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질문

조회수 2021. 2. 8. 15:2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 사람 과연 나랑 잘 맞을까? 썸남, 썸녀에게 물어봐야할 단 한가지 질문!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집 밖으로 나선 순간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사람이 있다. 집에서도 충분히 바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사람을 우리는 흔히 집순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보통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것이다. “집에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집순이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프로 집순이라면 생각보다 집 내부에서의 활동 반경이 넓다. 초보라면 겨우 침대와 화장실을 오가며 배가 고파서야 뭔가를 먹는 정도의 움직임이겠지만 프로들은 택배로 받은 이케아 가구 조립도 하고, 냉장고 청소도 간간이 하고, 그동안 저장해뒀던 레시피로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집순이들의 특징은 일단 집을 나선 후라면 최대한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결한다는 것. 약속을 하루에 2개 잡는 일도 허다하다. 금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손에는 어김없이 주말에 먹을 식재료가 들려 있다. 나의 유일한 휴식 시간인 주말, 상대방이 온갖 취미 활동과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곤해질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주말에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귀게 된 후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는 취미 공유를 원하게 된다. [선다방]에서 괜히 집순이와 집돌이를 매칭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있지 않아도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공유하면서 그들은 공감하고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쌓여간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싫어한다고 해서 버려지는 강아지를 안쓰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지만 굳이 내가 키울 생각은 없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꽤 많은 커플이 반려동물 애착도가 맞지 않아서 다투고 헤어진다. 반려동물을 가족과도 다름없는, 아니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워낙 많은데 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는 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너는 왜 우리 절미를 예뻐하지 않아?"라고 싸울 일이 아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종교도 같아야 편한 것처럼 반려견을 향한 마음도, 그 마음의 깊이도 비슷한 사람이라면 훨씬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많이 함께하는 동물인 개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나는 유난히 덩치가 작고 키도 작지만 골든리트리버처럼 덩치가 큰 개를 좋아하고, 키울 수도 있다. 반대로 상대방도 외모만 봐서는 당장 철인 3종경기에 도전할 것 같지만 말티즈나 치와와 등 소형견을 품 안에 쏙 안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함께하는 반려견의 종류에 따라 상대방의 성격과 성향을 알 수 있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섬세한 사람인지, 혹은 그 반대로 대범한 사람인지도 파악 가능하다. 대형견과 함께 살고 있다면 그는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일 확률이 높다. 겨울에는 최소 하루에 2번 이상 산책을 시켜야 하는 대형견과 함께 산다면 내향적이던 사람도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다. 내 성향에 맞는 남자, 어떤 종의 개를 키우는지로도 찾아낼 수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매일 하는 동네 산책도 지겨워져 주말에 다른 동네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잠실, 회사는 강남. 늘 비슷한 동네를 오가며 살았는데 강만 건너도 색다른 동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선택한 곳은 공덕이다. 교통도 편리하고, 근처에 회사가 많아서인지 깨끗한 비즈니스 호텔도 제법 많다. 숙소 선택에 도전 의식이 충만한 나는 늘 에어비앤비를 선택한다. 깨끗함이 보장된 호텔도 좋지만 주택에서 1박을 보내는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높고 네모난 건물이 밀집된 곳에서 일하고 살다가 땅과 가까운 주택에서 보내는 낯선 하루가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왜 몰랐을까.

주말에 조금이라도 낯선 환경에 처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집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도 다운 받아서 보는 남자는 대화에서 공감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집에만 계세요?”라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 대부분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운동 이야기를 꺼내보자. 갑자기 상체가 내 쪽으로 확 쏠리면서 말이 빨라지기 시작한다면 그는 분명 좋아하는 운동이 있고, 더 나아가 응원하는 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에 딱히 취미가 없더라도 여러 경험을 쌓는 것에 낯가림이 없는 당신이라면 그와 함께 하는 운동에 흥미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는 분명 나의 이런 사소한 방랑벽도 공감해줄 것이다. 그가 원한다면 맨체스터 더비 정도는 함께 직관할 의사도 있다.

누군가를 기억할 때 단번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인상적인 향, 강렬했던 컬러의 의상, 혹은 말투 등 여러 가지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향기로 상대방을 기억한다. 매번 같은 향수를 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엘리베이터에 방금 누가 타고 내렸는지 향만 맡아도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편집숍에서 대충 싼 걸로 고른 향수인지, 원하는 향을 시향한 후 고른 것인지 물어보자.

단순히 비싼 향수를 쓴다고 해서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에서도 분명 내가 싫어하는 향이 있고, 캘빈클라인에도 내가 좋아하는 향이 있는 것처럼. 브랜드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향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로 상대방의 성향을 예측할 수 있다. 우디한 계열의 향을 좋아하는지, 묵직한 향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오직 산뜻한 비누 향으로 승부하는지가 중요하다. 향수 취향을 묻는 질문에 내가 평소 호감을 느끼는 향을 말한다면 그는 나와 잘 통할 확률이 매우 높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향기가 나에게는 두통을 유발하는 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향수 궁합이 잘 맞다는 것은 일단 아주 괜찮은 스타트 포인트다.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도 성향을 알 수 있는 질문이 될 수 있다. “네? 꽃이요?”라고 되물을 가능성이 크지만 무난하게 장미를 고를 것인지, 소박하게 수국을 고를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당신의 취향이다.

야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고, 저녁이 있는 삶을 갈망한다. 야근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데이트 시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그 다음은 어찌 보면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너는 왜 이렇게 만나기가 어렵냐"로 시작해서 "꼭 야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로 마무리된다.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따뜻한 목소리로 나를 감싸 안아줄 남자친구가 필요한 거지, 내가 왜 야근을 했는지 혹은 정말 야근을 한 게 맞는지 설득해야 할 대상은 필요 없다.

상대가 일단 어느 정도 마음에 들고(물론 외모적으로), 최소 한 번은 더 만나보고 싶다면 굳이 내 직업이 야근이 잦다는 점을 어필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때는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공무원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라면 싸움의 빈도는 잦아질 것이 분명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 해도 몇 시에 자는지를 물으면 상대방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인지,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만 있는 사람인지는 그의 답변에서 알아챌 수 있다. 더불어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잠자기 전에 무엇을 하는지, 책을 읽는지, 팟캐스트를 듣는지 등으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 나와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즐겁다. 새롭게 생긴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카페 투어도 좋아한다. 새로 생긴 카페의 신메뉴는 꼭 먹어보고 싶고, 이왕이면 카페의 가오픈 기간에 가서 인증샷도 한 컷 남기고 싶다. 연남동, 연희동, 망원동까지 다 돌았고, 을지로도 이제는 지루해졌는데 다음 떠오르는 동네는 어디일까. 이번 주말엔 서울숲에 한번 가볼까? 성수동과 서울숲이 한 끗 차이인데도 꽤나 다르다고 하던데 어떨지 궁금하다.

즐겨 가는 동네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명동, 동대문의 밀리오레가 나올 수 있고, 가로수길의 메종 키츠네가 나올 수도 있다. “네? 을지로요? 거긴 조명 파는 곳 아닌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당신과는 그리 어울리는 상대가 아닐지도.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핫 플레이스를 너무 줄줄 꿰고 있어도 피곤해질지 모른다는 것. 쉬고 싶은 주말에도 여지없이 그의 손에 끌려 1시간씩 웨이팅을 하면서 (맛을 장담할 수 없는) 커피를 마시게 될지도 모르니까. 간혹 “엄마가 사 주는 옷 입어요”라고 답하는 남자라면 마마보이를 걸러낼 수 있는 좋은 질문이 되기도 한다. 어디서 산다고 말하는 게 좋은 대답이냐고? 그건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무난한 캐릭터가 좋다면 백화점, 꾸밀 줄 아는 사람이 좋다면 편집숍일 테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어디까지나 당신의 몫이다. 물론 어떤 대답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소개팅에서 만닌다면 금상첨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뮤지컬을 보러 간다. 뮤지컬 한 편의 가격을 생각했을 때 주변에서 꽤나 고급스런 취미라는 반응이 많지만 회사생활로 피폐해진 나에게 그 정도의 힐링은 선물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의외로 뮤지컬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데 그게 너무 당황스러워. 노래를 할 거면 노래만 하고, 연기를 할 거면 연극처럼 연기만 하는 게 낫지 않아?” 뮤덕들이 들으면 이 무슨 땅을 칠 논리인지, 정말 1도 공감이 안 가지만 그 사람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을 뿐. 소개팅에 이런 사람이 나오면 정말 곤란하다.

뮤지컬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영화로 우회해보자. 영화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매번 예매를 할 때마다 신나는 마음보다는 억지로 본다는 마음이 든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나는 [마블]의 광팬인데 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인생작으로 꼽는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인생 영화를 묻는 질문도 좋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단 한 편의 영화를 물어보자. 살짝 당황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도 이 기회에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서 나쁠 건 없지 않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 보인다. 영화가 어렵다면 책이나 음악으로 질문을 바꿔봐도 좋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