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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카카오가 업무용 메신저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기존처럼 근무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모든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로그인, 로그아웃만으로 출근, 퇴근,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가 있다. 디지털 노마드, 공유 오피스 등 미래 근무환경을 예측한 IT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메신저 기반의 협업툴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토스랩의 잔디, 네이버의 라인웍스 등이 그 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채팅, 화상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동시 관리 등의 목적성에 따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가 서류 결재, 스케줄 관리, AI 어시스턴트 등의 기능을 더해 업무와의 연결성도 지닌다. 그야말로 업무 플랫폼이다.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잔디는 지난 3월 신규 가입자 수가 80% 이상 늘었고 일일 평균 사용자 수도 작년 대비 213% 증가했다. 라인웍스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이 작년 대비 10배 이상, 다자간 영상통화 28배, 음성통화는 25배 이상 급증했다.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줌은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온라인수업이 확산되면서 전월 대비 3월 303.1%나 서비스 이용량이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8년 협업툴 시장 규모를 24억 달러(약 3조원)로 집계하고 2021년엔 32억 달러(약 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화상회의 플랫폼은 2023년 430억 달러(약 52조원)로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택근무, 유연근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리고 메신저 기반의 협업툴이 이러한 근무환경을 서포팅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이 일상 메신저라 한들, 카카오워크도 결국엔 협업툴이다. 현재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11월 25일 이후 요금제가 적용되는 점, 또 현재의 기능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카카오워크는 노사간의 화합, 직장인의 워라밸이 아니라 언택트 시대의 업무 환경을 보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업무용 협업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카카오워크를 비롯한 협업툴 시스템이 우리의 워라밸을 지켜줄 수 있을까? 지난 20대 국회에서 신경민 의원이 퇴근 후 문자나 SNS 등 통신수단으로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과잉규제라는 지적에 따라 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기업 문화나 비즈니스 에티켓을 시스템에 장착하기 쉽지 않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다시금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부가 발표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에 따르면 퇴근 시간 이후 상사가 ‘지금, 당장’ 등의 시급성을 언급한 메시지를 보냈을 때만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업무 지시를 듣는 건 업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의견도 거세다. 업무툴이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메신저의 사슬은 일과 삶의 경계를 동여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밤도 당신은 로그아웃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