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를 벌하라

조회수 2021. 2. 8. 18: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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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바람둥이는 영원한 바람둥이! 괘씸한 바람남에게 통쾌한 사이다 같은 복수.

01
취향은 과학이다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에 친구가 별로 없었던 내게 유학 시절부터 5년간 사귄 A는 남자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서로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우리는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알았다. 내가 그의 바람을 감지한 것도 바로 다년간 축적한 데이터 덕분(?)이었다. 그와 계정을 공유했던 OTT 서비스에 어느 날부터인가 수상한 콘텐츠 추천이 뜨기 시작했다. 그라면 절대 보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이라 이상했지만, 처음에는 시스템상의 오류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추천작은 여전했고, 그에게 작품의 후기를 물었다. 우물쭈물하는 그의 태도가 수상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중 ‘걔 계정으로 다른 사람도 보고 있는 거 아냐?’라는 언니의 조언이 생각났다. 그날부터 그를 추적했고 10살 어린 인턴과 바람이 났었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02
상도덕 상실형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는 단순히 이태오의 바람에 분노한 게 아니다. 일과 터전, 친구와 자식 등 지금까지 그녀가 일궈온 세계를 파괴하는 이태오의 행동이 그녀를 움직이게 한 지점이다. 과거에 한 남자친구 때문에 친구를 여럿 잃은 경험이 있는 나는 지선우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를 더 이해하기 위해 나의 주변 사람들이 궁금하다는 남자친구 의 성화에 못 이겨 소개해준 그날을 아직도 후회한다. 그는 내 고등학교 친구들, 회사 동기들과 우정 대신 사랑을 나눴다. 그의 해괴한 사랑관은 내 지인을 넘어 바람난 상대의 지인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2년쯤 시간이 지나고 마구잡이로 사랑에 빠지던 그가 결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쓰레기도 다 제 짝이 있나 보다 싶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익숙한 그 목소리는 “요즘 결혼 준비를 하는데, 네가 많이 생각나더라”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남겼다. 한 번 바람 피운 놈은 제 버릇 절대 남 못준다.

03
사랑의 바보

바람도 똑똑하고 부지런해야 피울 수 있는 거다. 용의주도하지 않으면 금방 들통나고 만다. 사귄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전 남자친구는 스마트폰만도 못한 지능으로 내게 바람을 들키고 말았다. 우리가 함께 갔던 맛집을 재방문하기 위해 그의 클라우드 스크롤을 올리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홀딱 벗은 채 껴안고 있는 남녀의 사진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핸드폰의 주인, 나와 방금 전에 키스까지 했던 그였다. 스마트폰 앨범과 클라우드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그의 무지 덕분에 나는 바람남을 빠르게 거를 수 있었다.

04
누가 양심 좀 찾아주세요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놈들은 대체로 당당하다. C 역시 바람 현장을 들키고도 내게 당당히 카톡을 남겼다. 수업 전 커피를 픽업하기 위해 들른 그의 자취방 근처이자 학교 앞 카페에서 나는 보지 말아야 할 풍경을 보고야 말았다. 커뮤니티에서나 보던 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소리를 지를 수도, 불같이 화를 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조용히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C에게서 카톡이 왔다. ‘아까 다 본 거 알아. 우리 헤어지는 게 좋겠지?’ 성인이 되어 처음 만난 남자 친구의 배신에 나는 한동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05
만성 바람 증후군

양다리를 넘어 N개의 다리를 가진 C의 대범함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A와 헤어지자마자 나와 환승 이별을 한 그는 나와 사귀는 중에도 내친구인 B와 썸을 타고 있었다. 참 신기한 건 수법이 매번 같다는 거다. 나에게 전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힘들다고 하면서 위로 받는 척 접근하던 그는 B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C와 가까워지며 양심의 가책을 느낀 B는 내게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런 수법으로 동시에 무려 5명까지 만나는 기록을 세웠따. 그의 작업 방식을 보며 사이비에 빠져든다는 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06
연쇄 바람범

나를 만나는 동안 그는 북서풍, 남서풍, 북동풍 등 여러 방향으로 바람을 피웠다. 요식업을 하던 그의 바람 상대는 아주 다양했다. 영업 방법이라고 합리화하며 친분을 위장한 바람을 피웠던 단골, 딱 한 번 소개해줬던 나의 회사 동료, 자기 여동생의 친구 등 관계를 가리지 않았다. 오늘만 살면서 그냥 좋으면 만나는 식이다. 그렇게 호되게 바람을 피워놓고 걸릴 때마다 눈물을 머금고 싹싹 비는 그에게 속아 몇 번을 넘어갔다. 당시의 나도 참 이해할 수 없지만 어디에선가 바람과 사과를 반복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07
피해자 코스프레?

바람은 상대적이다. 한 사람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혐오하며 어느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호해진다. 나 또한 나도 모르는사이 내가 X년이 된 적이 있었다. 3개월 정도 데이트를 하며 썸을 타던 남자에게 이미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까지 마친 오랜 연인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낯선 여성에게 SNS로 메시지를 받고, 처음 본 여자에게 맞는 물싸대기의 당황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동거 중인 그들은 이미 살림을 합쳤고 나와 데이트 하던 날은 그의 ‘야근’이 있던 날과 공교롭게도 겹쳤다. 내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그녀는 믿지 않았다. 미치고 팔짝 뛸 이 상황에서 그는 잠수부가 되어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08
워라밸 바람둥이

돌아보면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되는 D와의 파혼. 당시 6년쯤 만난 D와는 상견례를 마치고 식장까지 예약을 해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심한 시각에 D는 할말이 있다며 나를 불렀고, 프러포즈를 예상하고 ‘꾸안꾸’로 나간 내게 그는 곧 아이 아빠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내뱉었다. 아이 엄마는 나도 몇번 본 적이 있는 그의 입사 동기 B였다. 나를 만나는 내내 오피스 부부였던 둘의 이야기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 당시 내가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람 형벌 5종

바람은 피운 놈과 안 피운 놈으로 나뉠 뿐, 그 죄의 무게는 같다. <싱글즈> 홈페이지를 통해 괘씸한 바람남에게 가하고 싶은 현실적인 형벌 5가지를 꼽았다.

# 손절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손절’을 택했다. 그와 다시는 마주치지도, 얽히고 싶지도 않은 거다. 내 시간은 소중하고 지금까지 그와 얽혔던 내 시간조차 아깝다. 나를 갉아먹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말고 미련부터 버릴 것. 완전히 헤어진 뒤에는 연락처 차단, 사진 삭제, 주변인 정리 과정을 거치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만 생각하자. 절대 상종하고 싶지 않다.

▶ <부부의 세계>에서 보았듯 복수는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길 것 같다. ID *n2*ee

▶ 온 세상에 알리고 싶지만 내 손에 더러움 묻히기 싫어서 그냥 지나칠 것 같다. 평생 그렇게 살도록 놔둘 것이다. ID yj*ub*

# 매장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상처에 의한 여분의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바람 피운 놈’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게 가장 확실하다. 지위와 명예에 따르는 사회인으로서 가장 근간이 되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무시한 민낯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위해서는 SNS나 지인들의 힘이 절실하다.

▶ 마음 같아서는 대자보를 붙이거나 이마에 낙인을 찍어주고 싶다. ID Soap0326

▶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의 회사로 가서 뺨을 세게 갈겨주고 싶다. ID sun33

# 진화한다

쉽지 않겠지만 그를 싹 잊고 더 멋진 여자가 된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지인들의 위로처럼, 행복하고 멋진 삶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간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극복법이다.

▶ 그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 우연을 가장해 그의 앞에 당당히 나타나준다. ID dkss*d*6

▶ SNS를 통해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기. ID p*pu*

# 염원한다

복수는 악감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막상 복수를 할 때 악감정만 있으면 하는 내가 더 괴롭다. 상대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차갑게 식은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일단 참으며 동태를 살핀 후 가장 잔인하게 침몰시킨다. 나 몰래 피운 바람이니 나도 몰래 복수해줄 거다.

▶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그의 삶에서 가장 힘든 시점에 더 힘들게 한다. ID y*j01*

▶ 그를 잘 구슬려서 다시 관계를 유지한 후 그가 나를 정말 사랑한다고 느낄 때 가차없이 차버린다. ID *ma

# 반복한다

배신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아픔이다. 배신으로 인한 상실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관계의 두려움을 남긴다. 한 번 상처 받은 이들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길 겁내는 것처럼, 그에게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안기고 싶다. 우정, 사랑, 직장 상관없이 순수한 감정에 배신당해보길 바란다.

▶ 친구의 배신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ID mo*keymo*

▶ 그와 바람 피운 상대가 새로운 사람과 바람이 나도록 상황을 설계해본다. ID m*ni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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