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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감 쩌는 사람과 연애하는 법

조회수 2021. 2. 8. 18: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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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계속되는 간섭과 자기자랑! 만능감 높은 그와의 연애, 계속 할 수 있을까?

‘만능감’이라는 어딘가 어색한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단어는 자존감이 잘못 진화한 형태로, ‘나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감정을 뜻한다. 자존감 낮은 사람과의 연애는 피가 마르지만, 만능감 높은 사람과의 연애는 하루에도 수없이 어이가 없는 경험을 하게 한다. 사라진 어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늘 판단하는 그 남자

대기업에 다니는 A는 늘 주변에 사람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모이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사람들은 항상 A를 좋아했고, A 역시 그런 사람들의 관심이 싫지 않았을뿐 아니라 조금은 당연하게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괜찮은 성격과 외모를 가졌으니까. 하지만 3개월 전 그와 연애를 시작하고 난 후에 A는 늘 불만이 쌓이고, 불안했으며 날카로워졌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친구와 함께 찾은 작은 와인 바였다. 그는 와인에 해박하고, 음식에 조예가 깊은 남자였다.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마는 남자들과 일해온 A에게 그는 존재 자체로 특별하고, 반짝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는데 A는 그의 세상 안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처음 그와의 연애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설렘은 아니었어도 정서적으로 충만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A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옷차림, 화장법 모두 본인의 감각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으로 A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거울 속에 비친 A는 스스로 한 번도 본 적 없던 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그와는 안녕을 고했다.

난 나야, 난 뭐든 할 수 있지

휴학생 C의 전 남친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청춘’이다. 그는 늘 푸르르고, 에너지가 넘쳤다.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도전을 사랑하는 C와 함께하길 원했다. 그렇게 처음 함께 도전한 것은 국토대장정. C 역시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해 힘들고 긴 여정을 걱정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그야말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C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싸였다. 걸으면서도 C와의 대화가 아니라 손목과 가슴에 찬 고프로와 대화를 하고, 그 대화는 약간의 편집을 거친 후 그의 유튜브 계정에 올라갔다. 그때 C는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영상 촬영을 목적으로 한 여행에 나는 숙박비 셰어를 위해 데려온 건가?’ 정말 치사스럽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의 모든 행동이 꼴보기 싫어졌다. 어찌 됐든 고난과 역경, 약간의 뿌듯함을 안고 국토대장정은 무사히 마무리되었지만 그와의 연애대장정도 그렇게 끝이 났다. 도전하는 청춘이었던 남친 덕분에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그것만으로 남는 게 있는 연애라는 생각이 든다. 자,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룰루랄라.

내가 바란 건 해결이 아니야

만능감에 빠진 사람들은 누군가가 우울해하는 꼴을 못 보는 성향이 있다. 자신이 무엇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의 도움을 반가워하고 고마워할 것이라 믿는다. 이것 역시 만능감이 불러온 오만함이다. 3년간 만났던 전 남친은 감정 기복이 심한 K가 조금이라도 우울해하면 바로 출동했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으면 바로 집 앞으로 달려왔고(여기까진 로맨틱하게 들릴 수 있다), K를 앉혀놓고 설교를 시작했다. K가 바란 건 달려오는 것이 아니었고 사실 그의 위로를 받을 정도로 그리 우울하지도 않았다. 목소리가 잠깐 잠겼을 뿐. 달려왔으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꼭 안아주고 가면 될 텐데 또 피곤하게 그의 걱정을 가장한 일장 연설을 듣자니 아무렇지도 않았던 감정이 정말 우울감으로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 감정을 들켜선 안 된다. 정말 우울해지는 순간, 그의 슈퍼히어로 근성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K가 원하지도 않는 선의와 조언, 따뜻함을 베푼 후에 그는 늘 인정을 원했다. 예를 들면 이런 멘트다. “나 정말 우울했는데 너(남친)덕분에 훨씬 좋아졌어. 역시 넌 내 기분을 잘 알아” 이런 말 한마디면 그는 날아다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그의 조언과 선의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귀찮았고, 번잡스러웠다. 그렇게 남친 입장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이별을 고하자 그는 분노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라는 뻔한 말과 함께. 원하지 않은 관심이 낳은 이별이었다.

만능감을 완전히 충족한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에게는 상대방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는 나를 잘 안다

만능감에 빠진, 혹은 취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역시 스스로 타인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심지어 더 최악인 것은 스스로 내린 판단을 절대 바꾸지 않는 것.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늘 모든 일에 관여한다. 오지랖과는 다르다. 오지랖이 선의로 행한 행위라면, 만능감러들이 하는 행동은 일종의 자기 우월감의 표현이다. 자유연애를 지향하는 B도 한때는 순정파였다. 매일 그 때문에 울었다가 웃었다가, 울며 잠들었다가 웃으면서 깨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내 감정을 잘 알고 있다고 믿던 전 남친 덕분에 연애관 자체가 바뀌었다. 너무 깊게 B의 감정에 관여하고, 컨트롤하려는 그의 성향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B는 삐뚤어졌다.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 노력했고, 때문에 지금은 그 누구도 B와 깊은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널 잘 알아. 너도 모르는 네 마음 난 다 알아’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어쩌면 트라우마처럼 잔상이 남아 지금도 B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B는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과 스치는 도시에서, B는 여전히 누군가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 어렵다. 그의 오만방자한 웃음이 자꾸만 떠올라서.

그와 나는 대등하다

만능감을 완전 충족한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이 소중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그들에게는 상대방도 나와 같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J의 3살 연하 남친이 J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도와줄까?” “내가 해줄게”다. 말만 놓고 보면 다정한 남친의 표본이지만 J는 그 말들에 간혹 숨이 막힌다.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자꾸만 도와주겠다고 하고, 해주겠다고 하니 이제는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J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애지중지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J를 어린아이로 생각하는 느낌? 회사에서 인정받고, 집에서는 든든한 딸인 J가 왜 남친한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처음에는 연하 남친의 남성성 어필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난 지 1년이 넘어가면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행동을 보면서 알게 됐다. J를 못 미덥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너무 전지전능하다고 믿는다는 것을. “미안하지만, 남친아. 너를 좋아하지만 너 없어도 나 다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해준다고 하지 마. 내가 할 거야.”

좋은 사람과의 나쁜 관계

대부분의 경우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깔끔한 마무리로 이어진다. 스스로 좋은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만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몹시 어려운일이다. L은 만인의 친구인 남친과 연애 중이다. 그는 특별히 잘생겼거나 스타일이 좋다거나 혹은 스펙이 좋은 남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할 정도로 인기가 많고, 그 역시 가식이 아니라 모두를 진심으로 대하며 사랑받을 만한 행동을 한다. 그래서 그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는 아무도 그렇게 정리하지 않았는데도 늘 L의 잘못이 된다. 심지어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놔도 ‘네가 잘못했네’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쯤 되면 정말 객관적으로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고 싶지만 고결한 그에게 이런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다. 그냥 좋은 사람과의 연애에서 스스로 나쁜 사람으로 역할을 지정하면서 관계를 지속하거나, 그를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인간관계에서, 특히 연인 사이에서 일방적인 잘못은 드물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특별히 나쁜 이유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잘못은 쌍방이다. 그 잘못의 크기가 각자 다를 순 있겠지만. 적어도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별을 망설이진 말자. 모두에게 좋은 사람보다는 나에게만 좋은 사람과의 연애가 어쩌면 더 행복할지 모른다. 연애 기간 동안 주변의 친구들은 좀 떠나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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