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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구매가 아닌 구독의 시대, 세탁부터 푸드까지 일상을 바꾼 구독 서비스

수건 한 장, 햄버거 하나까지 나를 위해 맞춤 큐레이션으로 정기배송된다. 소유하지 않아도 구독으로 24시간 생활이 가능한 시대, 구독경제는 과연 라이프스타일 스펙트럼의 확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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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딘가에 온갖 걸 구독하는 A씨가 있다. A씨는 아침에 일어나 구독 서비스로 배달된 샐러드를 먹고 배달된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문 밖에는 빨래 구독 서비스를 통해 세탁된 빨래가 문 앞에 놓여 있다. 빅데이터에 맞춰 알려준 구독 화장품을 바르고 출근한다. 출근길에는 외국어 공부를 위해 왓챠에서 외국 드라마를 본다. 점심시간에도 구몬 학습지를 푼다. A씨는 최근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구독 서비스로 구입한 돼지고기와 쌀이 도착해 있다. 재료도 왔으니 이것저것 해 먹어본다. 맛있는 음식에 술이 있으면 더 좋겠지. 혼술을 좋아하는 A씨는 전통주와 와인을 구독한다. 오늘은 전통주다. 잘 먹었고 자기 전에 팩 해야지. A씨는 구독 서비스로 받아둔 팩을 하고 잠이 든다.

가상인물 A씨가 받은 구독 서비스는 지금 모두 가능하다. 프레시코드에서 샐러드를, 빈브라더스에서는 커피 정기배송 서비스를 한다. 구독형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는 지난 5월 170억원의 투자까지 받았다. 화장품 구독서비스 톤28은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28일마다 새로운 화장품을 보내준다. 왓챠나 구몬은 유명한 구독 서비스다. 전북대학교가 운영하는 산학협력 브랜드 두지포크는 돼지고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쌀을 정기배송해주는 정미구독도 있다. 술담화는 전통주 구독, 쏨와인과 퍼플독은 와인 구독을 제공한다. 필리는 영양제 구독 서비스다. 아모레퍼시픽은 팩을 정기구독 형태로 보내주는 스테디를 운영한다. 이것 말고도 면도기(와이즐리), 자동차(현대자동차), 욕실 청소(호텔리브) 등등 온갖 걸 구독 서비스 형태로 소비하고 결제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라는 개념의 서비스가 알려진 건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구독이다. 그로부터 시작된 구독 서비스는 이제 손에 잡히는 다른 상품 영역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구독이라는 말 대신 ‘정기배송’ 같은 말로 검색하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만 내면 다 오니까 좋다. 요즘은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여성도 많으니 생각할 필요가 줄어드는 건 누군가에게는 분명한 장점이다. 구독형 서비스는 코로나19가 촉발시킨 비대면 결제 시대와도 잘 맞는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택배 물류망 역시 구독 서비스의 기반이다. 이제는 모두가 스마트폰이라는 초소형 컴퓨터를 갖고 있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전자 결제도 아주 쉬워졌다. 네이버페이가 대표적인 예다. 미안할 정도로 빠르고 저렴한 한국의 택배 물류망 역시 구독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요소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앞서 말한 요소들은 사업자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가 된다. 예전엔 구독 서비스 같은 걸 하려 해도 소규모 회사에서는 매끈한 결제 시스템이나 상품 구성 페이지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물류 역시 한국의 택배 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포기할 수 없다. 현금 흐름 때문이다. 기업에게 현금은 피와 같고 현금 흐름이 좋다는 건 혈행이 좋은 것과 같다. 연매출이 똑같고 현금 유동성만 다른 기업 두 개가 있다면 현금 유동성이 더 좋은 기업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사람들이 프리랜서보다 급여생활을 선호하는 이유와 똑같다. 모든 기업 활동은 손님에게 이익을 주면서 기업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짜일 수밖에 없다. 구독경제도 기업 이익이라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다.

구독경제라는 시스템을 보면 물건을 사고 판다는 구조가 변하는 걸 알 수 있다. 전에는 물건을 사려면 시장에 가야 했다. 시장에는 채소가게, 정육점 등 각 상품의 전문점이 있었고, 그 사장님이 그 제품의 전문가였다. 그 전문가들이 “오늘은 꽁치가 좋아요” “아스파라거스는 원래 비싸요” 같은 제품 정보를 줄 수 있었다. 대형마트는 전문점을 파괴하고 아주 넓은 공간에 물건을 압도적으로 많이 갖다 둔 구조였다. 마트의 고객들은 가게 사장님의 말 대신 다른 기준(시식코너, 최저가 등)에 맞춰 물건을 골라야 했다. 온라인몰은 대형마트의 물리적 공간마저 없애버린 구조다. 여기서 고객의 선택 기준은 다른 고객의 선택(별점, 판매수치) 혹은 온라인 몰 MD의 선택이다. 구독경제 모델은 온라인 몰에서 가질 수 있었던 선택의 자유마저 날려버린 구조다. 오프라인 시장 시대에 비하면 온라인 구독경제 시대의 소비자는 고를 게 없다. 모든 게 짜여 있다.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물론 선택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매일 점심 메뉴를 고를 때를 떠올려보라. 왜 점심을 막내가 생각하겠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간이란 자신이 해온 선택의 누적이기도 하다. 선택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생각을 하려면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하며 생각의 재료를 찾고 그 재료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개별 사람은 주체적인 사고라는 걸 가지게 된다. 구독경제는 소비자를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소비자의 주체적인 소비를 차단시킨다. 대신 주체적 사고력은 다른 곳에서 기를 수도 있으니 무엇이 더 좋은지 판단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일들처럼 구독 서비스 역시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구독 서비스가 자리 잡는다고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당신이 그동안 더 스마트하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시에 구독 서비스가 현금에 혈안이 된 기업 상술의 극대화라고 말할 수도 없다. 현실은 늘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다. 다만 현실 속 아무개 씨가 마주한 구독경제는 구독경제 판타지와 조금 다르다. 샐러드 구독을 취소한 B씨는 말했다. “샐러드를 매일 먹고 싶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구독하는 샐러드가 냉장고에 쌓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주말에 세 끼 내내 샐러드를 먹어야 했고요. 이게 뭔가 싶어서 그만하기로 했어요.” 빨래 구독을 취소한 C씨도 이렇게 말했다. “빨래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빨래를 담아두는 옷장 같은 게 와요. 그걸 제 작은 오피스텔에 두자니 너무 큰 거예요. 내 공간에 흉물을 둔 것 같아 그만두었어요.” 부지런한 D씨는 말했다. “남들의 선정을 딱히 신뢰하지도 않고, 구독해서 뭔가를 살 만큼 제가 게으르지는 않아요. 저는 구독 서비스를 안 써요.” 뭐가 됐든 당신도 현명한 소비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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