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컨트리 스타일

조회수 2021. 2. 8. 17: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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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넘쳐 흐른다! 명품 브랜드의 뮤즈가 된 엘리자베스 여왕의 컨트리 룩.

Elizabeth Ⅱ 빈티지한 패턴의 스커트 수트에 플라워 스카프를 매치했다. 서로 다른 잔무늬를 조합했건만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스타일 아이콘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여왕님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화사한 스커트 수트, 박스 백, 왕관 등으로 우아함을 대표하지만 여성 리더의 스타일을 논할 때 거론되는 인물은 따로 있다. 2007년 영국판 <보그> 칼럼 ‘가장 매혹적인 여성들’에 이름을 올리고, 2008년 모델 아기네스 딘이 스타일 아이콘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가장 좋아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여왕을 지목한 것 외 공식석상에서 인정받은 패션의 지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령의 나이 때문은 아니다. 베디 윙클, 베네데타 바르지니, 린다 로댕 등 그래니 룩으로 각광받는 이들을 고려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화려하고도 권위적인 스타일에 대한 위화감 탓일까. 오히려 엘리자베스 2세의 패션은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고 스코틀랜드 북부에 위치한 발모랄 성에 가서 휴식을 취할 때 주목받는다. 정장을 벗어 던지고 평범한 할머니로 돌아오는 순간 말이다. 푸른 초원에서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미소 짓게 만든다. 물론 이웃집 할머니 같은 편안한 스타일도 한몫한다. 한결같은 취향을 고수하며 휴가 기간에 꺼내 입는 컬러 조합과 강렬한 프린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흔히 이야기하는 배운 여성의 티가 완연한 절제미 돋보이는 패션은 고아하기 그지없다. 포근한 니트 웨어와 몸에 딱 맞는 트위드 재킷, 타탄 스커트, 승마 바지인 조퍼스 팬츠,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머리에 곱게 두른 실크 스카프 등 영감을 주는 요소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다. 10살 무렵부터 받아온 빡빡한 통치자 교육 일정 속 유일한 낙이 말을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것이었다고 하니, 발모랄 성에서 보여주는 편안한 모습은 오랜 시간 간직해온 그의 진짜 모습일 테다.

Diana Spencer 노르딕 패턴의 스웨터에 베이지 팬츠를 매치한 다이애나 왕세자비. 자신만의 감각으로 해석한 컨트리 스타일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2008년 F/W 컬렉션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옷장으로 가득 채운 적도 있다. 일정한 규칙 때문이다. 무릎까지 오는 미디 길이의 스커트에 몸에 꼭 맞는 롱 재킷, 머리에 감싸 둘러 단정하게 묶은 실크 스카프 등 타탄 패턴을 메인으로 한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이에 수지 멘키스는 “이전에 본 적 있는 형식적인 옷”이라 평했지만, 디자이너들은 “젊은 세대는 긴 치마를 본 적이 없다. 그들에겐 새로운 옷”이라며 반박했다. 인물에게서 영감 받은 디자인이기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을 뿐 양쪽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0년 겨울, 디자이너들이 또 한 번 발모랄 스타일에 주목했다는 거다. 셀린느, 디올, 구찌, 끌로에는 그들의 컬렉션에서 우아한 블라우스와 카디건에 타탄 스커트로 발모랄 시크를 보여줬다. 이는 1972년 로드 리치필드 경이 촬영한 사진 속 여왕의 모습과도 닮았다. 플라워 프린트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채 레드 카디건과 베이지 타탄 스커트를 입고 강아지와 놀아주는 모습은 영국 상류층이 즐기는 컨트리 스타일의 표본이다.

Elizabeth Ⅱ 1988년 승마복을 입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몸에 꼭 맞는 체크 재킷과 조퍼스 팬츠, 라이딩 부츠 스타일의 조합이 세련됐다. 오래도록 고수해온 스카프 스타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Kate Middleton 필드 재킷을 활용해 모던한 컨트리 스타일을 선보인 케이트 미들턴.

왕가의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다이애나 비가 노르딕 스웨터에 베이지 컬러 팬츠, 헌터 부츠를 신고 있는 룩도 재현됐다. 브랜든 맥스웰은 체크 재킷, 화이트 셔츠, 데님 팬츠에 브라운 롱부츠만으로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링을 제안했고, 토리 버치는 연미복과 승마복 사이를 오가는 화이트 룩에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해 그 시절의 느낌을 복각했다. 왕가의 신입사원 케이트 미들턴과 메건 마클은 단순하고 클래식한 컨트리 룩으로 나이, 시대, 개인적 관심사와 성격에 맞게 스타일링했지만 모범 답안은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대로 회자되는 왕실의 컨트리 스타일을 왕가의 며느리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디자이너들은 로열 아이콘이 성취해낸 결과물에서 영감을 얻는다. 빈티지한 스타일에 자신만의 시각을 얹어 세련되게 만들어내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다. 영국 상류층 소녀들이 즐길 법한 클래식한 아이템을 나만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가을 스타일링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타고난 감각이든, 익혀낸 패션이든 왕실 사람들이 즐기는 영국의 컨트리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선 전통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 필요하다. 전통과 실용 안에 플라워 패턴과 같은 시그너처 스타일을 더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엘리자베스 2세의 컨트리 스타일이 패션 월드에 정박할 수 있었던 건 수십 년째 고수한 한결같은 고집 덕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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