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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없는 남자들

조회수 2021. 2. 8.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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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의 흥행 공식은? 감정에 치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무감정한 캐릭터에 받는 위로.

<비밀의 숲2> <악의 꽃> <앨리스>의 공통점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라는 타이틀도 있지만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밀의 숲2>의 황시목은 어려서 외부 자극을 경험하고 인지하는 뇌섬엽이 지나치게 발달해 작은 소리에도 괴로워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고자 뇌섬엽 절제술을 받은 그는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하는 능력까지 상실해버렸다. <앨리스>의 박진겸 역시 어머니가 임신 중 방사능 웜홀을 통과하면서 생긴 장애로 6살에 무감정증 진단을 받는다.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사람들에게 “아버지와 똑같은 사이코패스”라 손가락질 받으며 자란 <악의 꽃>의 도현수는 후천적으로 감정을 도려낸 케이스다. 스스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누나의 살인죄까지 뒤집어쓴 채 살다가 이후 백희성이란 이름으로 신분을 바꾸고 살아간다.

작품들이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주장과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시대에 타인에게 받는 피로가 상당하다. 소음으로 가득한 일상에서 역설적이게도 시청자는 드라마 속 무감정한 캐릭터들을 통해 위로받는다. 세 캐릭터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지 않고 침묵과 냉정한 태도로 타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무감정의 이면에는 침착한 태도와 공정함이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무감정증이란 정신질환을 전면부에 내세워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몰아가는 효과도 있다.

<비밀의 숲2>의 황시목 검사는 어떤 순간에도 감정의 미동이 없다. 그의 이런 태도로 인해 드라마는 시원하게 밀어붙이는 사이다 스토리를 자랑한다. 또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를 연기해내는 조승우, 이준기, 주원 세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한몫한다. 조승우는 <비밀의 숲1>부터 몰입도 높은 섬세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악의 꽃>의 도현수를 연기한 이준기 역시 형사인 아내와 어린 딸에게 헌신적인 남편인 동시에 치밀하게 아내를 속인 무감정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따뜻한 미소와 서늘한 눈빛을 오가는 그의 연기는 극 중 캐릭터와 하나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박진겸 역의 주원 역시 <앨리스>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혼란스러움과 차오르는 슬픔, 절박함 등으로 무감정증을 깨나가는 모습을 폭발적으로 연기해 인기를 끌고 있다. 덤덤한 듯 보이지만 내면의 상처와 슬픔을 안고 있는 캐릭터들에 우리의 모습을 투영시켜본다. 모두 침착하게 또 공정하게 살고 싶은 동시에, 남의 눈치 따윈 보지 않는 삶을 꿈꾼다. 드라마 속 세 남자에게 시청자들이 흠뻑 빠진 이유도 이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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