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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A의 빅 피처

조회수 2021. 2. 9.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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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를 위해 나섰다! 모두가 공생하는 미래를 꿈꾸는 PETA의 움직임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벌거벗겠다(I’d rather go naked than wear fur).’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도발적인 구호는 1990년 동물보호단체 PETA가 시작한 캠페인을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실제 누드 차림의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확실한 기획 의도와 기발하고도 우아한 표현 방식 덕분에 첫 번째 광고 모델이었던 미국 밴드 더 고고스를 시작으로 킴 베이싱어, 파멜라 앤더슨, 크리스티 털링턴 등 수많은 스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옷을 벗었다. 그리고 올해 PETA는 30년 만에 캠페인 종료를 알렸다.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패션 하우스에서 리얼 퍼 사용을 중단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그토록 사랑했던 모피에 이별을 고했고,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은 2021년까지 모피 매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오랜 세월 일관되고 꾸준한 메시지를 전달해온 PETA의 승리다. 성취감은 곧 다음 단계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가죽과 양모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과연 어떤 전략일까.

최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럭셔리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경기불황은 분명 안 좋은 소식인데, PETA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 모양이다. 지난 4월 주가 하락을 틈타 패션 회사 10여 곳의 주식을 매입한 것. 랄프 로렌, 버버리, 태피스트리(코치,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 와이츠먼), 카프리 홀딩스 그룹(마이클 코어스, 베르사체) 등 굵직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의도는 단순하다.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 발언할 수 있는 주주가 되어 기업 경영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거다. 사들인 주식 역시 딱 그만큼 최소한이다. 의제는 이미 정해져 있다. 패션 브랜드의 양모 사용 금지에 관한 내용이다.

사실 이번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PETA는 최근 몇 년간 LVMH, 에르메스, 프라다를 포함한 여러 기업의 주식을 매입했다. 캐나다구스가 상장하던 2017년, 코요테 가면을 쓰고 증권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보다 주주가 되어 직접 이사회에 압력을 가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덕이다. 지난해에는 리바이스 주식을 샀다. 청바지 뒷면에 꿰매진 아이코닉한 로고 패치에 사용되는 소가죽 때문이다. 리바이스는 해당 소재가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자재의 극히 일부분이며 국제윤리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ETA는 비건 레더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날 패션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수반한다. 하지만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일수록 정확한 해결 방안에 대한 모색을 잊어서도 안 된다. 양모 사용에 대한 입장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테다. PETA는 비록 양모 생산에 동물을 죽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양털을 깎는 과정이 인간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양모가 다른 합성 소재에 비해 친환경적인 소재 중 하나로 꼽힐뿐더러 이미 많은 브랜드에서 좀더 윤리적인 생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조건 극단적인 길을 고집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다. 지금 그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패션계 전체가 윤리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30년이란 시간에 걸쳐 모피가 사라진 것처럼, 조금 느리더라도 분명 모두가 공생하는 미래를 맞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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