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패션 브랜드의 노력.

MESSAGE OF STAGE

오늘날 패션에 지속 가능성이란 그 어떤 유행보다도 중요한 키워드다. 다행히도 자성의 목소리와 의미 있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2020 F/W 시즌을 준비하던 디자이너들은 이를 의상에서 무대로 옮기며 좀 더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패션쇼의 영향력을 이용하기로 한 것. 발렌시아가 쇼장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장치로 가득했다. 런웨이는 홍수가 난 듯 물로 채워져 있었고, 천장에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에서는 천둥번개 치는 하늘과 솟구치는 화염, 시커먼 철새 무리 등 세기말적 영상이 이어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팬데믹 공포에 휩싸인 현실과 맞물려 환경문제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심도 깊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분위기가 무거울 필요는 없다. 지난 시즌 최초의 탄소 중립 패션쇼를 시도한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거대한 파쇄 종이 꾸러미로 런웨이를 꾸며 재활용의 아름다움을 입증했고, 스텔라 맥카트니는 귀여운 동물 인형을 피날레에 등장시키며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확고한 의지를 유쾌하게 표현했으니까. 친환경 패션계의 떠오르는 샛별 마린 세르는?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는 어린이들을 무대에 세웠다. 모델 앤 캐서린 라크르와의 두 딸이 손을 마주 잡고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1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파쇄 종이 꾸러미로 런웨이를 장식했다. 2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발렌시아가 쇼장의 으스스한 분위기.

NEW MATERIAL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작정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는 일. 결국 소재가 관건이다. 이에 대형 패션 하우스들이 솔선수범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아디다스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볼트 스레드(Bolt Threads)와 파트너십을 맺고 마일로(Mylo™)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를 결정했다. 버섯 균사체로 만든 비건 가죽의 이름을 붙여, 지속 가능한 패션 소재 발굴을 공동 목표로 세운 것. 케어링 그룹과 룰루레몬, 스텔라 맥카트니도 뜻을 함께했다. 마일로는 합성피혁과 달리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도 동물 가죽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핵심 성분인 균사체 역시 톱밥과 유기 물질을 먹고 자라니 이보다 더 자연에 가까울 수 없다. 프라다와 버버리는 에코닐(ECONYLⓇ)에 주목했다.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얻은 재생 나일론으로, 품질 손상 없이 지속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프라다는 2021년까지 상징적인 나일론 컬렉션을 모두 에코닐로 대체할 것이라 밝혔으며, 버버리는 ‘리버버리 에디트(ReBurberry Edit)’ 컬렉션 일부를 에코닐로 제작했다. 구찌 서큘러 라인의 첫컬렉션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 역시 에코닐을 비롯한 재활용, 오가닉,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1 아디다스는 마일로 컨소시엄을 구성, 버섯 균사체로 만든 비건 가죽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 에코닐 소재로 만든 프라다 드레스.

GO UPCYCLE

최근 MCM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있었다. Z세대를 대변하는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판매 기간이 지난 재고 제품과 사용하고 남은 원단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돌잔치나 건물 간판처럼 오직 한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를 접목시킨 유쾌한 발상으로 새롭게 거듭난 옷은 판매도 가능해 보였다. 패션 브랜드에서 재활용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파타고니아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제품을 고쳐 입기를 권장하는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을 오랫동안 전개해왔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수선할 수 없는 옷은 어떻게 할까. ‘리크래프트(ReCrafted)’ 컬렉션이 대답할 차례다. 파타고니아는 버려질 뻔한 중고 의류를 선별해 해체와 봉제 과정을 거쳐 새로 디자인하기로 했다. 서로 다른 중고 의류 조각을 조합한 옷들 중 같은 디자인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H&M은 좀 더 혁신적인 방법을 강구했다. 리사이클링 시스템 ‘루프(Looop)’다. H&M 재단과 홍콩섬유의류연구소(HKRITA)가 공동 개발한 이 기계에 헌 옷을 넣으면 세척과 분쇄를 거쳐 새 실이 만들어지고, 다시 방직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옷이 완성된다. 물이나 화학약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감사하게도 지구를 위해 이 엄청난 기술을 광범위하게 허가할 예정이라고. 앞으로 옷을 함부로 버릴 일은 없겠다

1 H&M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리사이클링 기계 ‘루프’. 2 MCM에서 선보인 ‘업사이클링&컬처’ 전시.

NATURAL BORN

태생부터 친환경에 뿌리를 둔 브랜드도 있다. 프랑스 파리 기반의 롬바웃(Rombaut)은 벨기에 슈즈 디자이너 마츠 롬바웃이 2013년 론칭했다. 주로 대담하고 독특한 형태의 신발을 선보이는데 보이는 것과 달리 돌, 나무껍질, 코코넛 섬유 등 천연 소재로 구성된다. 2016년 올버즈(Allbirds) 탄생에는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 출신 팀 브라운이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조이 즈윌링거와 팀을 이뤄 설립한 브랜드로, 모든 제품을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드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신발에 쓰일 여러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그중 사탕수수를 가공해 만든 스위트폼(SweetFoam™)은 패션을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공개했다. 현재 100개가 넘는 기업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작년에는 메리노 울과 유칼립투스 섬유를 혼합해 개발한 트리노(Trino™) 소재의 양말과 언더웨어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100% 애니멀 프리를 실천 중이다. 직접적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물 유래 소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패딩에도 동물 깃털 대신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소재 플럼테크(PLUMTECHⓇ)를 충전재로 사용한다. 얼마나 따뜻한지 당장 이번 겨울부터 경험할 수 있겠다.

1 나무와 사탕수수로 만든 자연 친화적 신발을 위트 있게 표현한 올버즈. 2 브랜드 철학을 패딩 안쪽에 과감하게 새긴 세이브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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